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루이싱커피 매장. /사진 블룸버그
미국 뉴욕 맨해튼에 있는 루이싱커피 매장. /사진 블룸버그

2017년 창업 후 불과 1년 반 만에 매장을 3270개까지 늘리고, 이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등 거침없이 질주하던 ‘중국의 스타벅스’ 루이싱(瑞幸·Luckin)커피(이하 루이싱). 스타벅스가 중국 매장 수 3700개를 넘기기까지 20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루이싱의 초반 기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루이싱의 성공 신화는 2020년 1월 허무하게 막을 내린 것처럼 보였다. 당시 공매도 전문 헤지펀드 머디워터스가 보고서를 통해 “루이싱의 매출이 조작됐다”고 폭로하면서 주가는 하루아침에 75.57% 폭락했고, 시총 49억7000만달러(약 7조4500억원)가 증발했다. 이와 함께 상장 폐지가 결정되면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1억8000만달러(약 2700억원)의 벌금도 부과받았다. 루이싱 자체 조사 결과 2019년 2~4분기 조작된 매출은 최소 22억위안(약 4778억원)에 달했다. 그런데 전열을 재정비한 루이싱은 2023년 중국에서 매출 기준 스타벅스를 제치고 1위에 올라선 것을 신호탄으로 기업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만한 반전 드라마를 써 내려갔다.

루이싱의 2025년 매출은 492억9000만위안(약 10조7058억원)으로, 전년 대비 43% 늘었다. 매장 수는 3만1048개, 연간 음료 판매량은 41억 잔이다. 참고로 스타벅스의 전 세계 매장 수는 약 4만 개에 이르며, 매출(2025 회계연도 기준)은 371억8000만달러(약 55조7328억원)였다. 스타벅스와는 격차가 있지만, 매장 수 기준 던킨(약 1만2000개)의 2.6배나 된다. 아직 매장 대부분이 중국에 있지만, 2023년 싱가포르 진출을 시작으로 글로벌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부터 최근까지 미국 뉴욕에만 10여 개 지점이 문을 열었다. 미국 진출 첫 매장 카운터 모서리에 적힌 번호는 1이 아니라 00001이다. 1만 개 이상의 매장을 열겠다는 목표를 분명히 한 것이다. 루이싱의 투자·운영사인 센추리엄캐피털은 3월 4일(현지시각) 네슬레로부터 스페셜티 커피의 대명사 ‘블루보틀’ 전 세계 매장 운영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금액은 4억달러(약 6000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보틀은 2002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제임스 프리먼이 창업한 고품질 스페셜티 커피 브랜드다. 국내에서도 주요 상권에서 2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앞서 네슬레는 2017년 4억2500만달러(약 6370억원)를 들여 블루보틀 지분 68%를 사들였으나, 이번 매각 이후에는 블루보틀 상표를 단 커피 머신과 캡슐 사업만 남기기로 했다. 이번 거래로 루이싱은 커피 시장에서 대중 소비부터 스페셜티 커피까지 전 가격대를 아우르는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타도 스타벅스’를 외치는 중국산 파란 사슴(루이싱 로고)의 부활과 고속 질주 비결을 분석했다. 

성공 비결 1

低비용·高혁신 사업 모델

루이싱은 창업 초기부터 매장에서 현금과 신용카드 거래를 완전히 없애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서만 주문받는 혁신 시스템으로 주목받았다. 대면 주문 옵션은 없다(기자는 2018년 중국 광저우 출장 중 무심코 들른 루이싱 매장에서 신용카드로 주문하려다 ‘촌놈’ 취급당한 아픈 과거가 있다). 이 같은 모델에는 두 가지 큰 장점이 있다. 인건비를 줄여 판매 음료의 가성비를 높일 수 있고, 고객 관련 데이터를 최대한 많이 수집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루이싱은 번화가를 제외한 거의 모든 매장을 픽업과 배달 위주 작은 공간으로 만들었다. 오래 머물 수 있는, 넓고 번듯한 매장 대신 사무실이 밀집한 건물 한편에 의자도 몇 개 없는 매장을 내는 식이다. 이를 통해 점포당 운영 비용을 줄이고 신규 점포를 늘리는 데 힘을 쏟을 수 있었다. 루이싱 앱에 표시된 음료 가격은 보통 5~6달러 수준이지만, 쿠폰 등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실제 음료 가격은 1.40~2.75달러로 내려간다. 반면 스타벅스는 음료 한 잔에 4달러가 넘는다. 비(非)대면 주문 방식은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위기를 극복하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루이싱은 전용 앱을 통한 주문과 소규모 테이크아웃 중심 매장 운영 등 본토에서 성공 전략을 뉴욕 매장에도 적용했다. 오프라인 매장 경험과 고객 소통을 중시하는 스타벅스와 매우 다른 접근법이다.

성공 비결 2

데이터 기반 다양한 메뉴 실험

루이싱은 2024년 한 해 동안 119종의 새로운 커피 및 음료 메뉴를 출시했다. 매달 약 10종의 신메뉴를 출시한 셈이다. 그렇다고 기분 내키는 대로 새로운 조합을 실험하는 건 아니다. 앱 기반 주문 시스템을 통해 축적한 고객 데이터가 새로운 음료 출시의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 시제품이 나오면 테스팅 과정을 7개월 동안 17차례나 거치니 성공 확률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런 방식으로 2022년 10월 첫선을 보인 ‘치즈 라테’는 출시 일주일 만에 659만 잔을 팔아치우며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2023년 9월 루이싱과 중국 명주 브랜드 마오타이(茅台)가 합작해 출시한 ‘장향(醬香) 라테’는 하루 만에 540만 잔 이상 팔려나갔다. 장향 라테는 잔당 약 1.8~2.7㎖의 ‘구이저우 마오타이’가 들어간다. 구이저우 마오타이의 알코올 도수는 53%에 달하지만, 장향 라테의 알코올 도수는 0.2~0.3% 수준이다. 2021년 선보인 코코넛 라테는 ‘루이싱을 구한 일등 공신’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인 입맛에 맞지 않는 귀리우유 대신 달콤한 코코넛밀크를 넣어 비건 메뉴로 개발했는데, 하루 200만 잔이 팔릴 만큼 히트를 쳤다.

성공 비결 3

소셜미디어(SNS) 이용 공격 마케팅

앞서 언급한 장향 라테의 폭발적인 인기는 SNS 기반 ‘컬래버레이션(협업)’ 마케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중국에서 널리 회자된다. 마오타이는 협업을 통해 커피를 즐겨 마시는 젊은 소비층에 마오타이 맛을 알릴 수 있었다. 반대로 루이싱은 마오타이 주 소비자층인 중장년에게 커피의 매력을 소개할 수 있어 서로 ‘윈윈(Win-Win)’ 전략이 됐다. 루이싱은 중국 젠지(Z 세대·1997~2010년생)의 감성 소비 흐름에 올라탄 대표 기업으로 자주 언급된다. 매장 경험보다 차갑고 달콤한, SNS에 올리기 좋은 음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젊은 세대의 취향을 잘 이해하고 그에 맞게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즈 라테와 장향 라테, 코코넛 라테 ‘오렌지C 아메리카노’ 등 루이싱이 새로운 메뉴를 선보일 때마다 중국 젊은이는 틱톡·웨이보·샤오홍슈 등 SNS에 구매 인증 사진을 올리며 열광했다. 

성공 비결 4

프랜차이즈 중심 매장 운영

루이싱은 매장 35%가량을 직영이 아닌 프랜차이즈로 운영한다. 스타벅스의 경우에는 전 매장을 직영점으로 운영한다. 맥도널드· 던킨·도미노피자·써브웨이 등 미국의 주요 외식 체인과 차별화되는 스타벅스만의 특징이다. 직영 방식은 품질과 서비스의 통일성 유지에 장점이 있지만, 확장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반면 프랜차이즈 모델은 빠르게 규모를 키우는 데 적합하다. 높은 프랜차이즈 비율은 루이싱이 분기마다 2000개 이상 매장을 늘릴 수 있었던 원동력이기도 하다.

호기롭게 미국 시장에 진출한 루이싱은 수익성보다 외연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손실을 용납하지 않는 스타벅스와 전면전에서 루이싱이 얼마나 오래 손실을 감내하며 버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중국 커피 전문점 시장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2020년 회계 부정으로 루이싱에서 쫓겨난 경영진이 2022년 10월 설립한 쿠디(庫迪·Cot-ti)커피는 한술 더 떠 100% 프랜차이즈 모델을 도입해 빠른 속도로 루이싱과 격차를 줄이고 있다. 전 세계 28개국에서 1만80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인 쿠디커피는 어느새 매장 수 기준으로 스타벅스와 루이싱에 이어 세계 3위의 커피 체인이 됐다. 

이용성 국제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