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월 16일 GTC 2026 현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3월 16일 GTC 2026 현장에서 만나 대화하고 있다. /사진 로이터연합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가 주최하는 연례 인공지능(AI) 콘퍼런스 ‘GTC 2026’에 나란히 참가해 최신 AI 메모리 기술과 신제품을 뽐냈다. 삼성전자는 7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인 ‘HBM4E’를 세계 처음으로 공개했고, SK하이닉스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GTC 2026을 직관했다. 3월 16~19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열린 GTC 2026은 엔비디아가 AI 칩을 넘어 종합 AI 회사로 가겠다는 구상과 함께 젠슨 황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한 러브콜을 확인하는 무대가 됐다. 젠슨 황은 삼성전자 부스를 찾아 6세대인 HBM4 웨이퍼 위에 ‘어메이징 HBM4’라고 사인했고, SK하이닉스 부스에선 전시품 위에 ‘젠슨♡SK하이닉스’라는 글을 적었다. 

엔비디아 AI 반도체 생산 나선 삼성, 파운드리 부활 기대

“삼성전자가 우리를 위해 ‘그록(Groq)3’ 언어처리장치(LPU) 칩을 제조하고 있다.” 젠슨 황은 개막식 기조연설에 삼성이 사실상 엔비디아 납품용 AI 반도체 생산에 처음 나섰음을 확인했다. 대만 TSMC에 밀려있던 삼성의 파운드리 부활 기대감을 키웠다. 그록3 LPU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시스템인 ‘베라 루빈’에 탑재돼 추론 성능을 극대화하는 핵심 부품이다. 삼성전자는 GTC 2026 전시장 전면에 차세대 HBM인 HBM4E 실물 칩과 웨이퍼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2월 양산을 시작한 6세대 HBM4를 넘어서는 7세대 제품을 공개하며 SK하이닉스, 마이크론과의 경쟁에서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HBM 생산량을 전년 대비 세 배 이상 늘리고, 그중 절반 이상을 최신 제품인 HBM4에 할당할 것”이라고 했다. 두 회사의 협력은 공정 혁신으로 확장하고 있다. 송용호 삼성전자 AI센터장은 3월 17일 GTC 2026 현장에서 진행한 반도체 엔지니어링 전략 발표에서 “설계부터 제조 전 과정에 ‘에이전틱 AI’를 도입해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품질 관리 체계를 고도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최태원 “2030년까지 20% 전 세계 웨이퍼 부족 지속”

GTC 첫 방문인 최태원 회장은 지난 2월 실리콘밸리에서 젠슨 황과 ‘치맥’ 회동을 한 데 이어 한 달여 만에 다시 만나 파트너십을 이어가게 됐다.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과 동행한 최 회장은 젠슨 황과 두터운 신뢰를 바탕으로 주도권 수호에 주력했다. SK하이닉스는 이번 행사에서 엔비디아의 GPU 기반 가속기에 탑재된 HBM4와 HBM3E 실물을 전시했다. 또 액체 냉각식 eSSD와 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등 엔비디아와 협업 성과를 선보였다. 최 회장은 GTC 2026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20% 이상의 웨이퍼 공급 부족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한편,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 가능성에 대해 “상장을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주주뿐 아니라 미국·글로벌 주주에게 노출될 수 있어 더 글로벌한 회사가 될 것”이라고 했다. ADR 상장은 미국 예탁 기관이 보유한 해당 기업 주식을 담보로 미국 내에서 거래 가능한 증서를 발행해 주식처럼 거래하는 걸 말한다. 

정용진(오른쪽) 신세계그룹 회장이 하워드 러트닉(가운데) 미국 상무 장관,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CEO와 3월 16일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사진 신세계그룹
정용진(오른쪽) 신세계그룹 회장이 하워드 러트닉(가운데) 미국 상무 장관, 미샤 라스킨 리플렉션 AI CEO와 3월 16일 전략적 파트너십 협약을 맺었다. /사진 신세계그룹

신세계, 美 리플렉션AI와 데이터센터 진출

한국판 아마존 노리는 정용진

신세계그룹(신세계)이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미국 AI 스타트업 리플렉션AI의 미샤 라스킨 CEO는 3월 16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한국 소버린 AI 팩토리 건립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MOU는 신세계가 미국 트럼프 정부의 ‘AI 수출 프로그램 1호’로 선정된 데 따른 것이다. 이날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 장관도 참석했다. 

두 회사는 연내 합작 법인을 설립하고 국내에 250㎿ 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할 계획이다. 신세계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재고 관리 및 배송 혁신을 이끄는 ‘이마트 2.0’ 시대를 연다. AI 에이전트 커머스 등 유통 전반에 ‘AI 풀스택’을 적용할 방침이다. 신세계를 한국판 아마존으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정 회장은 “AI 없는 미래 산업은 생존이 불가능하다”라며 “이번 협력이 그룹의 미래 성장과 국내 AI 생태계 고도화의 토대가 될 것” 이라고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월 8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 내 우주환경 시험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화그룹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1월 8일 한화시스템 제주우주센터 내 우주환경 시험장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한화그룹

한화그룹, KAI 지분 4.99% 확보

김승연 ‘한국판 스페이스X’ 시동

한화그룹(한화)이 2018년 7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전량 매각한 지 7년 만에 다시 KAI 지분을 확보했다. 한화가 ‘한국판 스페이스X’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는 3월 1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을 통해 KAI 지분 4.99%(약 9300억원 규모)를 인수해 4대 주주에 올랐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공시 의무 기준인 5% 직전까지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항공·우주 분야의 글로벌 수출 경쟁력을 키우고 중장기적 파트너십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우주산업을 한화의 사명으로 강조한 만큼 한화의 엔진·센서 기술과 KAI의 완제기(完製機) 및 위성 제작 역량을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회사는 지난 2월 MOU를 통해 KF-21 후속 모델 및 차세대 위성 개발 등에서 과도한 경쟁 대신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잠잠했던 KAI 민영화설과 한화 인수 가능성이 다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1월 14일 성남시 메종 디탈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 전시 중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디 올 뉴 팰리세이드’가 1월 14일 성남시 메종 디탈리에서 열린 론칭 행사에 전시 중이다.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 ‘팰리세이드’ 일부 트림 판매 중단

美 전통 시트 사고에 전 세계 13만 대 리콜

현대자동차(현대차) 신형 팰리세이드의 전동 시트 결함으로 전 세계에서 약 13만 대 규모의 리콜을 실시하고 일부 트림의 판매를 중단한다. 현대차는 3월 13일 신형 팰리세이드 중 ‘리미티드’와 ‘캘리그래피’ 트림 판매를 일시 중단하고 리콜 절차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리콜 대상은 국내 5만7474대, 북미 7만4965대 등 총 13만2000여 대에 달한다. 이번 조치는 미국에서 두 살 어린이가 팰리세이드 뒷좌석 전동 시트에 깔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팰리세이드는 2025년 역대 최고 판매 대수를 기록하고 ‘2026 북미 올해의 차’에 선정되는 등 현대차의 수익성을 방어해 온 핵심 효자 모델이다. 그러나 이번 사고로 인한 대규모 리콜과 판매 중단이 겹치면서 올해 판매 목표 달성에 비상이 걸렸다. 현대차는 3월 말까지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를 통해 안전장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동시에 유가족에게 애도를 표하고 고객 안전을 최우선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국토교통부에 리콜 계획을 신고하고 개선 완료 후 판매를 재개할 방침이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