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현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현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부동산 보유세를 다주택자는 3%로 매긴다거나, 5억원 이하는 낮은 세율로 한다거나, 농어촌 지역은 현행 세율을 유지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혹여 또다시 다주택 여부, 부동산 보유 기간, 가족 수, 청약 제도 등에서 기준을 끌어와 온갖 조건이 뒤섞인 누더기식 세율 체계가 등장할까, 우려스럽다. 한국 관료 사회가 복잡한 세제를 만드는 데 유난히 능하다는 사례를 우리는 수없이 봐 왔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데 있다. 보유세율이 정치적 판단에 따라 달라지는 ‘고무줄’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커서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의 과세표준이 되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그렇다. 40~100%에서 정권 입맛에 따라 너무나 유연하게 조율돼 왔다. 

부동산 세제가 고무줄 성격을 띠면 시장은 안정적으로 작동하기 어렵다. 투자자와 가계는 장기적인 보유 비용을 계산할 수 없고, 가격은 정책 변화 신호에 따라 요동치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이를 경험했다. 정권과 정책 기조가 바뀔 때마다 기준이 흔들렸던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이 대표적이다. 세율과 과세 기준이 정치 바람에 따라 춤추는 동안 시장은 세제 자체보다 다음 정책 변화에 대한 기대에 더 민감하게 반응했다. 

부동산 보유세가 시장의 구조적 장치로 기능하려면 무엇보다 단순화해 예측 가능성과 규제 수용성을 확보해야 한다. 장관이 바뀌거나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말이다. 특정 집단이나 가격 구간을 겨냥한 임시적 세율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고 장기간 유지될 수 있는 단순한 기준이어야 한다. 

세제가 시장을 흔드는 변수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시행령으로 쉽게 바뀌는 공정시장가액비율보단 국회가 입법으로 인정하는 세율 자체가 중심이 돼야 한다. 

구체적으로 부동산 보유세율은 어떤 기준으로 설계돼야 할까. 정치적 타협이 아니라, 경제적 균형에서 출발해야 한다. 전 세계 부동산 시장을 들여다보면 흥미로운 공통점이 있다. 임대 수익률과 금융 자금 조달 비용 간 관계에서 보유세의 적정 수준이 대체로 일정한 범위로 수렴한다는 점이다. 국가와 시장을 막론하고 대략 연 1~2% 정도다. 이는 우연이라기보다 자산 시장이 작동하는 구조적 결과에 가깝다. 그렇다면 부동산 보유세 논의에서 ‘1%’라는 수치가 왜 반복 등장하는지, 그 경제적 이유를 짚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 보유세가 어느 수준에 이르러야 시장 참여자의 행동을 실제로 바꿀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려면 먼저 ‘사용자 비용(user cost)’ 개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동산을 계속 보유할 것인지, 아니면 시장에 내놓을 것인지는 결국 연간 보유 비용이 얼마인지에 달려 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다음 같은 관계로 설명한다. 

여기서 유지·관리나 감가 같은 비용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가정하면, 보유세 적정 수준 도출은 단순화가 가능하다. 매도 혹은 매수의 일방적 쏠림, 즉 매물 잠김과 가격 급등락을 막으려면 결국 사용자 비용이 중립적인 0을 유지해야 한다. 이 균형을 가능케 하는 보유세율은 금융 자금 조달 비용과 기대 가격 상승 혹은 수익률 사이에 존재하는 간격, 바로 그 정도가 보유세의 합리적인 범위가 된다. 부동산 투자수익률, 즉 자본 환원율(CAP Rate)이 금융 자금 조달 비용보다 일정 폭만큼 높게 형성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핵심은 위험 프리미엄인데, 부동산은 금융 채권보다 더 많은 위험과 비유동성을 내포하고 있어, 투자자가 그만큼 더 높은 수익률을 요구하는 것이 당연하다. 

투자자는 동일한 자금을 다양한 자산에 배분할 수 있다. 국채나 회사채 같은 채권을 선택할 수도 있고, 예금이나 금융 상품을 택할 수도 있으며, 부동산에 투자할 수도 있다. 채권은 비교적 안정적이고 유동성이 높다. 반면 부동산은 여러 측면에서 추가적 위험을 안고 있다. 임차인이 없으면 수익이 바로 사라지는 공실 위험이 있고, 경기 상황에 따라 임대료가 변동하는 위험도 있다. 여기에 매각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유동성 문제와 유지·수선, 세입자 관리 같은 운영 부담이 더해진다.

이러한 위험 요인은 결국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에 반영된다. 임대 시장 변동성, 낮은 유동성, 관리·운영 부담이 차례로 더해지면서 부동산에 일정한 위험 프리미엄이 형성된다. 경험적으로 보면 이 프리미엄은 대략 1~2% 범위에 모이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부동산이 요구하는 이 위험 프리미엄 탓에 사용자 비용은 자연스럽게 음수로 기운다. 이 지점에서 보유세가 개입해 그 값을 0에 가깝게 되돌릴 수 있다. 결국 보유세의 합리적 수준은 부동산이 요구하는 투자 프리미엄의 크기에서 도출되고, 그 범위가 대체로 1~2% 내외로 형성된다. 

부동산 보유세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될 때 시장은 금융 비용과 수익률 간 관계를 예측 가능하게 계산할 수 있다. 반대로 세율이 정치적 상황에 따라 흔들리면 이 균형 자체가 무너진다. 결국 보유세의 핵심은 세금을 얼마나 더 걷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자산 시장에서 형성되는 이 구조적 균형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하느냐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1% 보유세율의 안정적 유지가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균형을 유지해 주기 때문이다. 

일정한 부동산 보유세율 유지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부동산 투자의 레버리지 구조 때문이다. 부동산 거래의 상당 부분은 자기자본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출을 활용한 투자가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겉으로 보기에는 작은 세율 변화라도 실제 투자 수익률에는 훨씬 크게 작용한다.

부동산 보유에는 일종의 금융적 옵션, 흔히 말하는 ‘기다리기 옵션’이 있다. 여기에 ‘실거주’나 ‘전세’라는 실제 활용 가치까지 더해지면, 이 옵션의 힘은 더욱 커진다. 가격이 오르면 언제든 팔아 이익을 실현할 수 있고, 반대로 가격이 떨어지면 팔지 않고 버티며 손실 확정을 미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하락기에는 거래가 급격히 줄고, 상승기에는 매물이 잠기는 현상이 반복된다.

이런 거래량 저하가 발생하는 이유는 보유 비용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자산을 들고 있는 동안 발생하는 확실한 비용, 즉 캐리 비용(carry cost)이 크지 않다면 투자자는 시장 상황이 바뀔 때까지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그러나 1% 수준의 보유세가 실현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재 같은 극히 낮은 세율에서는 기다리기 옵션의 가치가 거의 유지되지만, 보유세가 이 정도 수준에 이르면 매년 발생하는 확실한 비용이 투자자의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다. 따라서 1%라는 수치는 단순히 상징적인 것이 아니라, 부동산 보유의 옵션 가치를 실질적으로 흔들 수 있는 최소한의 연간 비용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

혹자는 부동산 보유세 1%가 서울 강남구 같은 고가 지역에서는 ‘세금 폭탄’이 되고 농어촌에서도 과도하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현재 가격이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계산이다. 보유 비용이 구조적으로 바뀌면 시장가격 역시 그에 어울리게 맞춰진다. 1% 보유세가 유지되는 시장에서는 그 정도의 보유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이 그 자산을 보유하게 되고, 가격 역시 필히 그 조건에 맞게 조정되며, 거래는 활성화될 것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