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시작으로 확전일로에 있는 전쟁이 애초 예상보다 장기화하면서 세계경제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특히, 세계 해상 석유 운송의 20%를 책임지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이 전면 봉쇄되면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는 등 전쟁의 충격이 빠르게 시장으로 확산하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경기 침체 동반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1973년 시리아와 이집트의 이스라엘 침공으로 시작된 욤키푸르(Yom Kippur·속죄의 날) 전쟁이나 1979년 이란혁명 당시의 경제 여건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시, 세계 경제성장률이 0%대로 급락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를 상회하면서 그 여파가 3년 정도 지속되었다. 우리 경제도 한때30%에 가까운 소비자물가 상승률(2020년=100 기준)과 10%를 넘나들 정도의 고성장 국면에서 역성장에 시달릴 정도였으니, 당연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이번 전쟁으로 우리 경제가 과거와 동일한 경험을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두바이유가 150달러를 위협할 정도 수준에 달한다는 점만 고려하더라도 큰 위기임에는 틀림없다. 국내 민간 연구원의 추정에 따르면, 두바이유가가 연평균 100달러에만 달하더라도 우리 경제의 성장률은 0.3%포인트 정도 하락하고 소비자물가는 1.1%포인트 정도의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수치상으로는 크게 느껴지지 않지만 우리 경제 규모가 1970~80년대 초반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커졌고, 원화 구매력까지 고려하면 엄청나게 큰 충격이다.
더군다나 이런 거시 경제지표 악화 우려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는 숨은 거대한 리스크도 있다. 예를 들어 이미 큰 충격을 받고 있는 원유 공급망 복원이 지연될 경우다. 산업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은 물론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이나 포토레지스트 원료, 전해질, 분리막 코팅 소재 등의 공급 차질로 우리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산업은 물론 생필품 수급에도 충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석유화학제품 공급국인 중국이 자국 수요도 충당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로 국유 기업 중심으로 관련 제품 수출규제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하니 엎친 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전체에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지난 연말부터 기준치(0)를 상회하면서 불안해지기 시작한 글로벌 공급망 압력 지수(GSCPI)가 상승할 전망이 우세하다. 이번 전쟁을 계기로 시장의 공급망 경색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말 발생한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영향으로 전 세계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성장세 둔화로 고통받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확전과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이번 전쟁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될 일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지금이라도 당장 종전을 맞는 것이지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고 피해 규모도 상상을 넘어설 수 있다. 따라서 정책 당국의 대응도 시장의 우려처럼 최악의 경우 배럴당 국제 유가가 연평균 150달러에 달하고, 글로벌 공급망 훼손 정도도 심화하면서 우리 경제가 인플레와 0%대 성장도 맞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뤄져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