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위험한 만찬’ 속 장면. /사진 Mars Films
영화 ‘위험한 만찬’ 속 장면. /사진 Mars Films
김규나 -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김규나 -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개기월식이 시작되는 저녁, 일곱 명의 친구가 식탁에 모였다. 뱅상과 마리는 겉보기에 완벽한 부부처럼 보이지만 그들 사이엔 서늘하고도 견고한 벽이 서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시어머니 그늘 밑에서 시들어 가는 샬럿과 마마보이 마르코 사이에도 싸늘한 권태의 냉기가 흐른다. 아이를 가지려 노력 중인 신혼부부 토마와 레아는 왠지 조급해 보이고, 새 애인을 소개하겠다던 벤은 어쩐 일인지 오늘도 혼자 왔다.

그들은 심장마비로 남편을 잃은 어느 노부인에 관한 이야기로 대화의 물꼬를 튼다. 부인은 방금 죽은 남편의 전화로 온 문자메시지를 보고 그가 불륜을 저질러왔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큰 슬픔에 빠진다. 마리는 게임을 제안한다. 오늘 저녁, 모든 문자와 전화, 소셜미디어(SNS) 알림을 다 함께 공유하자는 것이다. 거리낄 게 전혀 없다면서도 그들은 주춤주춤, 식탁 위에 휴대폰을 올려놓는다.

가족 간의 해묵은 갈등, 자식에 대한 남모를 근심, 건강과 돈과 성(性), 불륜과 질투에 얽힌 은밀한 욕망까지, 인류가 생을 반복하며 겪어온 고질적인 번민은 형태만 바꾼 채 현실을 배회한다. 누구나 겪는 흔한 고통이지만, 우리는 그 뻔한 사연을 꼭꼭 감추며 살아간다. 아닌 척, 잘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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