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의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은 문화적 쾌거를 넘어 산업계에 엄중한 역사적 메시지를 던졌다. 이는 단순히 한 예술 작품의 성공이 아니라, ‘협업’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다. 작은 규모의 협업으로 성과를 내던 시대에서 이제는 차원을 달리하는 ‘초협업’의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초기 협업은 주로 조직 내부의 부서 간 장벽을 허무는 ‘사내 공조’나 국내 기업 간의 양자 협업 수준에 머물렀다.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을 파괴하는 수준의 협업이 많았다. 그 후 여러 형태의 협업이 나타나면서 모든 경계를 허무는 협업 전성시대로 발전하게 되었다.
‘케데헌’이 보여준 초협업은 산업의 경계, 국가의 장벽, 예술과 기술의 이분법을 완전히 무너뜨리는 다자간 글로벌 초융합의 결정체다. 동양의 고전 설화라는 정신적 자산 위에 서구의 시각 문화를 입히고, 인간의 예술적 감수성에 최첨단 인공지능(AI) 렌더링 기술을 결합한 과정은 단순한 ‘연결’이 아닌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위대한 협업’이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이는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넘어 성과의 폭발적 확장을 가져오는 ‘초성과’의 메커니즘이다.
오늘날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생존 전략 역시 이 초협업의 궤적과 일치한다.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의 자율주행, 스페이스X의 우주공학, 뉴럴링크의 뇌과학을 하나의 생태계로 묶어낸다. 그는 자동차 제조라는 업의 본질을 에너지와 AI 서비스로 확장하며 신산업을 이끌고 있다. 모두 초협업이 추진 동력이다.
젠슨 황은 엔비디아를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AI 제국의 플랫폼으로 진화시켰다. 전 세계 개발자와 제조사가 모여 가상과 현실을 융합하는 ‘옴니버스(omniverse)’ 플랫폼은 초협업이 어떻게 시장의 독점적 지위를 만드는지 보여주는 완벽한 사례다.
우리나라의 삼성·현대자동차·SK·한화 등 대기업도 글로벌 협업으로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등의 리더십은 ‘협업 지휘자형’이다.
초협업은 필연적으로 극도의 복잡성을 수반한다. 서로 다른 언어, 문화, 가치관을 가진 전문가 집단이 모였을 때 이를 하나의 비전으로 꿰어내지 못하면 초협업은 ‘초혼란’으로 전락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기존의 관리형 경영자가 아닌 ‘협업 지휘자’가 필요하게 되었다.
‘케데헌’의 성공을 이끈 매기 강 감독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각 분야의 전문성을 조율하고 융합했다. 이미 각 분야의 최고 인재와 인연을 맺고 있었고, 이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끌어들일 역량도 갖췄다.
필자가 ‘협업으로 창조하라(2015)’를 출간하며 협업의 불씨를 키운 지 벌써 10년이 지났다. 당시에는 조직 내부 협업과 국내 기업끼리 손을 잡는 국지적 협업이 대부분이었다. 그후 협업 경제(collabonomics)의 효용성이 커지면서 다양한 협업이 나타나게 되었고, 드디어 초협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케데헌’의 아카데미 수상은 글로벌 차원에서 산업과 문화, 기술과 예술이 경계 없이 뒤섞여 만든 초협업의 산물이다. 그동안 K-팝, K-드라마, K-푸드 등 국지적으로 각자 진격하던 한류에 초협업 성공 사례가 나타난 것이다.
이제는 대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단순 협업을 넘어 초협업을 추진해야 한다. 내부 협업에서 외부 협업으로, 국내 협업에서 글로벌 협업으로, 양자 협업에서 다자 협업으로.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초협업을 추진해야 한다. 초협업의 성패는 협업 지휘자에게 달려있다. 지금 매기 강 감독이 베스트 모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