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하마다 히데아키의 사진을 처음 본 건 2014년 출간된 ‘하루와 미나’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하루와 미나’라는 책이 2025년 세이소도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작가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1년에 걸쳐 촬영된 8000장이 넘는 사진 가운데 313장을 책에 실었다. /사진 김진영
필자가 하마다 히데아키의 사진을 처음 본 건 2014년 출간된 ‘하루와 미나’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하루와 미나’라는 책이 2025년 세이소도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작가는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1년에 걸쳐 촬영된 8000장이 넘는 사진 가운데 313장을 책에 실었다. /사진 김진영
김진영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 - 서울대 미학과 박사과정
김진영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 - 서울대 미학과 박사과정

아이가 없던 시절, 아이들이 찍힌 사진을 볼 때 나는 주로 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을 두고 보았다. 작가들이 찍은 다양한 아이들 사진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을 보여주기도 하고, 때로는 순수함이나 자유로움 같은 감정을 상징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사진 속 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을 두다 보니, 카메라 뒤에 서 있을 사진가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그런데 엄마가 되고 나서 그리고 아이가 태어나 걷고 뛰게 되자, 아이의 모습을 잘 포착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알게 됐다. 아이는 카메라를 모른 채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고, 그러다 멈추고, 다시 움직인다. 구도를 제대로 잡기는커녕 초점이라도 잘 맞춰지면 다행일 때가 많고, 셔터 버튼을 누르는 순간 이미 장면은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그 짧은 찰나를 붙잡으려면 단순히 빠르게 찍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아이의 움직임과 리듬을 몸으로 이해하고 따라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일본 사진작가 하마다 히데아키의 사진집 ‘하루와 미나’ 표지. /사진 김진영
일본 사진작가 하마다 히데아키의 사진집 ‘하루와 미나’ 표지. /사진 김진영

일본 사진작가 하마다 히데아키(濱田英明)가 그의 두 아들 하루와 미나를 찍은 사진을 처음 본 건 10여 년 전 ‘하루와 미나(Haru and Mina)’라는 책을 통해서였다. 2014년 리브로 아르테(Libro Arte) 출판사가 낸 책이었는데, 당시 이 책에 담긴 어린 두 아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을 보며 아이들의 소소하면서도 온기가 느껴지는 순간을 너무나 잘 담았다는 생각과 함께 중형 필름 카메라의 부드러우면서 화사한 톤에 감탄했던 기억이 있다. 

그로부터 다시 시간이 흘러 ‘하루와 미나’ 라는 책이 2025년 세이소도(Seisodo) 출판사에서 새롭게 출간됐다. 작가는 앞서 발표했던 사진을 포함해 2009년부터 2020년까지 약 11년에 걸쳐 촬영된 8000장이 넘는 사진 가운데 313장을 책에 실었다.

예전에 이 사진을 봤을 때와 달리, 이제 엄마가 된 나는 사진 내용에 앞서 카메라를 든 작가에 대해 상상하게 된다. 자유롭게 뛰노는 아이들의 사진을 묵직한 중형 필름 카메라로 한 컷 한 컷 담아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고, 순간을 예측하며 기다리는 시간까지 포함하면, 이 사진은 단순히 ‘잘 찍힌 장면’이 아니라 오랜 관찰과 축적된 감각으로 만들어낸 결과물처럼 느껴진다.

반복되는 일상 사진이 주는 극적 매력

이 책의 인상적인 점 중 하나는 특별한 사건이나 극적인 장면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의 순간이 중심이 된다는 점이다. 동시에, 그 일상의 순간을 특별하고 극적인 것처럼 느껴지게 하는 것이 작가의 사진이 가진 매력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집 안에서의 사소한 장난, 골목을 걷는 발걸음, 학교를 오가는 뒷모습, 여행지에서 휴식 같은 장면이 큰 서사 없이 나열된다. 그러나 이 느슨한 연결이 오히려 강력한 정서를 만든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두 아이의 일상을 작은 모험처럼 느끼게 한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등굣길 뒷모습은 이 책에서 중요한 리듬을 형성한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이 장면은 특정한 감정이나 사건을 설명하지 않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 많은 것을 전달한다. 아이들이 점점 커가는 변화, 계절의 미묘한 차이 그리고 그사이를 흐르는 시간의 더께가 자연스럽게 쌓여 전달된다. 한 장의 사진이 아니라 같은 주제를 여러 장 반복함으로써, 아이들이 조금씩 성장해 가는 과정을 체감하게 하며, 이 책이 얼마나 긴 호흡으로 만들어진 것인지 느껴진다.

작가는 인터뷰에서 자기가 일부 장면을 연출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의 있는 그대로의 행동에서 출발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언제나 내가 예상하는 것을 벗어나 행동한다. 내 사진 작업의 영감은 바로 이런 아이들의 행동에서 비롯된다. 물론 내가 연출하는 사진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담았다. 내가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이들의 ‘생명력’이다. 아이들을 촬영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너무 가까이서도, 그렇다고 뒤에서 지켜보는 것처럼 너무 멀리서도 아니다. 그저 관찰하는 듯한 느낌이다. 이 원칙을 지키면 사진에 보편성이 생긴다. 나는 이런 보편성이야말로 아이들의 생명력을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통해 하루와 미나의 장난기와 호기심 가득 찬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보편성이 무엇인지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하루와 미나 모습에서 나의 어린 시절 혹은 내 아이들의 어떤 순간을 환기하는 장면을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보편성을 쉽게 말하기 조심스러운 오늘날, 그럼에도 뛰어다니고, 장난치고, 별것 아닌 것에도 몰두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다양한 시대와 문화에 걸쳐 공유되는 유년기의 경험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루와 미나. 파인더를 통해 그들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그 모습이 어린 시절의 나 자신처럼 느껴지는 착각이 든다. 다시 한번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자신을 아주 가까이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이상한 감정이다.”

아이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그 안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이미 지나온 나의 시간이자, 누군가에게 다가올 미래의 시간이다. 그리고 작은 꼬마였던 하루와 미나가 의젓하게 커버린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시간이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순간이었음을 실감하게 된다. 

김진영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