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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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랑한 정신과’ 저자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명랑한 정신과’ 저자

세상일이 내 뜻대로 되냐 안 되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은 결정된다. 사업이나 사람이나 내 뜻대로 되면 행복이고 내 뜻대로 안 되면 불행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평온하고 싶은데 누가 건드려서 화나게 하면 불행해진다. 바깥세상은 뜻대로 되는 일보다 뜻대로 안 되는 일이 더 많다.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노력하면 마음만은 뜻대로 할 수 있다.

마음을 평온하게 다스리는 방법이 있다. ‘앗! 경계다!’라는 방법인데 종교 단체의 마음 수행법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마음의 평온이 깨지고 흔들리는 순간을 알아차려서 다시 마음의 평온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경계’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지역과 지역을 구분하는 선이라는 뜻의 경계(境界), 다른 하나는 마음을 가다듬어 조심하라는 뜻의 경계(警戒)다. 앗! 경계다!는 마음이 평온에서 불편으로 ‘넘어가는 선’ 을 잘 알아차리라는 의미다.

아내와 벚꽃 구경을 갔다. 사람이 많을 테니 한적한 데로 가자고 했지만, 아내는 꼭 벚꽃 구경을 하겠단다. 그곳에 가니 사람이 너무 많아 차가 꼼짝 못 한다. 그럴 줄 알았다고 투덜거리며 아내에게 짜증을 낸다. 하루 종일 짜증을 낼 것 같은 상황이다. 이때 내 마음을 알아차려야 한다. 꽃구경하러 간다고 기분 좋았던 내 마음이 짜증과 화로 바뀌는 순간이다. 

내 의지로 화를 내는 게 아니라 화가 나게 된 것이다. 어차피 길도 막히고 인파에 묻혔다. 이미 벌어진 일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차 안이지만 벚꽃을 가까이 오래 볼 수 있다. 꼭 씽씽 달리면서 봐야 제맛인가. 그렇게 마음을 바꾸니 화가 가라앉고 평온해진다. 화가 나게 되는 상황이지만 화를 안 내는 것이다. 

경계는 또 힐링과 킬링의 경계도 된다. 나와 가족을 괴롭힐 것인가, 아니면 나와 가족을 살릴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이다.

오스트리아 신경학자 빅토르 프랑클은 제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 수용소에서 살아남은 경험을 바탕으로 ‘로고테라피’라는 심리 치료법을 창시했다. 이 치료법은 극심한 고통이나 허무감 속에서도 삶의 목표와 존재 이유를 재발견해 개인이 스스로 의미를 찾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도록 돕는 심리 치료법이다.

그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있고 그 공간 안에서 반응을 선택할 힘이 있다”고 말한다. 인간의 자유는 상황을 바꾸는 힘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태도를 선택하는 힘에 있다는 것이다.

자동 감정이라는 게 있다. 어떤 자극이 주어지면 저절로 나타나는 감정이다. 이른바 ‘되는’ 감정이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살이 많이 쪘네요’ 하면 기분이 상한다. 자동 감정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자. 그 말에 왜 기분 나빠질까. 괴롭히려고 한 말이 아니고 그냥 툭 던진 인사 같은 말일 뿐인데. 말 한마디에 왜 불행해질까. 어떤 자극에 늘 하던 뻔한 반응이 아니라 새로운 반응을 선택하면 된다. 앗! 경계다!는 자동 감정을 알아차리고 새롭게 반응하는 것이다.

‘되면’ 수동태의 삶이 된다. 되지 않고 내가 하는 삶, 능동태의 삶이 행복이다. 이 훈련을 하면 세상이 지금보다 훨씬 편해진다. 잘 연습하면 ‘나를 불행하게 하는 것은 나밖에 없다’는 최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모른다. 

윤우상 밝은마음병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