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 이 칼럼은 2026년 2월 28일(이하 현지시각),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란 이슬람 공화국 핵 시설 정밀타격으로 촉발된 이란 전쟁과 그로 인한 지정학적 역설을 날카롭게 비판하고 있다. 트럼프 정부는 이란의 ‘핵 위협’과 ‘인권 탄압’을 명분 삼아 정권 교체 수준의 개입을 정당화했다. 그러나 필자는 이것이 사실상 이스라엘의 전략적 의도에 미국이 동원된 결과라고 분석한다. 특히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 장관이 “이스라엘의 (대이란) 선제 공격 정보를 입수했기에 미국이 먼저 움직였다”고 밝힌 점은, 미국 외교가 자국 대통령의 판단이 아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의해 좌우되고 있다는 비판의 근거가 됐다. 전쟁 여파는 미국의 계산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국제 유가가 배럴당 수백달러를 호가할 정도로 폭등하자,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제재로 고립됐던 러시아가 막대한 반사이익을 얻으며 부활한 것이다. 심지어 에너지난에 직면한 미국이 원유 수급을 위해 러시아산 원유 제재를 일시적으로 완화하면서, 결과적으로 숙적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하 푸틴)의 전쟁 자금줄을 미국이 직접 열어주는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의 안보 동맹인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내부의 균열로 이어졌다. 모든 자원이 중동에 집중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친러 성향의 헝가리 등이 이를 틈 타 유럽연합(EU)의 지원책을 노골적으로 저지하고 나섰다. 필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하 트럼프)의 무모한 군사적 결단이 서방 동맹을 약화하고, 러시아와 이란의 입지만 강화해 주었다고 비판한다. 그는 이 비극적 체스판을 뒤집을 유일한 변수로 11월 미국 중간선거를 지목하며, 현재 국제사회가 처한 절박한 위기감을 대변한다.
3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산업인 및 기업인 연합 총회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연합
3월 26일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러시아 산업인 및 기업인 연합 총회에서 연설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사진 로이터연합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 - 전 유럽연합(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 전 영국 옥스퍼드대 총장, ‘홍콩 다이어리’ 저자
크리스 패튼 전 홍콩 총독 - 전 유럽연합(EU) 대외관계 담당 집행위원, 전 영국 옥스퍼드대 총장, ‘홍콩 다이어리’ 저자

트럼프가 이란 전쟁을 벌이는 이유는 분명하지 않지만, 이 전쟁의 최대 수혜자가 누구인지는 너무나 명확하다. 바로 푸틴이다.

트럼프와 참모들은 도덕적 공분을 앞세워 이란 군사행동을 정당화해 왔다. 이란 지도부를 ‘사악하다’고 규정하고, ‘자국민에 대한 잔혹한 탄압’을 거론하며, 미국이 이란의 통치 구조를 결정하는 데 직접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논리는 설득력이 약하다. 세계 곳곳에 자국민을 탄압하는 지도자가 적지 않지만, 그것이 곧 이들 국가의 정권 교체를 위한 미국의 전쟁으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이다. 푸틴은 국내외에서 정치적 반대파를 제거한 인물로 악명이 높지만, 트럼프는 일관되게 푸틴을 달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만약 ‘사악함’만으로 전쟁이 정당화된다면, 세계 지정학 지형은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이란이 자국민을 탄압해 온 것도 하루이틀이 아니다. 전쟁이 시작되기 불과 두 달 전에도 수천 명의 시위대가 정권에 의해 목숨을 잃었지만, 당시 미국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트럼프의 동기가 무엇이든, 거기에 이란 국민에 대한 진정한 우려는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핵 위협은 어떤가.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해 미국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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