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해고 유연성과 비정규직 보호법 개혁이라는 무거운 화두를 던졌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수많은 규제 가운데서도 가장 파괴적이며 난공불락(難攻不落·공격하기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다는 뜻)인 ‘노동시장 규제’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이는 다가올 선거보다 천만 배는 더 중요한, 우리 공동체와 경제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2026년 경제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적 자유는 세계 176개국 중 19위로, 높은 수준이다. 그러나 노동시장만 놓고 보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한국의 노동 자유는 ‘부자유(Mostly Unfree)’ 등급인 100위에 머물고 있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에서도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37위)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대만(경제적 자유 5위, 노동 자유 13위)과 격차도 바로 이 지점에서 벌어진다. 노동 규제만 OECD 평균 수준으로 완화해도 한국 경제는 단숨에 글로벌 톱 10에 해당하는 상위권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
노동시장 개혁이 중요한 이유는 단순히 국제 지표 개선 때문이 아니다. 청년이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줄임말)’을 외치며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는 근본 원인 역시 노동시장 구조와 깊이 연결돼 있다. 가장 뼈아픈 통계가 ‘25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고용 비중’ 이다. 미국은 58%, 독일은 41%에 이르지만 한국은 14%에 불과하다. 대기업 일자리가 극도로 제한되다 보니 과도한 입시 경쟁이 벌어지고, 여기서 밀려난 인력은 저부가가치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으로 흡수되는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제조업 고용 비중이1991년 28%에서 최근 15%대로 떨어진 것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반영한다.
이 같은 왜곡은 정책과 규제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무엇보다 경직된 고용 규제가 기업의 채용을 위축시키고 있다. 성과가 낮아도 해고가 어려운 구조에서는 기업이 신규 채용보다 자동화나 해외 이전을 선택하게 된다. 여기에 기업 규모에 따른 규제 격차도 문제다. 대기업이 되는 순간 규제와 의무가 급격히 늘어나는 반면, 중소기업에는 각종 지원이 집중되면서 기업이 성장을 회피하는 ‘피터팬 증후군’이 나타난다. 또한 의료·금융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기업화와 대형화를 규제로 막아 놓은 결과,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창출되지 못하고 있다.
해법은 이미 여러 국제기구가 수십 년째 권고해 온 ‘한국형 유연 안정성(flexicurity)’ 에 있다. 정규직 해고와 배치 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실업 급여 등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시대에 맞는 재교육 체계를 구축하는 삼박자 개혁이 그것이다. 노동 유연성과 사회적 보호를 결합한 이 접근은 노동시장 이중 구조를 완화하고 경제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현실적인 대안이다.
특히 이러한 노동 개혁은 정치적 조건이 맞아야 추진될 수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노동 개혁은 진보 정부에서 성공한 경우가 많았다. 노동계와 협상과 설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현재처럼 진보 정권이 행정과 입법 권력을 동시에 쥐고 ‘중도 실용’을 외치는 시기는 다시 오기 힘든 천재일우의 기회다.
노동시장 개혁을 진영 논리로 소비해서는 안 된다. 이는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넘어 다음 세대의 미래와 직결된 문제다. 경직된 규제가 지속한다면 청년은 계속 기회를 잃고, 경제 활력은 더욱 약화될 것이다. 노동시장 개혁은 다음 세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대통령의 제안에 사회 전체가 응답하여 한국 경제의 재점화를 시작해야한다. 간절하게 호소한다. 청년의 미래를 위해 이 족쇄를 이제는 풀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