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국뽕’에 따른 착시 효과는 주의해야 한다. 탬파, 엘 패소에서 보듯 ‘BTS노믹스 수십조원 경제 효과’가 바로 대한민국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투어 도시에 가져올 항공, 숙박, 식음료, 관광 등의 효과는 당연히 현지에서 발생해 현지 경제를 활성화한다.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공연 중인 BTS. /사진 AFP연합
3월 2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BTS 컴백 라이브: 아리랑’ 발매 기념 컴백 공연 중인 BTS. /사진 AFP연합
임희윤 문화평론가 -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예술기: 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한국 대중 음악 명반 100(공저)’ 저자
임희윤 문화평론가 - 현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 ‘예술기: 예술과 기술을 이야기하는 8인의 유니버스’ ‘한국 대중 음악 명반 100(공저)’ 저자

그들이 ‘군백기(軍白期)’를 끝내고 마침내 거의 4년 만에 돌아왔다. BTS, 방탄소년단이다. K-팝 최대어이자 K-컬처 열풍의 선봉장. 3월 20일 발매한 앨범 ‘ARIRANG’과 그 타이틀곡 ‘SWIM’은 미국과 영국의 차트 정상을 두루 휩쓸면서 화려한 콘페티를 먼저 터뜨리고 시작했다.

이제 월드 투어다. K-팝 역사상 최대 규모의 세계 순회공연이다. 23개국 34개 도시, 총 82회 공연이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4월 9·11·12일 경기 고양종합운동장을 시작으로 아시아, 북미, 유럽, 남미, 오세아니아를 두루 돈다. 입장권과 관련 상품 매출만 해도 2조원이 넘을 것이란 추산이 벌써부터 나온다. 간접적인 경제 효과까지 합치면 수십조원에 이를 거라는 전망도 국내외 기관에서 나오고 있다.

앞다퉈 나오는 여러 전망 가운데는 ‘세계 최대어’ 테일러 스위프트의 ‘디 에러스 투어’ 와 비교도 있다. 스위프트가 2023년 3월부터 2024년 12월까지 총 149회에 걸쳐 진행한 이 순회공연은 롤링 스톤스, U2 등이 진행한 역사적 투어를 제치고 단일 투어 사상 최대 매출 1위에 올랐다. 스위프트가 오랜만에 무대로 돌아와 활동 시기별 대표곡을 다 불러주는 투어였기에 스위프트의 열성 팬덤, 즉 스위프티가 총출동해 따라다니고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결국 스위프트는 이 투어의 화제성으로 ‘타임’ 선정 ‘올해의 인물’에 최초로 단일 가수로서 선정되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렇다면 이 대단한 투어에 BTS가 도전장을 내밀 만하다는 말인가. 일단 공연 횟수에선 스위프트가 앞선다. BTS가 82회, 스위프트가 149회이니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미 파워’가 ‘스위프티 파워’를 앞선다는 평이 나온다. 일당백의 아미 파워가 횟수를 뛰어넘는 경제 효과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英 일간 가디언 “스위프트, BTS에게 잠시 자리 내줘야”

이와 관련해 영국 일간 가디언은 올해 초 ‘K-팝 슈퍼 그룹 BTS, 투어로 미국 경제 호황 촉발 전망’이라는 기사에서 “스위프트는 잠시 자리를 내줘야겠다”면서 “이제 또 다른 음악적 현상이 북미를 휩쓸 준비를 하고 있으며, 경제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수백억달러(수십조원)의 경제활동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테일러노믹스, BTS노믹스는 스위프티와 아미가 가진 ‘카라반형 팬덤’ 경향에서 나온다. ‘우리 도시에 왔으니 우리 집에서 밥 먹고 전철 타고 공연장 가서 보고 온다’는 식의 정주형 팬덤도 있지만, 다수의 콘서트나 거의 모든 공연을 장거리 비행이나 숙박까지 각오하며 따라다니는 열성적인 이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카라반 파워에서 BTS는 스위프트를 능가할 가능성이 있다. 일단 BTS 팬덤은 고령화 추세다. 최근 서울에서 만난 그레이스 카오 예일대 사회학 교수는 “50대 후반인 내 또래 미국 친구 중에 K-팝과 BTS에게 새롭게 빠져드는 이가 몇 년 새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면서 “BTS 미국 공연에 가보면 관객의 주류는 아직 20~40대이지만 70~80대에 이르기까지 장년층 비중이 매우 높다. 물리적으로 공연을 따라다닐 경제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전문직 여성이 많다”고 귀띔했다.

BTS는 한국에서도 생각보다 높은 연령대에서 관심도, 호감도가 높다. 최근 데이터 테크 기업 아이지에이웍스가 3월 21일 BTS 컴백 공연 당일 서울 광화문 반경 1㎞ 내에 유입된 16만3964명을 성·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40대 여성 비중이 21.79%로 가장 높았다. 2위는 40대 남성(13.3%), 3위는 50대 여성(12.15%)이었다. 2024년 한국갤럽 조사에 따르면, ‘최고의 국민 가수·그룹’을 묻는 설문에 BTS에게 가장 높은 지지를 보낸 연령대는 40대(53%)였다.

카라반 경향은 공연 예정지 면면을 봐도 높을 듯하다. BTS는 이번에 이전 투어에서 들르지 않았던 도시에서 처음 공연을 여는 경우가 많다. 이를테면 BTS 북미 투어 첫 단추에 해당하는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 텍사스주 엘 패소는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 이미 북미는 물론 중남미에서도 이들 지역으로 향하는 아미가 많은 것으로 예측돼, 이 ‘미들급’ 도시에 오랜만에 막대한 관광 경제 효과가 창출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2026년 3월 20일, BTS 새 앨범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영국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는 HMV 매장에 모인 BTS 팬 ‘아미’. /사진 로이터연합
2026년 3월 20일, BTS 새 앨범 ‘아리랑’ 발매를 기념해 영국 런던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있는 HMV 매장에 모인 BTS 팬 ‘아미’. /사진 로이터연합

월드 투어 3분의 2는 북미·아시아 집중

다만 ‘국뽕’에 따른 착시 효과는 주의해야 한다. 탬파, 엘 패소에서 보듯 ‘BTS노믹스 수십조원 경제 효과’가 바로 대한민국에 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해외 투어 도시에 가져올 항공, 숙박, 식음료, 관광 등의 효과는 당연히 현지에서 발생해 현지 경제를 활성화한다.

참고로, BTS 월드 투어가 진행될 5개 대륙 중 가장 공연이 많이 집중되는 곳은 북미와 아시아(각 28회)로, 합치면 3분의 2가 넘는다. 스위프트는 투어 거의 절반(71회·47.6%)이 북미에 집중됐다. 자국(미국) 공연 비중이53회로, 3분의 1을 넘었다. 반면, BTS는 자국(한국) 공연이 총 5회로 5.1%에 그친다.

물론 아미가 BTS ‘발상지’를 찾는 한국행에 대한 관심은 폭증한 상황. 글로벌 숙박 플랫폼 호텔스닷컴에 따르면, 올 초 BTS 투어 계획 공개 뒤 48시간 동안 해외에서 서울로 향하는 여행 검색량은 155%(이하 직전 주 대비), 부산행 검색량은 23배 증가했다. 특히 부산 공연(6월 12·13일)에는 BTS와 아미의 최대 기념일인 데뷔일(6월 13일)이 포함돼 있어 ‘성지순례’ 행렬은 공연 티켓을 구하지 못한 해외 아미에게도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BTS노믹스는 이제 시작이다. 4년 만의 복귀에도 흔들림 없는 팬덤 규모와 충성도는 이미 음원, 음반 차트에서 확인됐다. 4월 9일 경기 고양에서 출발하는 세계 일주가 또 어떤 새 기록을 만들어낼지 기대된다. 

임희윤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