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북서부 니더작센주에 있는 오스나브뤼크는 ‘평화의 도시’로도 불립니다. 유럽 역사상 가장 참혹했던 30년 종교전쟁을 1648년 종식시킨 두 개의 조약이 체결된 곳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이곳에 있는 폭스바겐 자동차 공장이 무기 생산 방안을 이스라엘 방산 업체와 협의 중이라며 2300명의 일자리를 위해서라고 보도했습니다. 2027년 폐쇄될 운명인 이 공장이 인수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최근 호황을 누리는 방산업을 통해 생존 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번 커버스토리 ‘방산·AX(AI 전환)로 돌파구 찾는 유럽 최대 엔진 獨 경제’는 2023년부터 2년간 마이너스 성장, 2025년과 올해 0%대 성장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는 독일의 저성장 위기 원인과 대응을 조명합니다.
독일 경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2026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등 전쟁발 에너지 쇼크뿐 아니라 독일 기업이 주도해 온 기계 장비 등 자본재에서도 중국 기업의 약진이 만들어낸 차이나 쇼크를 동시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나 미국의 공격, 중국의 약진은 독일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환경 변화입니다. 문제는 그런 변화에도 견딜 맷집을 키우지 못했다는 데 있습니다. 러시아 에너지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중국을 시장으로서만 지나치게 기댄 경제 체질이 에너지 쇼크와 차이나 쇼크에 취약함을 드러낸 것입니다.
독일은 전쟁으로 커진 방산에서 성장 동력을 찾는 한편, 전통 제조업의 축적된 데이터를 AI와 결합해 AX에 속도를 내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습니다. 에너지 다원화도 경제 체질 강화의 일환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표현되는 고도성장을 이룬 독일은 한국전쟁 이후 한강의 기적을 일군 한국의 경제구조와 닮았습니다. 제조업이 강하고, 수출로 성장해 왔고, 에너지를 수입에 의존하고, 중국 기업과 경쟁이 격화하는 현실이 그렇습니다. 독일에서는 2022년 대중국 무역 적자가 전년의 두 배를 웃돌면서 차이나 쇼크발 위기론이 부각됐고, 한국도 2023년부터 중국과 교역에서 3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습니다.
방산과 AX, 에너지 다원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양국이 협업을 통해 라인강의 기적과 한강의 기적 2.0을 나란히 만들어낼 수 있길 기원합니다.
사스포칼립스, 위기보다 기회가 더 클 듯
앤트로픽의 ‘클로드 코워크’ 출시와 함께 제기된 사스포칼립스(SaaSpocalyps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종말) 담론을 흥미롭게 읽었다. AI가 기존 소프트웨어(SW)를 집어삼킬 것이라는 공포가 크지만 AI는 오히려 강력한 ‘보조 엔진’이 될 수 있다. 범용 AI가 복제하기 힘든 전문 규제와 폐쇄적 데이터가 있는 기업에 는 고객을 묶어 두는 독보적인 기회가 될 것 같다.
-김진우 IT 전략 기획자
데이터 주권과 사용자 접점 사수 필요
SaaS(Software as a Service·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생존의 핵심 열쇠는 결국 데이터 주권과 사용자 접점 사수라는 데 동의한다. 초거대 AI가 모든 업무를 처리하면서 SaaS가 단순히 데이터만 제공하는 ‘백엔드 시스템’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지적에도 공감한다. 채널톡과 세일즈포스의 전략은 모든 SW 기업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생존법 같다.
-이소윤 대학원생
성과 중심의 SaaS 2.0 시대 온다
AI가 노동력을 직접 대체하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계정당(per-seat) 과금’ 체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분석이 인상적이다. 인터콤이 성과 기반 과금을 도입하는 모습은 SaaS의 본질이 ‘도구’에서 ‘결과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SW 산업이 기업의 핵심 이익을 창출하는 ‘엔드 투 엔드’ 엔진으로 재정의돼야 할 시점이다.
-정민석 벤처캐피털 심사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