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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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 연세대 경영학·법학, 베이징대 법학 박사, 사법연수원 33기, 전 법무법인 율촌 상하이 대표처 대표

한국 기업의 기술자들이 중국 기업으로부터 고액 연봉을 받고 스카우트된 뒤 기술을 빼돌리다가 적발됐다는 뉴스는 잊을 만하면 한 번씩 등장한다. 이런 보도를 보면 우리 기술만 일방적으로 중국에 유출되는 것 같지만, 반대로 최근에는 중국 기업이 한국 기업이 자사의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며 법적 대응을 원한다고 상담을 의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한국과 중국이 왕래하는 과정에서 서로의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은 자연스럽고 장려할 일이다. 다만 그 과정에도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이 있으니, 그 대표적인 예가 한국의 영업 비밀에 해당하는 중국의 상업 비밀이다. 

중국의 반부정당경쟁법은 일찍이 일반에 알려지지 않았고 상업적 가치가 있으며, 권리자가 필요한 비밀 보호 조치를 한 기술정보와 경영 정보 등 상업 정보를 상업 비밀로 규정해 왔다(제9조). 이러한 상업 비밀 보호의 근거법인 반부정당경쟁법에 더해,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새롭게 등장한 사회현상에 발맞춰 상업 비밀보호규정(商業秘密保護規定․이하 본 규정)을 제정하고, 6월 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이와 동시에 1995년 공포된 ‘상업 비밀 침범 행위 금지에 관한 약간의 규정’은 폐지된다. 과거 상업 비밀에 관한 규정이 침해 금지라는 소극적 방어에 무게를 뒀다면, 본 규정은 데이터 시대에 부합하는 적극적인 보호 체계로 패러다임을 전환했다. 

본 규정의 주된 내용을 살펴보면, 최고인민법원의 관련 사법해석과 마찬가지로 기술정보의 범위에 데이터, 알고리즘, 컴퓨터 프로그램, 코드를 포함했다(제5조). 또 생산·경영 활동 과정에서 축적한 단계별 성과는 물론 실패한 실험 데이터와 기술 방안도 상업적 가치가 있는 정보로 보고 상업 비밀 보호 범위에 포함했다(제7조). 이는 상업 비밀이 반드시 완성돼 상용화됐거나 실용성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고, 권리자에게 상업적 이익을 주거나 경쟁상 우위를 제공할 수 있다면 보호 범위에 포함해 권리자의 권익을 확대하려는 취지다. 나아가 재택근무와 다국적 공동 작업이 증가하는 현실을 반영해, 원격 업무 과정에서 활용되는 역할 기준 접근 권한(Role-Based Access Control), 데이터 난독화, 작업 일지 기록 등도 상업 비밀 보호를 위한 기술적 조치에 포함했다(제9조). 과거에는 없던 상업 비밀을 담은 새로운 매개체의 등장에 맞춰 보호 대상의 범위는 넓히고, 비밀을 지키기 위한 수단도 다양화했다.

사람 사이뿐 아니라 국가 간 관계에서도 말 할수 없는 비밀은 존중하고 지켜주는 것이 마땅하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과 중국이각자의 영업 비밀과 상업 비밀의 경계를 분명히 하고, 그에 맞는 방어 조치도 취해야 한다. 

그러나 두 나라의 협력이 깊어질수록 어떤 상업 비밀은 서로 숨김없이 공유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러한 나눔이 선을 넘어 침해의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면, 사업상 신뢰의 붕괴는 물론, 행정 제재, 심하면 간첩법 등 형사처벌, 거액의 민사상 책임까지 수많은 법률적 후과를 동반하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 앞으로 한국과 중국이 한 단계 더 건설적인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협력과 침해의 경계에 놓인 상업 비밀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다룰 것인지가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허욱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