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장면. /사진 Fox Searchlight Pictures
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장면. /사진 Fox Searchlight Pictures
김규나 -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김규나 -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작가는 상상력으로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타인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는 사람이다. 소설가 앞에 서면 사람들은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생의 비망록을 꺼내 놓고 싶어 한다. 자기 삶이 얼마나 굴곡진 드라마였는지, 그 안에 얼마나 극적인 사연이 웅크리고 있는지를 작가라는 목격자에게 증언하길 원한다. 그것은 어쩌면 제삼자의 눈으로 객관화해 마침내 자기 생의 당당한 주인공이 되고 싶은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일지 모른다.

1968년, 슬럼프에 빠져 있던 작가는 여행을 떠났다가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주인, 무스타파 제로를 만난다. 유럽의 최고 부호였지만 그는 자기 호텔을 찾을 때면 욕실조차 없는 작은 다락방에 머문다. 작가는 궁금하다. 왜 그는 화려하고 안락한 방을 마다하고 굳이 초라한 방을 고수하는가. 작가와 마주 앉은 제로는 자기 인생을 굽이굽이 펼쳐놓는다.

세계대전의 기운이 감돌던 1932년, 전설적인 지배인 구스타브는 엄격한 관리와 정중한 서비스로 호텔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었다. 진한 향수를 뿌리고 제복을 깔끔하게 차려입은 그는 우아한 태도로 고객과 직원을 대했다. 그의 입에선 늘 점잖은 말과 아름다운 시어가 쏟아져나왔다. 그는 ..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주 금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