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 고율 관세정책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훼손 우려가 맞물리며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에 대한 불안이 현실로 표면화하고 있다. 2025년 1월 초 109선이었던 달러인덱스는 지난 4월 상호 관세 발표 직후 100 아래로 떨어졌고, 2025년 상반기에만 10.7% 하락했다. 2026년 2월 말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지정학적 안전 자산 수요가 일시 반등을 이끌었지만, 4월 13일(현지시각) 기준 달러인덱스는 98.44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25년 1월 고점 대비 약 10% 내려앉아 있는 상태인 셈이다. 위기 때마다 달러와 미 국채로 몰리던 ‘안전 자산 공식’이 깨진 것이다. 자금의 이동 방향도 달라지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은 달러 대신 금 매수로 돌아서고 있다. 2025년 상반기에만 23개국 중앙은행이 금 보유량을 확대했으며, 합산 매수 규모는 약 410t에 달했다. 중국과 인도, 폴란드, 우즈베키스탄이 주요 매수국에 이름을 올렸다. 글로벌 외환보유액에서 금 비중은 약 20%를 넘어 달러 다음 자리를 차지했다. 미국의 2대 채권국인 중국은 미 국채 보유량을 2013년 정점인 1조3000억달러에서 8000억달러(약 1192조원) 수준으로 38% 줄였다. 러시아와 인도는 일부 원유 거래를 위안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공)는 달러 중심 질서의 대안을 공식 논의 중이다. 여기에 중동발 충격이 더해졌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이란이 ① 호르무즈해협의 봉쇄를 선언하면서 개전 직후 배럴당 58~60달러 수준이던 브렌트유는 한때 110달러를 돌파했으며, 협상 기대감에 95달러 선으로 내려왔지만, 골드만삭스는 사태가 10주 이상 장기화할 경우 배럴당 140~160달러로 유가가 폭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필자는 이 흐름을 단순한 시장 변동성이나 일시적인 지정학 리스크로 보지 않는다. 그는 로마 데나리우스(Denarius)의 몰락이라는 역사적 거울을 들어 네로 황제가 전쟁 비용과 과잉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주화의 은 함량을 낮추기 시작하면서 제국의 통화 신뢰가 무너진 것처럼 오늘날 미국도 재정 팽창·법치 훼손·1인 지배의 그림자라는 내부 균열 속에서 달러 패권의 토대가 서서히 허물어지고 있음을 경고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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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의 글로벌 위상이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전문가 집단은 달러의 전망을 가늠하기 위한 실마리를 이전 기축통화였던 영국 파운드 스털링에서 찾았다. 경기 침체와 과중한 부채, 1956년 수에즈 사태 같은 무모한 지정학적 모험이 겹치면서 파운드의 국제적 지위가 무너진 전례 말이다. 
배리 아이켄그린 - 미국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 자문위원
배리 아이켄그린 - 미국 UC 버클리 경제학 교수, 미국 예일대 경제학 박사, 현 전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정책 자문위원

시야를 넓혀보면, 17~18세기 네덜란드 길더(Guilder), 14~15세기 피렌체 플로린(Flo-rin), 더 거슬러 올라가 고대 로마의 은화 데나리우스 등과 같은 실로 유구한 국제통화의 역사에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최초의 진정한 국제통화는 로마의 데나리우스라고 할 수 있다. 데나리우스 은화 매장물(hoard)은 옛 로마제국 영토 곳곳은 물론, 인도와 스리랑카를 거쳐 중국에 이르는 실크로드 일대에서도 발견됐다. 이 매장물이 묻힌 시기는 아시아 각지 상품이 유럽에 도착한 시기와 정확히 맞아떨어진다. 로마 관리는 교역을 관장하고, 막강한 군사력이 이를 뒷받침했으며, 안정적이고 균일한 화폐가 거래를 매개했다. 품질 보증을 위해 오직 로마 당국만 은화와 금화를 주조할 수 있었다. 주화 발행은 원로원 소관이었고, 원로원 의원은 조폐를 감독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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