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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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필자가 재직 중인 대학 연구실의 공기는 유독 무겁고도 치열했다. 수업 시간에 두 학생이 연달아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23번’과 로베르트 슈만의 ‘판타지(Op.17)’를 연주하고 갔기 때문이다. 학생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를 갈무리하며, 필자는 오래전 유학 시절 이 곡과 씨름하던 내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다 문득 한 가지 공통점에 시선이 머물렀다. 두 작품 모두 ‘열정’이라는 단어를 그 핵심에 품고 있다는 사실이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에는 ‘열정(Appassionata)’이라는 이탈리아어 부제가 붙어 있다. 사실 이 부제는 베토벤 사후에 출판업자가 붙인 것이지만, 이 곡의 휘몰아치는 화음과 음형이 내뿜는 폭력적인 감정의 분출을 경험한 이라면 누구나 이 명칭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베토벤의 제자 카를 체르니는 이 곡을 두고 ‘폭풍우 치는 밤의 바다, 멀리서 들려오는 구조 요청’이라고 묘사했다. 1804년쯤, 청력 상실이라는, 음악가에게는 사형 선고와도 같은 증세를 마주하고 ‘하일리겐슈타트 유서’를 쓴 직후의 베토벤에게 열정은 찬란한 환희가 아니라 운명의 소용돌이에서 터져 나오는 처절한 비명이었을 것으로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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