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계약의 감독, 전세 대출 보증의 폐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1% 보유세의 도입. 이 세 가지만 제자리에 놓이면, 주택 가격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럼 각종 토지거래허가구역 설정, 청약 규제, 보복성 세무조사 등 여타 강압적인 수단도 불필요하다. 문제의 근본을 가리고 있는 첫 매듭에 차분히 손을 댈 수 있는 위정자를 간절히 기다린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 연합뉴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현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현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정책에는 엄연히 순서가 있다.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했던 정책은 그 선의에도 불구하고, 혼란스러운 상충 작용을 불러왔다. 과거 정부는 좌우를 가리지 않고 항상 메가톤급 폭탄식 올인원(all-in-one) 대책을 보였다.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정부는 종합 선물 세트를 풀어내듯 대책을 쏟아내곤 한다. 주택 담보대출(주담대) 규제,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재건축의 완화 혹은 억제, 전세 보증의 강화, 특별 공급의 확대, 보유세의 지엽적 손질 등 하나하나를 꺼내 펼쳐 놓고, 저마다의 논리와 명분을 갖춘다. 부처 회의실에서 각 정책 담당자는 자기 과제가 왜 긴요한지를 능히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을 한 상자에 담아 일시에 풀어놓는 순간, 논리는 서로를 갉아먹고 명분은 충돌한다. 대출을 죄어 수요를 누르는 정책이 움직일 때 공급을 늘려 시장을 달래겠다는 다른 정책은 헛발질할 수밖에 없다. 양도세를 올려 퇴로를 막으려면, 시장은 잠시 몸을 움츠리며 칼날을 피해 간다. 온탕과 냉탕을 번갈아 오가는 혼탁 속에서 국민은 방향을 읽지 못해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중산층은 평생 꿈을 잃은 자의 표정으로 정부를 응시한다. 부동산 정책이 정권 교체의 은밀한 도화선이 돼 온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2025년 10월 15일 정부가 발표한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도 그 전형적인 사례다. 서울 전역 25개 자치구와 경기 12곳을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꺼번에 묶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70%에서 40%로 단숨에 끌어내렸으며,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가산 금리를 3%로 올렸다. 여기에 전세 대출의 이자 상환분까지 DSR 한도에 끌어들였다. 다주택자의 취득세는 최대 12%, 양도세는 최대 30%포인트 중과로 재조정됐고, 1주택자에게는 ‘2년 실거주’의 의무가 새로 얹혔다. 재건축 조합원의 지위 양도 금지, 주담대 위험 가중치 조기 상향, 부동산 불법행위 감독 기구 신설까지 대출, 세제, 청약, 정비 사업, 금융 감독이라는 화려한 패키지가 선사됐다. 8·31대책(2005년), 11·3대책(2016년), 8·2대책(2017년), 9·13대책(2018년), 6·17대책(2020년) 등 모두 예외 없이 그러했다. 

이런 맥락상의 혼란은 문제의 근원을 알지는 못한 채 임시로 현실을 덮기 위한 조급증 탓이다. 물론 거래를 묶어 장기적 우상향을 일부러 조장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사태가 커 보일수록 정부는 모든 수단을 동시에 꺼내 드는 쪽을 택한다. 힘만 잔뜩 들어간 주먹으로 시장을 움켜쥐려 하면 사실 모래처럼 다 빠져나가서 손아귀에 남는 건 없다. 그럼에도 정책 설계자는 종합 선물 세트를 청와대에 가져가기에 바쁘고, 그럴싸해 보이는 정책 패키지를 자화자찬하기에 바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문제가 발생한 근본 원인을 봐야 한다. 근본에 손을 대지 않는 정책은 한낱 눈 가리고 아웅에 불과하다.

첫째는 시세 조작의 고리다. 등기 이전의 단순 계약만으로 시세가 공시되고, 취소돼도 그 허위의 자국이 실거래가 기록에 고스란히 남는 현행 구조는 시장을 거짓말의 온실로 만들어 왔다. 특정 단지의 한두 건 허위 계약이 인근 수백 가구의 담보 가치를 끌어올리고, 금융기관은 그 거짓말을 기쁜 마음으로 담보 삼아 대출 실적으로 내고, 풀린 돈은 다시 거짓말을 키운다. 이 악순환은 자기 증식형 기계처럼 작동한다. 혹자는 부동산감독원 설립을 언급하는데, 일회성 감독과 표적 단속으로 다룰 사안이 아니다. 가짜 계약이 등재되지 않도록 등기와 실거래가 공시의 연결을 재설계하지 않고서는 어떤 처방도 미봉책에 그친다.

둘째는 전세 대출이다. 담보 없는 대출을 보증 기관이 경쟁적으로 떠맡아온 이 기형적 구조야말로, 지난 수년간의 시세 부풀리기를 가능케 한 연료였다. 임차인의 보증금으로 매입 자금을 조달하고, 그 보증금은 다시 낙하산 기관장이 가득한 공적 보증 기관이 뒷받침하는 구조. 이것은 시장의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제도가 만들어낸 인위적 레버리지이며, 자본이 투입되지 않은 구매력을 허공에서 빚어낸 연금술이다. 사실 해결책은 보증을 거두는 것만으로도 족하다. 이를 끊으면 세입자가 다친다고 하는데, 정작 세입자를 가장 깊이 다치게 해온 것은 다름 아닌, 과열된 전세 대출이 밀어 올린 전세가 및 이와 연동된 매매가 그 자체였다.

셋째는 예측 가능하고 단순한 1% 보유세 도입이다. 시세에 비례해 부담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무리한 호가 띄우기가 제 발등을 찍게 하는 장치가 바로 보유세다. 부담 가능한 수준에서 시세가 조정되므로 그 안정 효과는 여느 정책보다 크고 지속적이다. 더구나 양도세가 ‘거래의 순간’이라는 일회적 과세만 겨냥한다면, 보유세는 매년 꾸준한 보유에 대한 대가를 요구한다. 게다가 지방세로 전환해 걷힌 재원이 해당 지역의 학교·도로·공원으로 환류된다면, 관리비처럼 인식돼 조세 저항 또한 한결 누그러들 것이다.

이 세 가지 기둥이 바로 서면, 나머지 요란한 수단은 모조리 쓸모없어질 것이다. LTV와 DSR로 대표되는 담보대출 규제도 마찬가지다. 담보 가치가 스스로 조정되는 시장에서는 금융기관이 알아서 고삐를 죈다. 은행도 먹고살자고 하는 건데, 언제까지 그 관치 금융 창구 지도에 고분고분 따르겠는가. 가장 많이 고려되는 양도세 중과는 더욱 위험하다. 매물 잠김을 불러 기존 투자자의 퇴로를 봉쇄해 오히려 시세의 하향 안정을 가로막고 있음을 확신한다. 사실 투기꾼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시세 하락인데, 그 단죄라는 목적조차 이루지 못한 채 매물만 마른다. 문재인 정부의 실기가 증언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거론되는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 폐지 역시 양도세 정책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폐지 직전까지는 일시적 매물 압력으로 작용하겠으나, 그 이후에는 다시 매물 잠김으로 회귀할 공산이 크다. 

재건축·재개발을 통한 신규 공급 대책 발표도 효과 면에선 그다지 크지 않다. 어차피 한 정권의 임기 안에 완수할 수 없는 과업이며, 원자재 공급망의 교란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으로 분담금이 치솟아 실현 가능성마저 작다. 10년 뒤에나 가능한 공급을 내세워 오늘의 거품이 가라앉기는 어렵다.

요컨대 구조적 거품 형성의 압력을 그대로 둔 채, 그 거품에 정부가 숟가락을 얹어 ‘환수’하겠다는 양도세, 시세라는 허구 위에 덧씌우는 ‘대출 규제’, 먼 훗날의 ‘공급 약속’으로 지금의 고통을 달래려는 미봉책은 단언컨대 모두 실패한다. 

가짜 계약의 감독, 전세 대출 보증의 폐지, 단순하고 예측 가능한 1% 보유세의 도입. 이 세 가지만 제자리에 놓이면, 주택 가격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다. 그럼 각종 토지거래허가구역 설정, 청약 규제, 보복성 세무조사 등 여타 강압적인 수단도 불필요하다. 문제의 근본을 가리고 있는 첫 매듭에 차분히 손을 댈 수 있는 위정자를 간절히 기다린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