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2월 28일(이하 현지시각)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에 대항해 세계경제의 가장 민감한 혈 자리인 호르무즈해협을 전면 봉쇄하자 지구촌은 유례없는 공급망 재앙에 직면했다. 전 세계에 공급하는 석유, 액화천연가스(LNG), 비료의 상당 부분이 지나는 이 핵심 물길이 막히자 국제금융시장은 즉각 패닉에 빠졌다. 개전 직전 배럴당 58~60달러 선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브렌트유는 봉쇄 직후 수직 상승해 단숨에 110달러를 돌파했다. 4월 21일 기준, 유가는 휴전에 대한 실낱같은 기대로 95달러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골드만삭스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유가가 최고 16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공포 섞인 시나리오를 내놨다. 호르무즈해협 봉쇄 같은 물리적 타격은 국제통화기금(IMF)이 경고한 ‘전 세계적이면서도 비대칭적인 단절’을 현실화했다. 중동발 에너지 쇼크는 단순한 가격 상승을 넘어 국가 간 생존 격차를 잔인하게 폭로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 유럽의 수입 의존 경제는 치솟는 연료 및 식량 가격과 싸우는 동시에, 대외 신인도 하락에 따른 채권 스프레드 확대와 신용 등급 강등이라는 금융 경색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던 유럽의 체질을 강제로 바꿨다면 2026년의 ‘호르무즈 쇼크’는 석유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에 생존을 위한 에너지전환을 강요하는 ‘아시아판 우크라이나 모멘트’가 된 것이다. 필자는 이런 극심한 위기 상황에서도 선제적 투자로 강력한 경제 방어벽을 구축한 국가 사례에 주목한다. 그는 “국가의 취약성을 결정짓는 것이 무역수지 같은 외형적 지표가 아니라, 과거에 내린 구조적·정책적 선택에 있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가 국부 펀드를 통해 재생에너지와 저탄소 기술 등으로 신속히 전환한 사례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에너지 체계의 자율성을 확보하고 국제 원자재 시장과 내수 경제 사이에 두꺼운 완충장치를 구축하는 나라만이 다음 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전 세계적이면서도 비대칭적인’ 단절이라부르는 사태를 촉발했다. 전 세계 석유의 약 4분의 1, 액화천연가스(LNG)의 5분의 1, 비료 공급의 3분의 1이 흐르던 물길이 막히면서 에너지와 비료 가격이 치솟고 공급망이 재편되고, 금융 여건이 국가마다 불균등하게 경색되고 있다. 아시아·아프리카·유럽 일부 국가의 수입 의존 경제가 가장 강한 타격을 받았으며, 많은 국가가 채권 스프레드 확대와 신용 등급 강등에 직면해 있다. 각국 중앙은행이 치솟는 연료·식량 가격에 대한 대응을 저울질하는 가운데 전 세계 금리 상승은 개발도상국에 남아 있던 얼마 안 되는 재정· 정책 여력마저 옥죄고 있다.
‘호르무즈 쇼크’는 경제적 취약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동시에 또 다른 사실을 조명한다. 각국이 충격을 흡수하는 방식에 극명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산유국이냐 수입국이냐는 더 이상 핵심이 아니다. 진짜 차이는 에너지 충격에 고스란히 노출된 나라와 일찍이 회복력을 갖춰 놓은 나라 사이에 있다.
스페인의 재생에너지 혁명은 에너지전환이 어디까지 가능한지를 가장 뚜렷하게 보여준다. 풍력발전과 태양광발전의 급속한 성장 덕분에 전력 가격이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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