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TS(방탄소년단)’라는 이름은 컬처 아이콘 이상의 경지에 오른 듯하다. BTS는 하나의 고유한 장르가 됐고, 국적이나 지형적 틀에 한정되지 않는다. 그들은 동시대 청춘의 결핍과 열망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서구 중심 주류 문화를 해체하고 재구성했다.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시작된 진동을 세계 문화 문법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BTS는 21세기 인류가 공유하는 강력한 ‘소프트파워’의 상징이 됐고, 언어와 인종의 벽을 허문 하나의 시대정신으로 추앙되고 있다.
3월 21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광장이 BTS의 상징 색인 보랏빛으로 물들었다. 북악산을 넘어 경복궁으로 향하는 드론 샷으로 막이 열리고, 무대 위 50명의 댄서가 양옆으로 갈라지며 BTS가 등장했다. 3년 9개월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그들에게 환호가 쏟아졌고, 이 기념비적인 컴백 무대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 넷플릭스로 생중계됐다.
오프닝도 그 자체로 하나의 패션 필름이었다. BTS 멤버는 경복궁 근정문부터 흥례문을 거쳐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왕의 길(Royal Road)’을 걸어 무대로 등장했다. 댄서 50인, 아리랑국악단 13인과 함께 연출한 오프닝은 전통문화와 현대 퍼포먼스의 조화로 시선을 압도했다. 전체적인 안무와 디렉팅은 세계적인 공연 연출가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과 빅히트뮤직의 퍼포먼스 팀이 협력한 창작품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BTS 컴백 무대는 패션 런웨이가 됐다.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지상 최대 패션쇼를 책임진 건, 송지오의 아들 송재우(Jay Song)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이끄는 하이엔드 컨템포러리 브랜드 송지오(SONG-ZIO)다. ‘서정적 갑옷(LYRICAL ARMOR)’을 메인 테마로 창조된 BTS × 송지오(SONG-ZIO) 협업 패션은 조선 전기 전사가 전장으로 향하며 입었던 견고한 갑주(甲冑)에서 구조적 영감을 얻었다. 송지오는 격동의 역사를 몸소 겪으며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나가는 BTS를 ‘신(新)영웅’으로 규정하고, 현대적 갑옷으로 재창조했다고 설명했다. 깃의 곡선을 살린 재킷, 은은한 광택의 실크 소재와 대조를 이루는 가죽 그리고 노리개를 형상화한 메탈릭 액세서리는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명제를 완성하고자 했던 BTS와 송지오의 깊은 고민을 느끼게 한다. 동시대적인 쿨함을 장착한 새로운 형태의 ‘코리안 시크’를 제시했다.
광화문 이후 뉴욕 컴백 무대에서는 한복 브랜드 ‘리슬’의 황이슬 디자이너가 제작한 한국적 장신구를 웨스턴 룩과 재조합한 또 다른 코리안 시크를 보여주었다. BTS 월드 투어 의상은 다시 송지오가 맡을 예정인데, 태극기를 재해석한 무대 커스텀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혀,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지금 지구상에서 가장 파워풀한 팬덤을 거느린 BTS는 음악을 뛰어넘어 글로벌 패션 신에서도 절대 권력을 펼치고 있다. 그 영향력은 각 멤버의 앰배서더 라인업이 증명한다. 제이홉은 루이비통, 뷔는 셀린느와 까르띠에, RM은 보테가베네타, 지민은 디올과 티파니, 진은 구찌와 프레드, 슈가는 발렌티노, 정국은 발렌티노와 위블로의 글로벌 앰배서더다. 2026년 봄·여름 시즌 패션위크 기간에 7인의 멤버가 창출한 미디어 가치(EMV· Earned Media Value)는 총 3900만달러(약 581억원)로 평가된다.
무엇보다 스타일 아이콘으로서 BTS 가치를 높인 매력은 한 팀임에도 각기 다른 개성의 패션 추구다. 그 다채로운 패션 스펙트럼이 BTS를 아이돌 그룹 이상의 글로벌 스타일 아이콘이자, 세계 최고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로 존중받게 했다.
BTS의 막내 정국은 화려한 존재감으로 그 어떤 공간에서도 시선을 압도한다. 언더커버, 라프 시몬스의 아우터웨어를 즐겨 입는가 하면, 구찌와 프라다의 버튼업 셔츠로 캐주얼함에 위트를 더하기도 한다. 팀의 맏형인 진은 ‘월드와이드 핸섬’이라는 수식어에 맞는 스타일을 보여준다. 오버사이즈 아우터웨어를 주로 즐기며, 때로는 과감하게 핑크를 선택해 자기만의 색깔을 표현한다. 슬라이드 샌들에 데님 팬츠, 그 위에 얹힌 파스텔 톤 재킷을 매치하는 듯, 절제미 속에 트렌디한 요소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감각이 뛰어나다.
슈가의 미학은 블랙이다. 블랙 가죽 바지 위에 블랙 셔츠, 그 아래 블랙 데님처럼 솔리드 컬러 하나로 다양한 질감과 무드를 만들어낸다. 제이홉은 2023년 루이비통 하우스 앰배서더로 공식 발탁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퍼렐 윌리엄스와 긴밀한 파트너십 속에서 브랜드를 대표해 왔다. 동시에 일상에선 파타고니아의 쇼츠에 버킷햇을 매치하거나, 밝은색 아우터웨어로 그 어느 멤버보다 대담하고 유쾌한 조합을 시도한다.
지민은 BTS 중 가장 스타일리시한 멤버로 선정되곤 한다. 그가 착용하는 옷과 신발, 주얼리는 수시로 품절돼, 해외 주요 패션 미디어로부터 지민이 입으면 트렌드가 된다는 평가를 받는다. 뷔는 하이패션에 대한 남다른 감각을 보여준다. 볼드한 컬러의 버튼업 셔츠에 와이드 레그 팬츠, 미니멀한 주얼리와 드레스 슈즈 등으로, 하이 패션 브랜드의 룩북을 패션 스트리트로 옮겨 온 듯한 세련된 스타일로 사랑받는다. 리더 RM은 일본 스트리트웨어에 깊은 애정을 품고 있으며, WTAPS의 아우터웨어와 비즈빔의 데님 쇼츠를 편하게 조합하는 룩을 즐긴다. 실험적이고 지적이며, 그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 언어를 구사한다.
BTS 패션의 가장 강력한 파워는 장르를 해체하는 데 있다. 그들은 젠더 플루이드 패션(Gender Fluid Fashion·남성성과 여성성을 자유롭게 오가는 패션)이 하나의 스타일로 정착하기 이전부터 무대와 일상에서 경계를 허물며 새로운 미학을 제시해 왔다. 멤버 7인 각자가 자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모여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그 흐름이 결국 세계의 유행이 된다. 그것이 세계가 BTS를 스타일 아이콘이라 부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