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옥타는 75개국에 진출한 기업인 7000명의 인적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지방 중소기업의 세계시장 진출을 돕는 실행형 플랫폼으로,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박종범 세계한인경제무역협회(월드옥타) 회장은 최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월드옥타의 가치를 이렇게 설명했다.
월드옥타는 75국에 156개 지회를 둔 글로벌 한인 기업인 네트워크 단체다. 올해로 출범 45주년을 맞았다. 정회원은 약 7000명이다. 기존 명칭이 ‘세계한인무역협회’였다가, 지난해 ‘경제’라는 표현을 더했다.
박 회장은 명칭 변경에 대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기 위한 포석”이라면서 “회원 가입 대상도 확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에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만 가입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대기업 해외 법인장과 전문직에게까지 문을 열었다”고 했다.
월드옥타 설립 목적은 한국 경제 발전 기여, 회원 네트워크 구축 및 친선 도모, 글로벌 한민족 경제 공동체 구현으로 요약된다. 특히 해외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회원의 현장 경험과 현지 정보를 바탕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월드옥타와 지방정부가 함께 개최하는 수출 상담회에서는 대형 수주 계약이 잇따르고 있다. 202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 비엔나’에서는 친환경 자동차 부품 스타트업 지앤티(GNT)가 독일 프레틀그룹과 4600억원 규모의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프레틀그룹은 자동차 전장 기업으로, 독일 보쉬(Bosch)의 1차 벤더사다. 박 회장은 “안동에서 열린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에서도 14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 관련 계약이 체결됐다”며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행사에서도 6억달러(약 8800억원) 규모의 상담과 1억5000만달러(약 2200억원) 규모의 양해각서(MOU)가 성사됐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최근 이란 전쟁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미국발 관세장벽 등으로 글로벌 무역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네트워크 기반 대응 공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경제 예측 가능성이 많이 작아진 만큼 개별 기업이 아닌 네트워크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며 “월드옥타는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회원의 정보와 경험을 연결해 불확실성에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한류(韓流)가 우리 기업의 수출 확대에 기여하고 있는 점도 짚었다. 다만 K-브랜드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모방 제품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한식과 K-뷰티 상품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사 브랜드와 저품질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월드옥타는 10월 중국 선전에서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를 개최할 예정이다. 11월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상과 국내 중소기업의 신시장 진출을 모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다음은 박 회장과 일문일답.
미국발 통상 전쟁 이후 이란 전쟁까지, 세계 속의 한인이 사업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혼돈의 시대다. 월드옥타 회원이 만나서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바로 불확실성이다.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인 기업이 공급망 불안과 물류 비용 상승, 거래 리스크 확대를 동시에 겪고 있다. 어디에 투자해야 하는지, 어떤 시장을 선택해야 하는지, 판단이 어려워졌다.”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글로벌 현장의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개별 기업이 아닌 네트워크 기반 대응이 중요하다. 월드옥타는 세계 현장에서 활동하는 회원의 정보와 경험을 연결해, 불확실성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사업을 하는가.
“봄에는 세계대표자대회와 수출 상담회를 연다. 가을에는 세계한인경제인대회를 개최한다. 최근에는 이 행사를 확장해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로 바꿨다. 우리 기업의수출과 투자, 스타트업까지 연결하는 구조로 발전시키고 있다.”
3월 엑스포에서는 어떤 성과가 있었나.
“서울 강서구에서 열린 이 행사에는 중소기업 240개 사가 참여해 글로벌 바이어와 2400건 이상의 수출 상담을 진행했다. 수출 상담액 규모가 5억9700만달러(약 8829억원)에 달한다. 현장에서 체결된 MOU만 115건, 1억5000만달러(약 2218억원)에 달한다. 월드옥타 네트워크가 실제 구매력을 갖추고 있음을 보여주는 성과다.”
성과 확대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행사에서 성과를 잘 내려면 사전 준비가 중요하다. 월드옥타에선 코리아 비즈니스 엑스포 개최 전 참가 업체를 소개하는 팸플릿을 한영 버전으로 각각 제작해 주요국 상공회의소 등에 전달한다. 분야별 기업 리스트와 연락처를 기재해 두니, 이 엑스포 개막 전에 수출 기업과 바이어 간에 협의와 계약이 차곡차곡 진행된다. 실제 본 행사장에서는 사전 협의해 온 내용을 확약하는 최종 계약식이 진행된다.”
다양한 기관에서 수출 박람회를 개최한다. 월드옥타만의 강점은 무엇인가.
“월드옥타의 설립 목적 중 하나가 ‘대한민국의 경제 영토 확장’이다. 단체가 애국심에서 출발했고, 모든 회원이 애국심으로 가득 차 있다. 개인 사정과 사업적 이유로 외국에나와 있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을 잊지 않고 있다. 또 월드옥타 회원 사업체가 바로 한국 기업의 수출 파트너이기도 하다. 회원으로선 자기가 선택한 기업 제품이 해외에서 잘 팔려야, 본인 사업도 함께 번창한다. 그렇기에 현지 정보를 정확히 전달하려고 하고, 시장 반응도 정확하게 피드백한다. 마케팅도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이런 파트너십을 통해 한국 기업 제품의 품질과 상품성이 발전하는 선순환이 이뤄진다.”
정부 등 공공 영역에서도 다양하게 협업할 수 있을 것 같다.
“회원 한 명 한 명이 민간 대사다. 각국에서 오래 사업을 했기에, 해당 국가와 각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중요한 통상 협상을 체결하거나, 우리 기업의 경영 활동을 저해하는 입법 움직임이 있을 때, 해당 국가의 핵심 오피니언 리더를 만나 우리 측 입장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임기제로 이동하는 대사관이나 코트라 무역관 직원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차원에서도 월드옥타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능을 봐서는 대한상공회의소나 중소기업중앙회처럼 경제 단체의 일원이 돼도 될 것 같은데.
“월드옥타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중추 국가로 도약하는 데 필요한 중요한 한 축이라고 생각한다. 기존의 국내 경제 단체가 산업과 제도 중심 역할을 한다면, 월드옥타는 해외 현장에서 쌓은 실질 경험이 정책에 반영되도록 도울 수 있다. 해외 현장의 시각과 견해가 더해질 때 더 실효적인 정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연장선상에서 현재 K-브랜드의 성장을 위해 제언한다면.
“한식과 K-뷰티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유사 브랜드와 저품질 제품이 늘어나고 있다.해외에서 ‘진달래’ ‘개나리’처럼 우리 단어를 내건 한식당이 형편없는 음식을 내놓는 경우를 자주 본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외국인이 한식을 외면하게 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나 농림축산식품부, 현지 대사관이나 한국문화원이 ‘정통 한식 매장’ 인증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