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타고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삼성전자가 내부 동력을 저해할 수 있는 중대한 노사 갈등에 직면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노조)이 5월 21일부터 6월 7일까지 18일간의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막대한 영업이익을 둘러싼 ‘이익의 주인’ 논쟁이 자본주의의 본질적인 질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파업은 1969년 삼성전자 창사 이래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급격히 세를 불린 노조의 조직력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전자 노조 조합원 수는 지난해 9월 6000명 규모에서 지난 4월 기준 7만5000명을 돌파했다. 불과 반년 사이 임직원(약 12만8000명)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대 조직이 됐다.
노조는 이러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영업이익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고정하고, 연봉 50%인 성과급 상한선을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초과성과인센티브(OPI) 지급 기준을 영업이익 20%로 상향할 것을 요구한다.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 전망치를 고려할 때 노조가 요구하는 ‘영업이익 15% 재원화’ 규모는 약 4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반면, 사 측은 경영 환경 불확실성을 이유로 기존의 경제적 부가가치(EVA) 재원 내에서 보상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호황기에 벌어들인 이익을 차세대 공정 및 연구개발(R&D)에 재투자해야만 생존이 가능하다는 논리다.
업계에서는 18일간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접적인 생산 공백 18조원을 포함해 총피해 규모가 30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추산한다. 위기감이 고조되자, 정부도 이례적으로 목소리를 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삼성전자의 성과는 경영진과 근로자만의 결실이 아니라 주주와 국가, 지역 공동체 모두의 결실”이라며 “한 번 경쟁력에서 밀리면 회복이 불가능했던 인텔과 일본 기업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외신도 이번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로이터는 파업 시 전 세계 정보기술(IT) 산업 전반에 ‘공급 병목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고, 블룸버그는 “노조 요구가 미래 투자 재원과 주주 가치를 저해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격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닛케이 아시아는 AI 패권 경쟁 속 노사 분쟁이 삼성의 장기적 시장 지위를 위협할 수 있다고 했다.
글로벌 경쟁사의 보상 체계는 삼성과 대조를 이룬다. TSMC는 성과급 규모를 노사 협상이 아닌 이사회에서 실적과 재무 건전성을 고려해 독자적으로 책정하며, 주주 관점을 최우선시한다. 반면 구글·메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는 주식 보상(RSU)을 핵심에 둔다. 직원이 주주가 돼 공동체 의식을 갖게 하는 구조다.
현재 삼성전자 주주 구성은 외국인(51%)과 개인(13%), 기관(15%) 등으로 다양하게 얽혀 있다. 특정 주체의 이익만을 위해 투자 재원을 소진하는 것이 장기적인 주주 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이유다
국내 의결권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이번 사태를 ‘한국 자본주의의 중대한 시험대’로 규정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전자 성과급 사태에 있어 ‘파이 나누기’만큼이나 ‘파이 키우기’도 중요하다” 라며 “노조가 사회적 정당성을 얻으려면 호황기의 과실뿐 아니라 불황기의 고통 분담에 대해서도 전향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ㅣ대한상의 회장, '속도'와 '경제 연대' 제시
최태원 "'엔비디아 전략' 카피해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SK그룹) 회장은 4월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중의원연맹 주최 정책 세미나 특강에서 대한민국이 AI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속도’와 ‘경제 연대’를 제시했다. 최 회장은 “불완전하더라도 신속하게 제품을 업그레이드하며 시장을 선점하는 엔비디아 전략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AI 발전의 주요 병목현상으로 자본, 전기, 그래픽처리장치(GPU), 메모리 반도체를 꼽았다. 특히 현재 메모리 반도체의 극심한 공급 부족 상황을 언급하며, 효율적인 메모리 반도체 활용 능력이 곧 AI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에너지를 많이 쓰는 산업이 스스로 전기를 생산해 사용할 수 있는 분산 발전 환경을 조성”할 것을 제안했다.
최 회장은 미·중 사이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한일 경제 연대’를 통한 아시아 유니언 구상을 재차 강조했다. 일본과 협력을 통해 경제 블록을 형성하고, 이를 통해 글로벌 규범을 주도하는 ‘메이커’가 돼야 한다는 전략적 제언이다.
ㅣ취임 이후 첫 주식 매입한 호텔신라 사장
이부진, 200억 자사주 매입 주주 됐다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책임 경영 강화와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약 2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이번 매입은 4월 27일부터 30일까지 나흘간 진행됐다. 이 사장이 호텔신라 주식을 직접 사들이는 것은 취임 이후 처음이다. 그동안은 지분을 소유하지 않은 채 호텔신라를 경영해 왔다.
일반적으로 경영진의 자사주 매입은 시장에 실적 개선에 대한 강력한 자신감과 주가 부양 의지를 전달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특히 이번 행보는 호텔신라의 뚜렷한 실적 개선세와 맞물려 더 주목받는다. 호텔신라는 올해 1분기 매출 1조53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4% 성장했으며, 영업이익은 204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1분기가 호텔 비수기인 데다 면세 부문에서 인천공항 사업 적자가 반영된 시기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이 사장의 이번 결정이 면세점 및 호텔 사업의 회복 기조를 공고히 하고, 주주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는 행보로 보고 있다.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권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고, 오너로서 지배력을 공고히 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ㅣ구글 AI 사령관, 정·재계 리더 연쇄 회동
허사비스, '구글 AI 캠퍼스' 韓 설립 합의
구글이 글로벌 AI 인재 양성과 생태계 확장을 위한 ‘구글 AI 캠퍼스’를 올해 안에 한국에 설립하기로 했다. 아시아권에서는 이례적인 규모의 투자로, 한국을 AI 전략의 핵심 허브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은 구글 AI 부문을 총괄하는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의 방한과 맞물려 발표됐다. 허사비스 CEO는 4월 27일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해 국가 차원의 AI 협력 방안을 논의한 데 이어, 이튿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수장과 연쇄 회동을 했다.
재계와 회동에서는 차세대 AI 반도체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공급망 협력과 자율주행 및 로봇 서비스 부문의 AI 이식 등 실질적인 비즈니스 파트너십이 심도 있게 다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허사비스 CEO는 한국의 우수한 제조 역량과 IT 인프라를 높게 평가하며, 구글의 첨단 알고리즘과 한국의 하드웨어 기술력을 결합한 ‘AI 연합’ 구축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연내 설립될 구글 AI 캠퍼스는 국내 스타트업 육성과 전문 인력 교육의 산실 역할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