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전의 전자상가 화창베이 입구 드론 전시장에 있는 플라잉카(무인 비행체)는 자율비행 택시 시대도 머지않았음을 예고했다. 연수단이 선전에 머물던 주에 속한 4월 24일 베이징에서 개막한 베이징 모터쇼에는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이 플라잉카를 전시하고, 로이터통신 등과 인터뷰에서 “중국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7000대 넘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는 보도가 이어졌다. 세계 첫 플라잉카 상용화 카운트다운이 들어간 것이다. 하늘, 땅, 지하에 AI 기반모빌리티가 스며들고 있는 현장은 혁신 수용성이 강한 선전의 특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미국은 인공 일반 지능(AGI) 슈퍼인공지능(ASI)을 탐구하며 ‘인류 사회의 미래는 무엇인가’를 해결하려 하지만 중국은 도시의 안전, 공공 교육 및 위생의 진보, 광산 생산의 무인화, 시멘트 생산의 무인화 같은 것을 추진한다”는 런정페이 화웨이 창업자의 말과 맥이 통한다. 남은영 동국대 글로벌무역학과 교수는 “AI를 산업 현장에 얼마나 잘 내재화하는지가 국가의 AI 경쟁력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코조·능률협회 연수단이 찾은 제조 인프라 화창베이도 AI 열풍
AI 혁신 열풍은 선전의 화창베이에도 밀려들었다. ‘아침에 설계하면 오후에 시제품을 받고, 모든 제품은 맞춤형 제작’이라는 건물 벽면의 슬로건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하지만 휴대폰, 드론 등을 뚝딱 만들어내는 부품 조달 기지에서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부품까지 한 시간 내 구할 수 있는 기지로 진화했다. 2023년 홍콩 증시에 입성한 중국 1호 휴머노이드 상장사 유비텍 본사도 선전에 있다. 세계 최대 수출국 중국에서 2025년까지 33년 연속 도시 수출액 1위를 할 만큼 완정된 제조 인프라를 갖춘 선전에는 창업 아이디어로 무장한 젊은이가 몰리고 있다. 글로벌 창업 생태계 평가 기관 블링크 선정 세계 창업 생태계 순위에서 선전이 2025년 17위로, 서울(20위)을 앞지른 배경에 초고속 제조 인프라를 연결하는 화창베이가 있는 것이다. 제주도만 한 면적에 1800만 명의 인구를 두고 한국 국내총생산(GDP) 20% 수준의 경제를 창출하는 선전에 외지인이 몰리면서 인구 증가 폭이 가장 큰 이민 도시라는 위상을 갖게 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선전에 오면 선전인이 된다’는 포용성은 평균연령 32세의 젊은 도시를 유지하게 했고, 이는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부상한 토양이 됐다.
홍콩 금융·물류 허브, 기초과학 역량과 결합
선전의 혁신성은 광둥성~홍콩~마카오를 연계한 웨강아오 대만구(粤港澳大湾区· Greater Bay Area, 이하 GBA) 프로젝트를 통해 광역으로 확장하고 있다. 2017년 프로젝트 협정이 체결되고, 2018년 광저우~선전~홍콩 고속철, 홍콩·주하이·마카오 연결 세계 최장 55㎞ 해상 대교 강주아오(港珠澳)대교가 개통되면서 1시간 경제권으로 거듭난 GBA는 면적은 중국의 0.6%에 불과하지만, GDP의 11.1%, 전체 유니콘(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비상장 기업) 20.6%가 몰린 신경제 엔진으로 부상했다.
GBA는 금융과 물류, 기초과학이 강한 대학이 포진한 홍콩과 선전을 필두로 제조업 가치 사슬이 전면적으로 구축된 광둥성 9개 도시를 연계하는 광역 단위의 대만구 실험이다. 대규모 공간에 파격적인 혜택을 집중하는 메가 특구 정책을 기반으로 5극 3특 체제 구축에 나선 한국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진다. GBA의 핵심인 선전~홍콩~광저우 클러스터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 선정 혁신 클러스터 순위에서 2025년 미국과 일본의 클러스터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에 올랐다.
[Interview] 캐시 리 웨강아오GBA 홍콩 판공실 부실장 직무대행
"세계 최대 IPO 허브 홍콩, GBA 혁신 기여"
“홍콩거래소가 매출과 이익이 없어도 상장할 수 있는 챕터 18C를 도입한 덕에 AI 등 딥테크 기업이 많이 상장했어요.”
4월 23일 ‘이코노미조선’-한국능률협회 중국 AI 혁신 현장 연수단을 맞이한 캐시 리 웨강아오GBA 홍콩 판공실 부실장 직무대행은 홍콩이 국제금융허브이자 혁신기술(I&T) 허브로서 수행하는 역할을 강조했다. 아울러 선전~홍콩~광저우 클러스터가 세계지식재산기구(WIPO)가 발표한 혁신 클러스터 순위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GBA의 높은 혁신 역량을 부각했다. 홍콩의 기업공개(IPO) 규모는 2025년 전년 대비 230% 급증한 2869억홍콩달러(약 53조9500억원)로, 6년 만에 세계 1위에 다시 올랐다. 중국 AI 반도체와 서버 장비 기업 상장이 잇따른 덕분이다. 홍콩은 2018년 바이오 기업의 기술 특례 상장 같은 18A를 2018년 도입한 데 이어 2023년 딥테크 기업을 상대로 18C를 시작했다. 한국의 2025년 IPO 규모는 홍콩의 10분의 1도 안 되는 4조5000억원에 그쳤다. 캐시 리는 지난 3월 영국 컨설팅 그룹 지옌이 발표한 국제금융센터지수 순위에서 홍콩이 뉴욕, 런던에 이어 3위를 유지한 사실을 언급하며 아시아에서 가장 국제화된 금융 허브라고 강조했다. 특히 홍콩의 투명한 영미법(common law·관습법) 체계와 세제 혜택을 좋은 사업 환경으로 내세웠다. 선전 및 주하이에 설립한 홍콩 투자기업의 경우 계약에서 홍콩법을 준거법으로 선택할 수 있으며, GBA 내 중국 본토 9개 도시에 설립된 홍콩 투자기업은 분쟁 발생 시 홍콩을 중재지로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홍콩에 거점을 둘 경우의 장점으로 설명했다. 허타오 선전~홍콩 과기 혁신 협력구가 AI, 데이터, 바이오 등의 혁신 허브로 부상하고있다고도 했다.
그는 “중국과 2003년 체결한 경제협력협정(CEPA)이 경제 잠재력을 모두 발현하기 위한 첫걸음이었으며 협력 범위를 순차적으로 확대해 왔다”며 “GBA는 홍콩과 중국을 고차원의 통합으로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