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12개 도시의 풍경을 담은 세계 1위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둥관R&D캠퍼스. /사진 둥관=오광진 기자
유럽 12개 도시의 풍경을 담은 세계 1위 통신 장비 업체 화웨이의 둥관R&D캠퍼스. /사진 둥관=오광진 기자
4월 21일 중국 둥관의 인공 호수인 쑹산호 인근 독일 하이델베르크 성 모습의 건물 뒤로 저녁노을이 지고 있을 때 잔디 위 테이블에 열대 과일 등이 놓이기 시작했다. 선전바오안국제공항에서 1시간 차로 달리면 나오는 화웨이의 둥관연구개발(R&D)캠퍼스(이하 둥관캠퍼스)에서 만난 유현옥 화웨이코리아 상무는 야근자를 위한 무료 간식이라고 설명했다. 2018년 문을 연 이 캠퍼스는 파리 등 유럽 12개 도시의 중세 시대 랜드마크를 모티브로 한 12개 구역으로 구성돼 있어 고풍스러운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여의도 절반 정도 면적에 3만 명의 연구 인력이 일하고 있는 이곳은 주말에는 연구원 가족에게도 개방된다고 한다. 108개 건물마다 무료 헬스장이 있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처럼 생긴 대형 돔형 천장을 갖춘 도서관 벽면에는 20여 개 언어로 된 고전과 인문학 위주 서적 12만 권이 소장돼, 직원의 창의력을 북돋는 역할을 한다. ‘이코노미조선’-한국능률협회의 중국 인공지능(AI) 혁신 현장 연수단에 참여한 신상규 SK하이닉스 부사장은 “전 세계에서 좋은 인재가 모이는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심어주면서 단순 보상 제공보다 연구원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고, 가족까지 프라이드를 갖게 하는 환경을 만들고 있는 게 인상 깊다”고 했다. 
화웨이와 함께 중국 혁신 제조업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 BYD는 최대 6만 명의 연구 인력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글로벌R&D캠퍼스를 선전에 조성 중이다. 두 회사 모두 10만 명이 넘는 연구 인력을 내세워 초격차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화웨이는 연구 인력이 11만 명으로 전 직원의 54%에 달하고, BYD는 전 세계 자동차 업체에서 가장 많은 12만 명의 연구 인력을 두고 있다. 기술 올인 전략은 화웨이의 높은 회복 탄력성과 BYD의 질주로 이어졌다. 선전에서 1987년, 1995년 창업한 화웨이와 BYD는 각각 2013년과 2022년에 스웨덴 에릭슨과 미국의 테슬라를 추월하며 세계 1위 통신 장비 업체와 세계 최대 전기차(하이브리드 포함) 업체에 올랐다. 미국 첨단 반도체와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를 쓰지 못하게 하는 미국의 제재로 2021년 매출이 29% 급감했던 화웨이는 2025년 중국 스마트폰 시장 1위를 5년 만에 탈환하고, 매출도 8809억위안(약 190조원)으로 역대 최고치인 2020년(8914억위안)에 근접하는 회복 탄력성을 보였다. BYD는 순수 전기차 판매량에서도 2025년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에 등극하고, 2025년에만 105만 대의 전기차를 수출했다. 2023년부터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에 오른 중국 전기차 수출(262만 대)의 40%를 BYD가 책임지고 있다. BYD는 한국 전기 승용차 시장 진출 1년여 만인 지난 3월 말까지 1만75대를 판매해, 한국 수입차 역사상 최단기 1만 대 달성 기록을 세웠다. 

기술 인해전술 위한 연구 환경 제공

화웨이와 BYD R&D캠퍼스는 최고의 연구 환경을 제시하면서, 대규모 연구 인력을한곳에 모아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담고 있다. 둥관캠퍼스엔 임대와 10분 1 수준의 저가 분양으로 직원 숙소 문제를 해결하고, 베이징대 부속 중학교와 함께 국제학교를 세워 자녀 교육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 화웨이는 2024년엔 상하이에도 호수 주변에 휴양지 분위기의 초대형 R&D캠퍼스를 조성했다. 

BYD가 선전 롱강구에서 2023년부터 조성 중인 R&D캠퍼스는 미래 도시 분위기로 설계됐다. 하늘에서 보면 반지 모양 우주선 느낌의 애플 본사를 닮았지만, 실제 연구동은 떨어져 있고, 고리 모양 궤도를 달리는 BYD 제작 스카이 레일로 이동성을 보장한다. 2027~2028년 완공 목표로 공사가 한창인 BYD R&D캠퍼스에는 대규모 숙소와 편의 시설 등도 입주한다. 50개의 첨단 실험실과 11개의 전문 연구소가 들어선다. 건축 연면적이 330만m²로 여의도보다 넓다. 

양사가 기술에 올인하는 모습은 R&D 투자액에서도 드러난다. 화웨이 R&D 투자액은 세계 6위, 중국 1위로 2025년엔 매출 21%인 1923억위안에 달했다. 순이익의 2.8배에 해당한다. BYD는 2025년 R&D 투자 규모가 순이익의 두 배 수준인 634억위안에 달해 중국 상장사 가운데 1위에 올랐다. 화웨이는 2025년에도 7523건의 국제 특허를 출원해 9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했다. BYD 전시장에 설치된 특허 벽을 소개하는 가이드는 하루 평균 45건의 특허를 출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조선'-한국능률협회 AI 혁신 현장 연수단이 찾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 선전 본사 전시장. /사진 선전=오광진 기자
'이코노미조선'-한국능률협회 AI 혁신 현장 연수단이 찾은 세계 최대 전기차 업체 BYD 선전 본사 전시장. /사진 선전=오광진 기자

전 가치 사슬 초격차 기술 박차

화웨이는 중국 내 10여 곳과 러시아와 프랑스 등 해외에도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현지 대학의 인재 상황에 맞춰 주력 연구 분야가 다르다고 한다.

화웨이는 태양광 인버터 시장에서도 세계 1위를 할 만큼 여러 기술 영역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젠슨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의 AI 5단 케이크론을 구성하는 전력, 반도체, 클라우드, AI 모델, 응용 등의 영역에 모두 참전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화웨이는 중국 AI 가속기 칩 시장점유율 20%로, 토종 기업 1위다. 화웨이는 어센드칩이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외 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화웨이의 AI 모델 판구는 챗GPT 같은 범용보다 광산·금융·화공 등에 특화된 버티컬 AI 모델로 승부를 걸고 있다. 

2025년엔 자체 OS인 훙멍을 채택한 스마트폰을 말레이시아와 그리스 등 해외에도 수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말 기준 훙멍을 탑재한 단말이 5000만 대를 돌파했고, 이를 두고 화웨이는 생존선을 넘어섰고, 자생할 수 있는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BYD 전시장은 유리 벽 안에 자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와 경쟁사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두고 못으로 뚫는 모습을 현장에서 보여준다. 눈앞에서 폭발음과 함께 NCM 배터리에 불이 붙는 것과 달리 별 반응이 없는 LFP 배터리는 BYD 기술의 안전성을 부각시킨다. 지난 3월 공개한 블레이드 배터리 2.0은 9분 만에 충전할 수 있고, 영하 30도에서 충전 시간이 12분에 그친다. 배터리로 시작해 전기차로 사업을 확장한 BYD는 부품 70% 이상을 자체 개발 생산할 만큼 높은 수직 계열화를 이뤄냈다. 경쟁사의 20~30%와 대비된다. BYD 본사 전시장을 소개하는 직원은 “BYD는 유리와 타이어 빼고는 다 만든다는 얘기가 있다”며 “전 세계 자동차 업체 중 가장 많은 11개의 전문 연구소를 둔 이유”라고 설명했다. BYD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도 세계 5위를 차지하고, 태양광 패널도 만든다. AI 공장 자동화로 1년 새 10만 명의 인력을 감축했지만, 연구 인력은 줄이지 않았다.

화웨이와 BYD 모두 주력 사업의 생태계기술 초격차에 승부를 걸고 있다. 

선전=오광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