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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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이스라엘이 시작한 이란 전쟁은 많은 것을 변화시키고 있다. 호르무즈해협 봉쇄로 인한 석유 및 가스 확보를 위한 노력은 수많은 유조선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미국으로 향하도록 하고 있다. 국제 유가 안정을 위해 적용된 러시아에 대한 제재 해제는 러시아에 막대한 추가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과당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던 중국 전기차 업체는 세계적인 수요 확대를 반기고 있다. 반면 에너지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다.

전쟁은 중동 지역 내 역학 관계의 변화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 사이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쟁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지만, 이란의 공격으로 인해 큰 피해와 비용을 지출한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국가는 미국과 동맹이 과연 자국에 유리한 것인지를 재점검하고 있다. 안보를 위해 미군 기지를 수용했지만, 정작 미군은 자국이 아닌 이스라엘 보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UAE에서 나오는 “누가 진짜 친구인지 다시 확인하고 있다”는 언급은 이러한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최준영 -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최준영 -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 서울대 환경대학원 공학 박사, 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연구관

제2차 세계대전이 맺어준 가치 동맹의 80년

보다 시야를 넓혀보면 이번 전쟁은 지난 80년 동안 유지되던 미국과 유럽의 동맹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하고 있다. 유럽은 이번 전쟁이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로 시작됐으며, 자국과 어떠한 상의도 없었기 때문에 미국을 도와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하겠다는 이유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함대 파견은 물론, 심지어 미 군용기의 자국 영공 통과까지 불허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누가 진짜 동맹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언급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를 포함한 유럽 국가와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할 것임을 강조하고 있다.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굳건한 동맹을 유지하면서 냉전을 승리로 이끌었던 이들 사이의 관계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 유럽과 미국의 동맹은 사실 제2차 세계대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해 보였다. 미국은 유럽과 적절한 거리를 두면서 사안별로 협력하면서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치중했다. 미국은 제1차 세계대전 후반부에 참전하면서 연합국의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지만, 이후 진행된 회담에서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국가의 감정적 판단과 제국주의적 성향에 크게 실망했다. 이런 상황에서 발발한 제2차 세계대전은 미국이 유럽과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판단하도록 압박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지만, 미국에서는 참전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첨예하게 진행되었다. 대서양을 단독 비행으로 최초로 횡단했던 찰스 린드버그가 주도한 ‘아메리카 퍼스트(America First)’ 구호는 미국이 유럽의 일에 왜 개입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노회한 영국의 윈스턴 처칠 총리가 미국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자유와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가치 동맹에 합의하도록 함으로써 미국은 유럽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기 시작했다. 막강한 생산력에 기반한 미군의 참전은 나치 독일이 점령하고 있던 유럽의 해방을 가능하게 했다. 미국은 유럽의 전후 복구를 위해 마셜플랜으로 대표되는 막대한 경제적 지원에 나섰다. 또한 소련의 위협에 대항하기 위한 공동방위 체계인 나토 결성을 주도하면서 서유럽 안보를 책임지게 되었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이라는 추상적 가치와 더불어 경제적 번영과 안보라는 가시적 성과물을 공유하는 대서양 동맹은 굳건해 보였다.

안보 무임승차와 미국 일방주의 충돌

하지만 1960년대 데탕트(긴장 완화)가 시작되면서 유럽과 미국의 갈등은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소련과 관계 개선을 도모하는 서독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시도를 미국은 부정적으로 바라보았다. 특히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소련의 에너지를 들여오겠다는 결정에 대해 미국은 각종 제재까지 언급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했고, 이에 대해 유럽 국가도 정당한 주권 행사임을 내세우면서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냉전이라는 대결 구도는 이와 같은 갈등을 잠재웠고 나토로 대표되는 대서양 동맹은 안보의 방파제로서 굳건한 결속을 이어갔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의 붕괴로 인해 냉전이 끝나자 공동의 적이 없어진 동맹의 존속과 가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유럽은 유럽의 일은 자국이 결정하겠다고 나섰지만, 세르비아·보스니아 분쟁에서 무기력함을 노출했고, 결국 미국의 무력이 동원되면서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유럽 국가는 급속한 군축에 나서면서 평화의 달콤함을 만끽했지만 이를 지켜보는 미국의 마음은 편치 않았다. 말만 앞세우면서 실제적인 비용은 모두 미국에 떠넘기는 유럽의 행태에 불만이 커졌다. 하지만 유럽 역시 이라크 전쟁을 바라보면서 자국을 무시하고 무력에 의존하는 미국에 대한 거부감을 키워갔다. 2000년대 들어 미국 없는 유럽 안보를 위한 유럽 연합군 구상이 여러 차례 등장했지만 현실화하지 못하면서 유럽의 안보는 여전히 미국의 몫으로 남았다. 이런 상황에 대해 미국은 유럽의 지나친 군축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국방비 증액 등을 요구했지만 유럽의 반응은 차가웠다.

트럼프 다시 등장하자 모든 것 변화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전통적 우방인 영국, 프랑스, 독일과 여러 차례 갈등을 빚었다. 반면 새롭게 나토에 가입한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 국가는 친미 노선을 확고히 하면서 미국과 우호적 관계를 강화했다. 물밑에서 진행되던 이러한 갈등은 트럼프의 대통령 취임과 더불어 노골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미국은 유럽이 계속 무임승차를 하고 있으며, 동맹의 역할과 희생을 피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반면 유럽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려 한다고 맞섰다. 이런 상황에서 2022년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은 유럽과 미국, 양측의 갈등을 봉합하고 다시 전통적인 동맹을 결속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유럽으로서도 나토를 통한 집단 안보가 자국에 여전히 필요함을 인식하게 됐다. 이후 유럽은 대대적인 군비 증강에 나서면서 미국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줬고 양측의 갈등은 봉합되는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2025년 트럼프가 다시 등장하면서 모든 것은 변화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는 유럽이 내세우는 다양성을 비롯한 각종 가치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고 양측이 함께 갈 수 없음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현실적으로 러시아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의 도움이 필요한 유럽 국가는 트럼프의 환심을 사기 위한 각종 발언과 조치를 이어가면서 양측의 동맹은 삐걱거리지만 계속될 것처럼 보였다.

동맹 역할 놓고 고민·논의 필요한 시점

이란 전쟁은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일방적 행동으로 문제를 일으킨 동맹까지 도울 필요는 없다는 유럽 국가의 입장에 대해 미국은 이런 동맹은 더 이상 필요 없다고 강조하면서 이란 전쟁 이후 동맹 관계를 재설정하겠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트럼프가 언급하는 즉각적인 나토 탈퇴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이제 양측은 가치를 공유하는 긴밀한 동맹이 아님을 서로가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무엇을 위해 함께해야 하는지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않는 이상 80년 동안 유지되었던 미국과 유럽의 동맹이 와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갈등을 지켜보는 우리로서도 미국이 이야기하는 진정한 동맹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방적인 도움을 받는 동맹은 필요 없다는 트럼프의 발언은 우리에게 ‘너희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실천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동맹이란 무엇이며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 다가오고 있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