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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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국제 통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을 묻는다면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등 다양한 답을 할 수 있다. 필자는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산업 공급망과 통상법’을 주제로 국제통상법을 강의하며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철강, 조선 등 다섯 개 산업을 다루고 있다. 이 가운데 전통적으로 국제 통상의 영향을 크게 받아온 산업을 하나 꼽는다면, ‘철강 산업’이다. 포스코, 현대제철, 세아제강 등 주요 철강 기업은 별도의 통상 대응 조직을 운영하고 있으며, 한국철강협회 역시 산업별 협회 가운데 통상 전문성이 가장 높은 조직으로 평가된다.

철강 산업이 통상의 영향을 크게 받는 핵심 이유는 중국의 과잉 공급이다. 세계철강협회(WorldSteel)에 따르면, 2025년 세계 철강 생산량 18억t 가운데 중국이 약 10억t을 생산한다. 2위 인도(1억6000만t), 3위 일본(8000만t), 6위 한국(6200만t)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이처럼 막대한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중국은 국내에서 소비되지 못한 잉여 물량을 수출로 돌리고 있으며, 이 물량이 글로벌 철강 시장을 흔들고 있다. 

실제로 중국은 2024년 약 1억2000만t을 수출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을 비롯한 주요국은 다양한 수입 규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이러한 조치는 한국 철강 수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 철강 산업이 국제 통상 환경을 면밀히 모니터링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조수정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외교학,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고려대 법학 박사, 전 산업 통상부 통상정책총괄과장
조수정 -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서울대 외교학, 미국 컬럼비아대 국제관계학 석사, 고려대 법학 박사, 전 산업 통상부 통상정책총괄과장

미국의 철강 규제, 232조와 무역 구제 강화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 시절 1962년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동해 철강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당시 한국은 이전 3년(2015~2017년) 대미 수출량의 70% 수준인 약 263만t 쿼터를 수용하며 대응했다. 이 조치는 조 바이든 정부에서도 유지돼 총 8년간 지속됐다.

그러나 2025년 트럼프 2기 정부는 기존 쿼터 등 예외 조치를 폐지하고 전면 관세 체제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한국 역시 쿼터 혜택이 사라지고 모든 물량이 관세 대상이 됐다. 같은 해 6월부터는 관세율이 50%로 인상되며 부담이 더 커졌다. 이 조치는 국제비상경제수권법(IEEPA)이 아닌 무역확장법에 근거해 시행된 것이어서 관련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 영향을 받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는 규제 범위도 확대되는 추세다. 철강이 중간재로 사용된 가전제품 등 최종 제품에도 관세가 부과되고 있으며, 제삼국을 통한 중국산 우회 수출 단속도 강화되고 있다. 여기에 반덤핑·상계관세 조치까지 더해지면서 미국은 현재 한국 철강 제품에 대해 수십 건의 무역 구제 조치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철강 수입 규제는 강화 일로에 있다.

EU의 TRQ와 탄소 규제도 韓 철강 수출에 부정적

EU 역시 미국의 232조 조치 이후 철강 수입 증가를 막기 위해 세이프가드를 도입했다. 이는 직전 3년 수출 물량까지는 무관세를 적용하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세이프가드로서 수입쿼터(TRQ) 방식이다. 이 조치 역시 8년간 유지됐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상 세이프가드 적용 기간이 8년으로 제한됨에 따라 EU는 2026년 4월 새로운 조치를 발표했다. 무관세 쿼터를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초과 물량에 대한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방안이다. 이는 한국 철강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도 중요한 변수다. EU는 2023년 철강 등 6개 탄소 집약 산업에 대해 탄소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현재는 탄소 배출량 보고 의무만 적용되지만, 2027년부터는 수입 업자가 배출량에 상응하는 인증서를 구매해야 한다. 이는 기업에 비용 부담과 행정 부담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요인이다.

韓, 양자통상협의 및 국내 기술 역량 길러야

미국과 EU는 한국의 양대 철강 수출 지역이기 때문에 이들의 수입 규제 조치는 한국의 철강 산업 수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먼저 미국에 대해 살펴보면, 현재까지 철강 무역확장법 232조 조치에 대해서는 예외없는 관세화가 유지되고 있으나, 각국과 양자 협의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으므로 우리도 다른 나라와 협의 사항을 보면서 계속 미국과 통상 협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다. 반덤핑·상계관세에 대해서도, 조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관세가 확정된 후에도 미국 국내 법원(CIT·Court of International Trade)에 이의 제기 등 가능한 수단을 모두 강구해야 할 것이다. 

최근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미국에 대한 투자계획을 발표하였는데, 일본의 경우에도 작년 일본제철이 US스틸을 인수한 상황을 참고하여, 기업에 도움이 되도록 전략을 짤 필요가 있다. 또한 작년 한미 합의에 따라 미국에 투자하는 여러 에너지·조선 등 프로젝트에 한국 철강이 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철강과 수요 분야를 연계하여 시너지 효과가 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

EU의 TRQ 관련 국별 쿼터 협의 등에 있어서 최근의 수출 물량을 기본으로 하되 FTA국 및 EU 투자국으로서의 지위를 강조하고, 필요시 FTA와 WTO상의 보상 협의를 취할 필요가 있다. CBAM에 대해서도 계속적인 협의를 통해 규제 강도 및 불확실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2025년 5월, EU는 CBAM 적용 배제 대상인 소액 수입 업자(de minimis exception) 대상을 확대하여, 연간 50t 이하 제품을 수입하는 기업은 모두 CBAM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였다. 이에 해당하는 업체가 수입 업체의 90%에 해당한다. 역외국과 통상 협의가 중소기업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이게 된 결과로, 계속적인 통상 협의가 필요하다. 국내적으로는 탄소 배출 측정·보고·검증 역량을 강화하고, 수소 환원 제철 기술 개발 등 탄소 중립 노력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EU의 에코디자인법의 철강 적용에 대비한 철강 재활용도 적극 시도할 필요가 있다. 

수출 다변화도 필요하다. 다만 미국과 EU의 수입 규제는 캐나다·영국의 TRQ, 인도의 세이프가드 등 여타국의 수입 규제 조치도 촉발하고 있어 유의해야 한다. 거의 모든 수입 규제가 중국산 철강의 우회 수출을 막고 있어, 원자재 공급망 관리도 필요하다. 국내에서는 무역 구제 제도 및 외국인 투자 심사 제도 강화를 통해 최소한의 산업 보호를 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구조 전환이 병행돼야 한다. 과거 철강 232조 조치 상황에서도 특수강 등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고 한국이 기술이 있는 품목은 특별 대우를 받았다. 결국 경쟁력있는 품목을 계속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며, 기업과 정부가 모든 역량을 모아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기회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 

조수정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