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28일(현지시각),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에 대한 공습을 개시하면서 전 세계 에너지 시장은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세계 석유 교역량의 약 25%가 통과하는 해협이 봉쇄되면서, 전 세계 석유 공급망은 일거에 흔들렸다. 하지만 전 세계가 모두 똑같은 충격을 받은 건 아니다. 피해는 중·저소득국에 먼저 돌아갔다. 원유 98%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필리핀은 이란 전쟁 이후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언한 첫 국가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아프리카와 남아시아 전역에선 연료는 물론 식료품과 교통비 급등, 그에 따른 인플레이션 가속, 재정 압박이 동시에 엄습했다. 시장이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유일한 장치로 작동하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고소득국은 석유 확보를 위한 전쟁에서 중저개발국을 손쉽게 앞지른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당시 발생한 백신과 의료 물자 쟁탈전이나, 2022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발발 직후 발생한 에너지와 식량 위기에서 이미 목격한 현상이다.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은 이번에도 공정한 심판이 되지 못했다. 필자들은 “이번 사태에서 ‘정글의 법칙’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유럽연합(EU)과 한국과 일본 등 고소득국, 산유국이 참여하는 석유 구매자 클럽 결성이 필요하다”며 “석유 가격 상한선을 유지하며 사람들의 필수 수요를 충족하고, 경제 여파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자원을 배분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2026년 3월 25일, 케냐 나이로비 산업단지에서 OLA 에너지 연료 저장소 밖에 연료 트럭이 줄지어 서서 연료를 재급유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심각한 연료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연료를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사진 EPA연합
2026년 3월 25일, 케냐 나이로비 산업단지에서 OLA 에너지 연료 저장소 밖에 연료 트럭이 줄지어 서서 연료를 재급유받고 있다. 많은 사람이 심각한 연료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연료를 구하기 위해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사진 EPA연합

세계 원유 수송의 주요 길목이자, 그간 이란이 선박 통항을 막아온 호르무즈해협에서, 미국이 이란의 항구를 드나드는 선박을 봉쇄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만약 걸프 국가에 더해 이란의 원유 해상 수출까지 차단될 경우, 전 세계에서 거래되는 원유 약 25%가 시장에서 사라지게 된다. 가장 큰 타격을 입는 쪽은 석유 순 수입국이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국가는 이미 에너지 부족에 직면해 있으며, 상황은 더 악화할 전망이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시장 가격이 석유 배분 방식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정글의 법칙에 굴복하는 것과 같다. 고소득국이 저소득국보다 높은 가격을 제시함으로써, 부유한 이는 에너지 사용량을 유지하는 반면, 가난한 이는 가격을 감당하지 못해 밀려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①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필수 의료 물자 수급 과정과 2022년 에너지 위기에서 얻은 핵심 교훈이다.

이사벨라 M. 베버 -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부교수, 현 미국 루스벨트연구소 기후 정책 펠로, '중국은 어떻게 충격요법을 피했나: 시장 개혁 논쟁' 저자
이사벨라 M. 베버 - 미국 매사추세츠대 애머스트 캠퍼스 경제학과 부교수, 현 미국 루스벨트연구소 기후 정책 펠로, '중국은 어떻게 충격요법을 피했나: 시장 개혁 논쟁' 저자

위기 시 시장을 통한 자원 배분은 극도로 불공정한 결과를 초래한다. 최근 몇 주간 목격된 극심한 유가 변동성은 수급을 합리적으로 반영한 결과가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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