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표를 어려운 시기에 만나면 종종 비슷한 고민을 듣는다. 좋은 문화를 만들고 직원을 배려해도 결국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는 것이다. 그들은 “좋은 문화 만들고 직원 잘 대해줘도 소용없더라. 결국 떠난다” 라고 말한다. 이어 “이럴 바에는 차라리 사람을 성악설로 보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회의적인 말로까지 이어진다.
이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신뢰를주고,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더 좋은 문화를 만들려고 애썼는데도 누군가는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난다. 그러면 허탈해진다. 경우에 따라서는 선의를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기업 대표로서는 ‘내가 무엇을 위해 이렇게까지 했나’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질문을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나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그럼, 문화도 나쁘고, 신뢰도 주지 않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많은 대표가 여기서 잠시 말을 멈춘다. 좋은 문화가 모든 사람을 붙잡아 두지는 못한다. 그렇다고 문화가 무의미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문화는 조직에 남아 있는 사람을 붙잡는 가장 강력한 비금전적 보상 중 하나다.
이를 더 현실적으로 이해해 볼 필요가 있다. 연봉 5000만원을 받는 직원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 직원이 회사에서 느끼는 자율성, 존중, 신뢰, 동료와 관계 같은 비금전적 요소의 가치를 2000만원 수준으로 본다면, 실제로 체감하는 총보상은 7000만원에 가까워진다. 이때 다른 회사가 6000만원을 제시하면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8000만원을 제시하면 고민이 달라진다. 즉 좋은 문화가 이직을 완전히 막지는 못하지만, 분명히이직의 문턱을 높인다.
반대로 대표가 ‘어차피 떠날 사람은 떠난다’며 문화를 포기한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신뢰와 존중이 사라지는 순간, 직원이 체감하는 보상은 다시 5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진다. 이 경우에는 5500만원 정도의 조건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다. 결국 직원의 선택 기준이 돈 하나로 단순화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조직 문화는 연봉 위에 얹히는 ‘추가 보상’ 같은 역할을 한다. 단순한 감정의문제가 아니라 실제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이를 일부 학자는 ‘정서적 연봉’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자율성, 인정, 성장 기회, 건강한 관계 같은 요소가 실제 금전적 보상처럼 작동한다는 의미다. 반대로 통제와 불신, 조직 내 갈등이 많은 환경에서는 이 정서적 연봉이 낮아진다.
그래서 같은 연봉을 받더라도 어떤 조직에서는 사람이 쉽게 떠나고, 어떤 조직에서는 오래 남는다. 차이는 수치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보상 구조에 있다. 결국 대표가 던져야 할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좋은 문화를 만들어도 떠나는데 의미가 있는가’가 아니라, ‘좋은 문화 없이 우리는 얼마나 더 큰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채용과 교육에 드는 비용, 생산성 저하, 조직 사기 하락, 리더의 관리 부담까지 고려하면 문화는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매우 현실적인 경영 변수다. 좋은 문화가 사람을 영원히 붙잡는 장치는 아니다. 그러나 사람을 쉽게 흔들리지 않게 하는 힘이다. 특히 높은 연봉으로 경쟁하기 어려운 기업일수록, 이 보이지 않는 보상을 높이는 일은 선택이 아니라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