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5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사진 연합뉴스
5월 5일 서울 남산에서 내려다 본 서울 시내. /사진 연합뉴스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 - 감정평가사, 대림산업·노무라이화자산운용 근무

최근 경기 용인시, 수원시 등 수도권 곳곳에서 중소형 집값이 대형 집값을 역전하는 이상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예를 들면, 같은 아파트 단지 내 전용 84㎡ 형이 전용 101㎡ 형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을 가격 왜곡으로 해석해야 할까. 아니면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봐야 할까. 결론부터 말하면 프리미엄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투자에서 ‘프리미엄’이란 부동산 거래 가격이 분양가나 주변 시세보다 높게 형성될 때 그 차액을 의미한다. 중소형과 대형 평형 간 가격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유를 살펴보면, 소득·자산·주택 수 등 일정 자격을 갖춘 수요자에게 △매매가격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인 주택 상품에 한정해 저리(최저 연 1% 후반대)의 신생아 특례 대출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즉, 저리 대출에 따른 금융 비용 절감액이 프리미엄, 즉 웃돈으로 전이돼 거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은 삶의 필수재이자 정책적 영향을 받는 재화로, 시장에 참여하려면 수요자와 상품 모두 자격이 필요하다. 쉽게 말해, 수요자는 무주택자나 조합원 등 진입 자격이 필요하고, 상품은 금액이나 면적 제한 등 공급 ‘자격’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러한 자격이 권리로 바뀌면서 거래 가격을 구성하는 프리미엄으로 작용하게 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

수요자의 자격 또는 상품의 자격

부동산 시장에서 프리미엄을 만드는 자격은 누구에게 귀속되느냐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수요자가 갖춰야 하는 자격이고, 다른 하나는 상품 자체가 보유한 자격이다. 수요자 자격은 살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해 수요를 집중시키고, 상품 자격은 팔릴 수 있는 물건을 제한한다. 두 경우 모두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만들어내고 그 불균형이 프리미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본질은 같다.

수요자 자격으로 인한 프리미엄은 청약 당첨 자격이 대표적이다. △무주택 기간 △ 청약통장 납입 횟수 △부양가족 수 △해당 지역 거주 기간 등 엄격한 요건을 충족한 사람만이 분양가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 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사람은 같은 단지를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매입해야 한다.

상품 자격으로 인한 프리미엄은 수요자와 무관하게 상품 자체에 특정 제도적·법적 지위가 있을 때 발생한다. 재개발·재건축 구역 입주권이 가장 선명한 사례다. 입주권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해당 정비 구역 내 토지 또는 건축물을 소유한 자에게만 부여되는 상품 고유의 자격이다. 즉, 입주권은 사람 수가 아닌 상품 수에 달려 있다. 예를 들어, 여러 명이 빌라 한 채를 공유하더라도 입주권은 한 개가 나오고, 단독주택을 여러 채의 빌라로 신축·분양하면 빌라 수량만큼 입주권이 부여된다. 단, 권리 산정 기준일 이후 빌라를 신축·분양하면 투기 행위인지분 쪼개기로 간주돼 현금 청산 대상이 된다.

두 자격이 결합한 사례도 있다. 가장 강력한 프리미엄은 수요자 자격과 상품 자격이 동시에 충족될 때 형성된다. 앞서 언급한 일정 소득·자산 자격을 갖춘 수요자가 △9억원 이하 △전용면적 85㎡ 이하 자격을 갖춘 상품을 특례 대출로 매입하는 경우, 저리의 금융적 혜택이 곧 가격 프리미엄으로 전이된다.

자격의 가치, 안전 마진형과 기대 선반영형

자격이 만드는 프리미엄 중 가장 안정적인 유형은 자격을 취득하는 순간 이미 가치가 확정되는 경우다. 주식 투자의 가치주와 유사한 개념으로, ‘안전 마진형’ 프리미엄으로 볼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으로 분양가가 주변 실거래가보다 낮게 책정된 단지에 당첨될 경우, 당첨 순간 이미 수천만원의 잠재 이익이 확보되는 셈이다. 

이에 반해, 자격이 미래의 사건과 연결될 때 형성되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미래 가치를 현재에 반영한 프리미엄 유형도 있다. 주식 투자의 성장주와 유사한 성격이다. 이를 ‘기대 선반영형’ 프리미엄이라 말한다. 재개발 구역 물건을 일반 지역보다 높은 가격에 매입하더라도, 향후 개발이익이 실현되면서 더 큰 수익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안전 마진형과 기대 선반영형이라는 유형의 본질적인 차이는 리스크의 향방에 있다. 안전 마진형은 현재 가치가 이미 확인된 상태에서 출발하기 때문에 하방이 단단하다. 반면, 기대 선반영형은 미래 가치를 현재로 당겨온 것이기 때문에 기대가 어긋나는 순간 하방이 열린다. 즉 이미 확보된 가치냐 미래 가치의 선취냐로 보면, 안전 마진형이 기대 선반영형보다 리스크가 낮다.

부동산에 투자할 때 반드시 생각해 봐야 할 프리미엄

부동산 시장에서 정책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격의 탄생과 소멸을 결정하는 설계도다. 특례 대출 대상 확대는 수요자 자격의 범위를 넓혀 중소형 평형의 프리미엄을 강화하고, 정비 사업 규제 완화는 입주권이라는 상품 자격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반대로 대출 규제나 정비 사업 요건 강화는 기존에 형성된 프리미엄의 근거를 약화한다. 따라서 정책 동향은 현재 투자 대상의 프리미엄이 앞으로 강화될지, 약화될지를 가늠하는 선행지표로 읽어야 한다.

또한, 정책 동향과 함께 해당 자격의 수명과 이전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격이 프리미엄을 만든다면, 그 자격이 얼마나 오래 유지되는지가 투자 수익의 지속성을 결정할 것이고, 아무리 가치 있는 자격이라도 매도 시점에 다음 매수자에게 이전되지 않으면 프리미엄을 제대로 받기 어렵기 때문이다. 투자 전 반드시 해당 자격의 이전 가능 여부와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출구 전략의 출발점이다.

마지막으로 프리미엄에는 세금이 많이 붙는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자기 주머니에 들어오는 최종 현금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항상 세후로 투자 성과를 계산해야 한다. 특히, 처분 단계의 양도소득세는 프리미엄 투자에서 가장 결정적인 세금이다. 

예컨대 분양권 매도 시 양도소득세는 △보유 기간 1년 미만 77% △1년 이상 66%의 매우 높은 세율(지방소득세 포함)이 적용된다. 프리미엄에 대한 세금이 너무 높다 보니 매도자가 ‘내 손에 쥐는 프리미엄(손피)’을 확정 짓고 양도소득세를 매수자가 대신 내주기도 하는데, 그 대납액조차 매도자의 추가 수익으로 간주돼 양도소득세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발생하는, 과세의 연쇄 고리를 피할 수 없다. 자격이 프리미엄을 결정한다면, 세금은 실수익을 결정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이선호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