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일상의 무료함을 깨트릴 균열을 기다린다. 그 균열은 대개 호기심과 두려움이 뒤섞인 괴담의 형상을 빌려 모습을 드러낸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폐허나 도시의 경계 밖 외딴 장소는 이 괴담에 구체적인 좌표를 부여하며 현실감을 덧입힌다. 여기에 위성 지도와 로드뷰를 통한 간접경험이 보편화하면서, 특정 장소에 기생한 괴담은 더 이상 구전의 속도를 따르지 않는다. 그것은 클릭 몇 번으로 목격할 수 있는 ‘디지털 실재’가 되어 순식간에 확산한다.
최근 개봉한 이상민 감독의 ‘살목지’는 바로 이 지점, 현대적 괴담이 장소와 결합하며 생산되고 소비되는 방식에서 이야기를 출발시킨다. 로드뷰 서비스 업체 ‘온로드미디어’ 의 직원들은 최근 촬영한 살목지 저수지의 화면에서 수면 위로 떠오른 기괴한 얼굴을 발견한다. 이미 여러 실종 사건으로 음산한 소문이 떠돌던 지역에서 항의가 빗발치자, 회사는 서둘러 재촬영을 결정한다. PD 수인을 중심으로 한 촬영팀은 주말도 미룬 채 현장으로 향하지만, 촬영이 이어질수록 설명되지 않는 사건이 축적된다. 결국 그들은 저수지에 고립된 채 밤을 맞이한다. 어둠 속에서 시선은 더 이상 기록의 도구가 아니라 공포의 매개로 전환되고, 인물은 하나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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