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지우는 병 ‘치매’ 가운데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마땅한 치료제가 없었다. 최근에야 뇌 속 원인 물질인 ‘아밀로이드 베타’를 직접 제거하는 항체 치료제가 등장하면서 길이 열렸다.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개발해 2023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 허가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병 치료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미국 일라이 릴리가 개발해 2024년 승인을 받은 ‘키순라(성분명 도나네맙)’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최근 항아밀로이드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를 두고 다시 논쟁이 벌어졌다. 과거 개발에 실패한 항아밀로이드 약물의 임상 연구와 최신 약물의 임상 연구를 종합해 평가한 분석 결과가 발표되면서다. 해당 연구는 항아밀로이드제가 치료 효과가 미미하고 부작용 발생 위험을 높였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이 연구 결과를 토대로 최신 치료제의 실효성뿐 아니라 치료 가설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석이 나왔다.

최호진 -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한양대 의학 학사·석사·박사, 신경과 전문의, 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과장, 
현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사진 조선비즈 DB
최호진 -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 한양대 의학 학사·석사·박사, 신경과 전문의, 현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과장, 현 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사진 조선비즈 DB

특히 국내 의료 현장에선 환자의 문의가 폭증했다. 일부 기업의 투자 호재로 활용하는 움직임도 생겼다. 국내외 치매 전문가들이 이에 우려를 나타내며 정면 반박에 나섰다.

최근 서울 강남구 한 사무실에서 최호진(대한치매학회 기획이사) 한양대 구리병원 신경과 교수와 만나 이번 논란에 대해 짚어봤다. 최 교수는 “이번 논란은 신약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해당 연구 설계 방식과 데이터 해석 방식의 문제”라며 “자극적이고 잘못된 해석이 반복적으로 확산하면서 환자가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우려했다.

"1세대 실패 약물과 최신 약물 묶은 한계"

이번 논란은 근거중심의학을 지향하는 글로벌 비영리 민간단체인 코크란이 발간하는 국제 학술지인 ‘코크란 데이터베이스 오브 시스테믹 리뷰’ 4월호에 실린 메타 분석 연구에서 촉발됐다.

이탈리아·스위스·네덜란드 공동 연구팀은 아두카누맙, 레카네맙, 도나네맙 등 항아밀로이드 치료제를 포함한 17건의 임상 시험, 약 2만 명 데이터를 종합한 결과를 소개했다. 항아밀로이드 치료제의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매우 적거나 없었고, 부작용인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 위험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논문의 주요 내용이다.

논문 공개 이후 국내외 전문가 사이에선 즉각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논문이 발표되자 같은 날 영국 치매 연구소(UK DRI) 등 글로벌 연구 기관은 공동 의견문을 통해 “서로 다른 항체를 단순히 통합한 메타 분석은 최신 허가 치료제의 효과를 왜곡하거나 과소평가할 수 있다”라며 “해석에 신중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구진이 과거 개발에 실패한 약물까지 포함해 평균을 내면서 실제 효과가 있는 최신 치료제 성과는 통계적으로 깎여 보이는 ‘평균의 함정’이라는 게 학계의 전반적 지적이다.

최 교수는 “코크란 리뷰에서는 지난 10여 년간 진행된 항아밀로이드 항체 약물 관련 연구 17개를 분석했다”며 “이 중 15개는 실패한 약이고 최근 2개 약물만 의미 있는 결과를 보였음에도 이렇게 다른 세대의 약물을 하나로 묶어 평균값을 내면 최신 치료제의 효과가 희석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 교수는 “이런 설계 방식으로 최신 치료제의 효과가 없다고 단정하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맞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실제 초기 항체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제거 능력, 임상 연구 대상의 환자 선별과 임상 설계가 제한적이고 불완전했다. 반면 레켐비는 양전자 단층촬영(PET·펫) 검사 등으로 아밀로이드 양성 환자를 선별하고, 고용량 투약과 정밀 설계를 통해 실제 아밀로이드 감소와 임상 지표 변화를 일부 입증했다.

"항아밀로이드 신약, 치매 진행 늦춰… ARIA, 관리 가능한 위험"

전문가들은 현재 승인된 치료제의 실사용 데이터를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보는 게 중요하다고 의견을 모은다. 미국 알츠하이머협회의 2026년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레켐비 등 치료제를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를 제거해 질병 진행 자체를 늦추는 ‘질병 수정 치료(disease-modifying therapy·질병 조절 치료)’로 평가했다.

이번 분석에서는 경도인지장애(MCI) 환자가 치매로 진행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치료받지 않으면 평균 7.2년, 치료군에서는 9.7년으로 약 2.5년 지연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초기 단계에서 치료를 시작하면 최대 13.2년까지 늦춰질 가능성도 제시됐다.

최 교수는 “4년 추적 결과를 보면 치료군이 초기 단계에 더 오래 머무는 경향이 관찰된다”며 “치매 치료는 ‘얼마나 늦추느냐’가 핵심이고, 환자가 독립생활할 수 있는 기간이 늘어나는 것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갈색)이 신경세포에 덩어리를 이루고, 타우 단백질(파란색)도 비정상적으로 뭉쳐 있다. /사진 미국 국립보건원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 뇌에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갈색)이 신경세포에 덩어리를 이루고, 타우 단백질(파란색)도 비정상적으로 뭉쳐 있다. /사진 미국 국립보건원

최 교수는 가장 우려되는 부작용에 대해서 “국내 데이터는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대한치매학회 ‘JOY-ALZ’ 분석(2025년 12월 기준)에 따르면, 42개 기관, 775명 중 85.2%가 레카네맙을 투여받았다. 이를 분석한 결과 ARIA 발생률은 14.8%였고, 유증상 ARIA는 0.6%에 그쳤다.

최 교수는 “부종(ARIA-E) 4.1%, 출혈(ARIA-H) 13.2% 등 대부분의 이상 반응이 무증상이거나 의료진의 모니터링하에 관리 가능한 범위 내에 있었다”며 “이미 항아밀로이드 치료는 연구 단계를 넘어 진료 현장의 표준 체계로 안착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내 의료 현장에선 엄격한 환자 선별과 모니터링으로 안전성이 확보되고있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번 논란의 문제는 연구 자체보다도 그 한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채, 항아밀로이드 치료 자체가 무의미한 것처럼 단정적으로 해석한 일부 전문가의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진료 현장에서는 원래도 1시간 이상 소요되던 치료 전 설명이 이번 논란 이후 더 길어지고 있다”며 “의료진은 환자와 보호자의 불안과 오해를 하나하나 풀어줘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부가 온·오프라인에서 퍼뜨린 학술적 신중함을 벗어난 성급한 일반화와 선언적 비판이 실제 환자 진료에 악영향을 주고 있어, 이번 문제를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초기 환자와 보호자에게 당부의 말도 전했다. 최 교수는 “논란이 있는 정보만으로 치료를 포기하거나 시기를 놓치는 게 가장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의료진과 충분히 상담해 적절한 시점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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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 알츠하이머병 치료제의 하나. 모든 치매 환자에게 사용되는 치료제는 아니다. 현재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확인된 경도인지장애(MCI) 또는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대상으로 사용된다.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항아밀로이드 항체 치료 과정에서 자기공명영상(MRI)에서 관찰되는 영상학적 이상 소견의 총칭. 뇌 실질 또는 혈관 주변의 체액 축적으로 나타나는 부종(ARIA-E)과 미세 출혈, 표재성 철 침착 등을 포함하는 출혈(ARIA-H)로 구분된다.

허지윤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