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의 ‘라이브 에이드’ 4000만 명 시청’
1985년 7월 17일(이하 현지시각) 자 뉴욕타임스(NYT) TV면(C22면). 상단의 가장 큰 사진은 폴 매카트니와 엘턴 존이 나란히 서서 마주 보며 노래하는 모습. 기사 제목은 이와 같았다. 앞서 그달 13일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과 미국 필라델피아의 JFK 스타디움에서 이어달리기로 열린 대규모 자선 공연 라이브 에이드에 대한 내용이다. ABC와 MTV에서 동시에 녹화 중계된 3시간 분량의 콘서트 실황이 그 주 가장 많이 본 TV 프로그램이었다는 기사였다.
그 기사 바로 아래엔, 잘 보면, 작은 박스 기사가 달려 있다. ‘마이클 잭슨은 일정 문제로 콘서트 불참’이란 제목. “잭슨은 매우 중대한 프로젝트를 위해 현재 녹음 스튜디오에서 밤낮으로 일하고 있으며, 그게 무엇인지는 수 주 안에 밝힐 것”이라는 마이클 잭슨의 홍보 담당자 노먼 윈터의 코멘트가 사실상 기사 내용의 전부였다. 그 ‘중대한 프로젝트’는 뭐였을까. 1982년 메가 히트 앨범 ‘Thriller’ 이후 무려 5년 만에 발표된 대작 ‘Bad(1987년)’였다(바쁘다며 큰 소리치더니 이 앨범은 결국 1985년으로부터 무려 2년이나 지난 시점에 발매됐다. 이 이야기는 언젠가 다음 기회에…).
에티오피아 위해 'We Are the World' 외친 팝 레전드
당시 마이클 잭슨의 라이브 에이드 불참 소식은 퀸의 무대 이상의 관심사였다. ‘팝의 왕’이어서뿐 아니다. 불과 3개월 전인 1985년 4월 올스타 라인업의 슈퍼 싱글 ‘We Are the World’의 핵심이자, ‘센터’가 바로 잭슨이었기 때문이다. 이 곡은 약 100만 명의 사망자를 양산한 에티오피아 기아 사태를 위한 자선 콘서트였다.
당시 에티오피아 사태는 전 세계의 큰 관심을 모았다. 1980년대 초는 위성통신과 대중 매체의 발달로 ‘지구촌’이란 말이 몹시 뜨거운 키워드였다. 머나먼 아프리카의 참혹한 장면은 거의 실시간으로 사진과 영상으로 지구촌에 타전됐고, 같은 지구인으로서 굶주리는 지구인을 돕자는 연대 의식이 훗날 ‘미투’나 ‘K-팝’처럼 그 당시 방식으로 ‘바이럴’되던 시기였던 것이다.
‘We Are the World’은 2000만 장 이상 팔려나가며 미국 빌보드, 영국 UK 차트를 비롯한 전 세계 음반 시장을 휩쓸었다. 유무형의 부가 콘텐츠 매출까지 합치면 약 8000만달러(약 1173억원)가 모금돼 에티오피아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클 잭슨, 스티비 원더, 빌리 조엘, 다이애나 로스, 레이 찰스, 신디 로퍼, 윌리 넬슨,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같은 스타 중의 스타가 한 스튜디오에 모여 완성한 작품. 녹음 당시의 단체 사진은 지금 나왔으면 ‘AI 생성 이미지’로 오해받기 딱 좋은 비현실적 ‘인증샷’이었다.
다시 라이브 에이드로 오자. 마이클 잭슨은 불참했고, 프린스도 불참했지만 미리 녹음한 비디오를 전달하는 방식으로 간접 참여했다. 알다시피 여기 참가한 퀸은 ‘Radio Ga Ga’ ‘We Are the Champions’을 현장의 애국가로 만들면서 ‘에~오!’의 역사적인 무대를 만들었다. 퀸 외에도 데이비드 보위, 폴 매카트니, 더 후, 다이어 스트레이츠, U2, 닐 영, 레드 제플린, 밥 딜런 등 수많은 별이 대서양 양편의 무대에 릴레이로 늘어선, 세기의 콘서트였다. 단 하루의 이벤트로서 결과적으로는 약 1억2700만달러(약 1862억원)를 모금한 천문학적 자선 행사였다.
"빚더미 앉은 美 농가 돕자"⋯ 팜 에이드 콘서트도
그 이후로 슈퍼 출연진을 앞세운 자선 행사, 즉 ‘-에이드(aid·도움)’는 만능 접미사 비슷한 게 됐다. 1985년 9월부터는 빚더미에 앉은 수많은 미국 농가를 돕자는 ‘팜 에이드(Farm Aid)’ 콘서트가 시리즈로 열렸다. 지난해 9월,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팜 에이드 40주년 행사에는 윌리 넬슨, 닐 영, 밥 딜런 등이 참여했다.
1986년에는 아일랜드에서 실업자 폭증 문제에서 비롯된 ‘셀프 에이드(Self Aid)’가 열려 밴 모리슨, U2, 클래너드 등 아일랜드와 아일랜드계 영국 음악가가 다수 출동했다. 그 결과로 수백만파운드 규모의 구직 지원 펀드가 조성됐다.
21세기에도 에이드는 이어졌다. 20주년을 맞은 라이브 에이드의 기획자 밥 겔도프가 다시 팔을 걷어붙여 만든 2005년 ‘라이브 8(Live 8)’은 당시 스코틀랜드에서 열린 주요 8개국(G8) 정상 회담에 즈음해 세계의 빈곤과 불평등 문제를 환기하기 위한 행사였다. 이를 위해 핑크 플로이드의 전성기 멤버가 무려 24년 만에 재결합했고, U2와 폴 매카트니의 합동 무대도 화제가 됐다. 전 세계 약 3000만 명이 실황 중계를 지켜봤고 약 160만파운드(32억원) 규모의 펀드가 조성됐다.
그 이후로 에이드의 전성시대는 가버린 걸까. 스타들이 어깨를 맞대고 ‘빈곤 퇴치!’ 나 ‘불평등 개선!’을 외치던 순수의 시대. 그것은 범람하는 숏폼과 소셜미디어(SNS) 과시 문화의 발달 아래 깔린 퇴적층에 불과한 건가. 아니다. 글로벌 자선 콘서트가 다시 화제로 올라온 건 지구촌이 공동의 걱정으로 머리를 싸맨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감염병 대유행) 시기였다.
2021년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가 대표적이다. 6개 대륙의 주요 도시에서 원격 생중계로 ‘횃불’을 주고받았다. 대한민국에서도 방탄소년단이 숭례문을 배경으로 퍼포먼스를 벌였다. 글로벌 시티즌 라이브는 올해도 열린다. 6월 18일 일본 도쿄의 국제 포럼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에는 하이브의 일본 현지화 다국적 그룹 ‘앤팀’이 간판 출연진으로 나선다.
요즘 대중문화 소비 트렌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단어는 ‘파편화’다. 개인화된 알고리즘을 통해 자기 취향으로 만들어진 공고한 안개의 성을 쌓은 지금, 지하철을 타든 버스를 타든 어깨를 맞댄 인간 대신 스마트폰 화면 너머 가상 세계에 더 몰입하는 스마트 좀비의 시대에 에이드는 어떤 의미일까. 한 가지는 확실하다. 수백, 수천, 수만 명이 모인 콘서트장에서 하나의 목소리로 하나의 노래를 부르는 뜨거운 제창이 여전히 가슴을 덥히는 시대. 그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가 ‘함께’를 갈망하고 있다는, 애타는 방증이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