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만에 빛을 되찾은 동굴
충주 시내에서 차로 15분 남짓, 충주호 인근 목벌동에 활옥동굴이 있다. 1900년쯤 발견돼 1919년 개발이 시작된 이 갱도는 약 100년간 활석과 백옥, 백운석을 캐내던 동양 최대의 활석 광산이었다. 8000여 명이 일하던 시절도 있었지만, 값싼 중국산 활석이 밀려들면서 채산성을 잃고 결국 문을 닫았다. 오랫동안 방치됐던 갱도가 2019년 동굴 테마파크로 다시 태어났다.
매표소를 지나 동굴 안으로 발을 들이면 공기의 질감이 단숨에 바뀐다. 연중 11~15도를 유지하는 덕에 여름엔 서늘한 한기를, 겨울엔 포근한 온기를 건넨다. 얇은 겉옷 하나쯤 챙겨야 했다는 것을 깨닫는 건 언제나 입구를 지나고 나서다.
관람 동선을 따라 걷다 보면 갱도 한복판에 육중한 기계가 나타난다. 권양기다. 깊은 갱도에서 채굴한 활석을 지상으로 끌어 올리던 장비로, 원통형 몸체에 강철 줄을 감아 물건을 운반했다. 150마력, 300마력, 500마력짜리가 갱도에 그대로 서 있다. 지하 수직고가 711m에 달했으니 이런 장비가 필요했을 것이다. 광부가 지하로 내려가기 위해 탔던 사갱 운반차와 레일도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다.
동굴 곳곳에는 LED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칠흑 같은 갱도에 빛이 더해지면서 낯선 공간이 만들어진다. 드라마 ‘DP’와 ‘종이의 집’ 촬영지로 알려진 뒤 젊은 여행자들이 특히 많이 찾는다. 포토 존마다 줄 서는 것을 보면 동굴이 광산이었다는 사실이 새삼 실감 나지 않는다.
활옥동굴 여행의 진짜 하이라이트는 동굴 안 호수다. 암반수가 오랜 세월 고여 만들어진 이 호수에는 철갑상어와 송어가 유유히 헤엄친다. 그 위를 투명한 카약으로 천천히 가로지르는 체험을 할 수 있다. 페달을 밟아 움직이는 2~3인용 카약을 타고 150m 코스를 돌다 보면 발아래로 물고기가 지나간다. 지하 호수에서 투명 카약을 타고 유람하는 기분은 비현실적이다. 주말에는 조기 마감이 잦으니 오전 일찍 서두르는 편이 좋다. 카약 발권 마감이 오후 4시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갱도 한편에는 약 1200㎡ 공간에 고추냉이(와사비)를 시험 재배하고 있다. 온도에 민감한 작물인 고추냉이는 연중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동굴 안에서 오히려 잘 자란다. 근처 활옥미분공장카페에서 와사비 아이스크림을 맛볼 수 있다. 살짝 톡 쏘는 묘한 풍미가 있다. 와인 저장고에서는 충주 사과로 빚은 사과 와인을 시음하고 구매할 수 있다. 달콤하면서도 과일 향이 진하다.
국토 한복판에 홀로 선 탑
활옥동굴에서 충주 시내 쪽으로 이동하면 탄금대를 지나게 된다. 가야의 악사 우륵이 가야금을 연주했다는 언덕으로, 달천과 남한강이 합류하는 지점에 있다. 임진왜란 당시 신립 장군이 이곳에서 배수의 진을 치고 왜군에 맞서다 전멸한 역사적 현장이기도 하다.
탄금대에서 조금 더 가면 ‘중앙탑’이 나온다. 정식 명칭은 중원 탑평리 7층 석탑이지만, 국토의 정중앙에 서 있다고 해서 중앙탑으로 불린다. 현재 남아 있는 신라 석탑 중 규모가 가장 크고 높은 탑으로, 9세기쯤 세워진 것으로 추정된다. 국보 제6호다. 탑을 둘러싼 공원이 잘 조성돼 있어 산책하기 좋고, 남한강변 풍경과 어우러진 탑의 모습이 단아하다. 노을이 지는 저녁, 남한강변에 우뚝 솟은 신라의 탑을 바라보며 걷는 산책길은 충주가 건네는 가장 고요한 위로다.
충주에서 최근 주목받는 여행지가 수주팔봉이다. 달천변을 따라 깎아지른 암벽 여덟개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다. 조선 철종이 이곳의 절경에 반해 달천에 발을 담그고 놀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수주팔봉 아래로 짙은 강물이 흐르고, 암벽 사이로 출렁다리가 놓여 아찔한 조망을 선사한다. 물안개가피어오르는 이른 아침이나 노을이 드리우는 저녁 무렵에 찾으면 더욱 극적인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아이들과 함께라면 별을 보여주는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에 꼭 가보자. 2008년 개관한 이 천문대는 충주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산 정상에 자리한다. 이름이 독특한데, 인근에 중원고구려비가 있어 고구려의 기상을 이어받자는 뜻으로 이런 이름을 붙였다.
천체투영실 의자에 앉아 등받이를 뒤로 젖히면 반구형 천장에 별자리가 펼쳐진다. 강사의 목소리를 따라 오리온자리가 나타나고 우리 은하가 흘러가고, 안드로메다은하가 순식간에 나타났다가 사라진다. 어른도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젖히고 입을 벌리게 되는 시간이다.
주관측실에는 지름 600㎜의 리치-크레티앙 반사망원경이 설치돼 있다. 낮에는 태양의 흑점과 홍염을, 밤에는 별과 행성, 성운, 성단을 관측할 수 있다. 보조관측실에는 400㎜와 250㎜ 반사굴절망원경, 150㎜ 굴절망원경이 추가로 갖춰져 있어 동시에 여러 천체를 살펴볼 수 있다. 페르세우스 유성우 심야관측회 등 계절별 특별 프로그램도 운용한다.
낡은 골목이 새롭게 피어나는 관아골
관아골이 있는 성내동은 조선 시대 충주목 관아가 있던 자리다. 성 안에 있는 동네라는 뜻의 성내동은 한때 충주의 심장이었지만 지금은 구도심이 됐다. 그러나 낡은 건물을 고쳐 만든 청년 몰과 독립 카페가 하나씩 들어서면서 조용히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관아공원에는 충북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청녕헌과 제금당이 있다. 청녕헌은 충주목 동헌으로 쓰이던 건물이다. ‘맑고 편안하다’ 는 이름처럼 건물 안에 서면 마음이 차분해지는 느낌이 든다. 이 건물 규모만 봐도 조선 시대 충주가 얼마나 중요한 고장이었는지 짐작된다. 제금당은 충주를 방문한 귀빈을 위한 숙소였다.
여행수첩
활옥동굴 개방 시간은 오전 9시~오후 6시(마지막 입장 오후 5시), 매주 월요일 휴무다.
입장료는 어른 1만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8000원이며, 투명 카약은 1인 5000원이 별도 추가된다. 티켓은 현장 발권만 가능하고 온라인 예약은 받지 않는다. 카약 발권 마감은 오후 4시이므로 여유 있게 방문하는 것이 좋다. 충주고구려천문과학관은 방문 전 홈페이지를 통한 온라인 사전 예약이 필수다. 은혜삼겹살은 간장에 찍어 먹는 삼겹살로 유명하다. 쌍용반점은 삼선짬뽕을 잘한다. 복서울해장국은 현지인이 즐겨 찾는 선지해장국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