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첨단 지능화의 허와 실,  그리고 한국의 대응 전략
차이나 반도체 라이징
권석준│사이언스북스│ 2만9500원│692쪽│ 4월 30일 발행

미·중 반도체 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중국의 첨단산업은 지금 어디까지 와 있을까. 미국의 대중 반도체 견제가 갈수록 촘촘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반도체와 인공지능(AI)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밀어붙이며 빠르게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성균관대 반도체융합공학과 교수인 저자는 이 거대한 충돌의 한복판에서 중국 반도체·AI 산업의 실제 경쟁력과 구조적 한계를 함께 해부한다. 저자는 막연한 공포나 단순한 낙관 대신, 기술·정책·자본·지정학이 얽힌 중국 첨단산업의 실체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책은 중국 반도체 굴기를 단순한 기술 추격의 성공담으로 보지 않는다. 화웨이,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 딥시크 같은 기업 사례를 통해 중국 산업 전략의 내부 구조를 들여다보며, 중앙과 지방정부의 대규모 투자 경쟁, 내수 시장 중심의 자급화 전략, 군과 산업이 결합한 중국식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추적한다. 특히 미국의 수출 통제와 기술 제재 속에서도 중국이 우회 혁신과 자체 생태계 구축을 시도하는 과정은 오늘날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핵심 장면으로 제시된다. 반도체와 AI가 결합하면서 제조업과 안보, 에너지와 외교까지 동시에 흔들리는 흐름 역시 함께 설명한다.

중국의 성장 동력만큼 그 이면의 위험도 놓치지 않는다. 막대한 공적 자금과 국가 주도 투자는 빠른 성장을 가능하게 했지만, 동시에 중복 투자와 수익성 악화, 기술 병목, 산업 불균형 같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지방정부의 과열 경쟁과 과잉생산 구조는 장기적으로 중국 산업의 부담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한다. 미국의 견제가 강해질수록 중국은 독자 생태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첨단 장비와 핵심 기술에서 드러나는 격차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도 냉정하게 보여준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특히 흥미로운 대목은 미국·중국·대만이 형성하는, 이른바 ‘실리콘 트라이앵글’ 구도다. 미국은 일본·네덜란드 같은 동맹국까지 묶어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수출 통제 체제를 구축하려 하고, 중국은 이에 맞서 자국 공급망 강화와 대만 영향력 확대를 동시에 시도한다. 저자는 반도체가 더 이상 특정 산업의 부품이 아니라 국제 정치와 안보 질서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었음을 강조한다. 결국 반도체 패권 경쟁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국가 시스템 전체의 경쟁이라는것이다.

저자는 중국 분석에서 끝내지 않고, 한국의 미래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기존 성공 공식이 앞으로도 유효할지, AI 시대에 필요한 첨단 패키징·파운드리·팹리스·인력 생태계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묻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개별 기업 경쟁력을 넘어, 공용 팹과 산업 인프라, 전문 인력 양성, 에너지 지속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도 담겨 있다.

책은 중국의 부상을 과장하거나 단순히 위협으로 소비하지 않는다. 대신 중국 산업 전략의 동력과 한계를 동시에 분석하며, 미· 중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냉정하게 생각하게 한다. 반도체와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시대, 앞으로 10년을 읽기 위해 필요한 산업 전략 지도를 제시하는 책이다.

고립주의는 세계를 어떻게 무너뜨리는가
고립 경제학
벤 추│고한석 옮김│메디치미디어│2만5000원│408쪽│4월 20일 발행

보호무역과 자급자족은 정말 국가를 더 안전하게 할 수 있을까. 책은 ‘고립 경제학’이라는 개념을 통해 세계화에 대한 반감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배경을 추적한다. 식량·에너지·반도체·의약품 공급망이 얼마나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며, 자급자족의 환상을 비판한다. 1930년대 대공황과 오늘날을 비교하고, 현 미국 정부의 관세정책과 반세계화 흐름의 위험성을 짚는다.

환자 만들어내는 사회에서 지혜롭게 건강 지키는 법
가짜 환자
김현아│창비│1만8000원│220쪽│4월 24일 발행

건강한 사람도 환자가 되는 시대다. 대학병원 교수인 저자는 과잉 검사와 진단, 노화 비즈니스, 경쟁 사회가 어떻게 ‘가짜 환자’를 만들어내는지 짚어낸다. 과잉 진단 문제부터 스트레스성 질환까지 한국 의료 현실의 왜곡을 비판하며, 완벽한 건강 강박 대신 몸의 변화를 받아들이고 의료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방법을 제안한다. 병보다 불안을 키우는 사회구조도 함께 돌아본다.

위기를 기회로 바꾼 브랜드 전략의 본질
기아 브랜드 전쟁 30년
이순남│한국경제신문│2만4000원│376쪽│4월 27일 발행

기아는 어떻게 글로벌 브랜드로 살아남았을까. 30년간 기아 현장에서 일한 저자는 외환 위기와 현대차 인수 이후의 혼란 속에서 브랜드를 재건해 온 과정을 풀어낸다. 유럽 시장 씨드(Cee’d) 론칭과 ‘7년 보증’ 전략, 레저용 차량(RV) 라인업 강화 사례를 통해 브랜드가 광고가 아니라 실행으로 완성된다는 점을 보여주며, 중국 시장 실패와 성장의 함정까지 조망한다.

금융 문맹 탈출을 위한 맞춤형 재테크 수업
난생처음 시작하는 돈 공부
제이크 쿠지노│도지영 옮김│쌤앤파커스│1만8500원│276쪽│4월 30일 발행

재테크 열풍 속에서도 정작 돈 관리의 기본부터 막막한 2030이 적지 않다. 예산 관리부터 부채 정리, 상장지수펀드(ETF)·인덱스 펀드 투자, 은퇴 설계까지 초보자도 바로 적용할 수 있는 ‘10단계 재테크 로드맵’을 제시한다. 돈 공부를 미루게 하는 불안과 회피 심리를 돌아보며, 단기 수익보다 꾸준한 시스템과 생활 습관이 자산 형성의 핵심임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삶이 가벼워질수록 나는 단단해진다
쪼개기 법칙
허규형│오리지널스│1만8800원│320쪽│5월 6일 발행

삶이 버거운 이유는 문제를 너무 큰 덩어리로 바라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인 저자는 불안·관계·목표· 감정 같은 삶의 문제를 잘게 나누는 쪼개기 방식에 주목한다. 사실과 해석 구분하기, 통제 가능한 영역 나누기, 감정을 유형별로 들여다보기 등 심리학과 뇌과학을 바탕으로 한 실천법을 통해 거창한 변화보다 작은 반복이 삶을 단단하게 한다고 말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법:
스탠퍼드대에서 배우는 권력(How to Rule the World:An Education in Power at Stanford University)
테오 베이커(Theo Baker)│센터스트리트│32달러│352쪽│5월 19일 발행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탠퍼드대 신입생이던 저자는 학생 기자로 활동하며 대학 총장의 연구 윤리 의혹을 추적한다. 비밀 사교 모임과 스타트업 투자, 억만장자 네트워크가 얽힌 스탠퍼드대를 통해 세계 권력을 움직이는 기술 엘리트 문화의 이면을 파헤친다. 총장 사임으로 이어진 취재 과정을 바탕으로, 혁신과 특권이 결합한 실리콘밸리의 민낯을 드러낸다. 

이선목 기자
이코노미조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