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탈취, 하도급, 영업 비밀, 전직 금지, 특허 침해, 가업 승계 등 중소·중견기업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법률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합리적 비용으로 최고의 경험을 갖춘 변호사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수입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서 만난 이춘수(사법연수원 32기) 법무법인 LX(이하 LX) 대표변호사가 한 말이다. LX는 2025년 9월 세워진 신생 로펌이다. 운영 기간은 짧지만 각 대표변호사의 법조 경력이 20~30년에 이를 만큼 구성원 면면은 전통 대형 로펌 못지않게 화려하다.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보통 많은 로펌이 파트너변호사가 사건을 서로 공유하지 않고, 각자 수임한 사건을 철저히 따로 관리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구조인 반면, LX는 ‘내 사건, 네 사건’ 경계 없이 유기체처럼 움직여 하나의 사건에 공동 대응하는 ‘원펌(One-Firm)’ 시스템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민사 사건에 형사 리스크가 있거나 가사 분쟁 이면에 기업 지배구조 문제가 있을 때 각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은 변호사가 다각도에서 사건을 검토하고 최고의 결론을 도출해 낼 수 있게 노력한다.
최근 일부 로펌은 판검사, 경찰 출신 전관 변호사를 홍보 미끼로만 활용하고, 실무엔 비교적 경험이 적은 신입 변호사를 투입해 허위·과장 광고라는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LX는 파트너변호사가 일선 업무를 직접 수행한다. ‘파트너변호사 직접 수행’을 원칙으로 파트너변호사가 의뢰인 상담, 자료 검토, 서면 작성, 조사 입회, 법정 출석까지 직접 한다.
이춘수 대표변호사는 최근까지 김앤장법률사무소(이하 김앤장)에서 근무하다가 중소·중견기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포부로 독립해 LX를 설립했다.
LX는 이춘수 대표변호사를 포함해 김앤장 출신 이승철(29기)·문준섭(29기) 대표변호사를 중심으로 설립됐다. 이승철 대표변호사는 LG전자 법무그룹에서 2019년부터 2023년까지 근무하다 전무로 퇴직한 경력도 있다.
이후 최근 퇴임한 정진우(29기) 전 서울중앙지검장, 김형주(32기) 전 부장검사, 박민우(35기) 전 부장판사가 합류했다. 현재 총 16명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LX’의 뜻은 리걸 트랜스포메이션(Legal Transformation·영어권에서는 ‘trans’를 ‘X’로 표기)이라는 뜻이다. 디지털 전환(DX·Digital Transformation)처럼 법률 서비스에 변화를 불러오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인터뷰는 이춘수·이승철 대표변호사와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앤장을 나와 LX를 만들 때 세운 목표는 무엇인가.
이춘수 “상당히 많은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은 종합적인 법률 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비용이 많이 들어 고민을 많이 하고 있다.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었다.”
이승철 “중소·중견기업은 법률적 조언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법무팀에 사내 변호사도 없는 곳이 흔하다. 초기에 법률 조언을 받았으면 호미로 막을 수 있었을 것을 사태가 커진 뒤 가래로도 막지 못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다. ‘돈이 많이 든다’는 선입견 때문에 제대로 도움 받아보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곤 한다. 그래서 공급과 수요는 있는데 양쪽이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의 법률 조언이 꼭 필요한 이유는.
이승철 “예를 들어 내가 몸담았던 LG전자는 사내 변호사만 국내·해외 변호사를 합쳐 약 80명 수준이었다. 큰 사건은 외부에 맡기고, 80명은 주로 계약서를 검토한다. 큰 거래 계약서는 물론이고, 총무팀에서 물품 구매하는 것까지 계약서를 검토한다. 중소기업은 큰 거래 계약서를 쓸 때도 변호사 검토 없이 진행했다가 나중에 사고가 터지면 덤터기를 쓰는 일이 많다.”
이춘수 “인사(HR), 노무 분야도 변호사 조력이 꼭 필요하다. 최근 규제가 매우 강화되고 있고, 제조업은 산업재해 사건도 발생한다.”
LX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춘수 “협업하는 문화다. 김앤장 특유의 문화인데, 사건이나 자문 의뢰가 들어오면 수임한 변호사가 혼자 처리하지 않고, 사내에서 관련 능력이 가장 뛰어난 전문가와 함께 일을 처리한다. 또 끝까지 파고드는 훈련도 잘돼 있다.”
대표변호사나 파트너변호사는 훈련을 받았지만, 주니어 변호사는 그런 기회를 얻지 못했는데.
이춘수 “잠재력 있는 주니어 변호사를 뽑으려 한다. 지켜보면 애티튜드(마음가짐)가 좋은 사람이 발전하더라. 이른바 ‘스펙’이 모자라도 애티튜드가 좋고, 문장력이 좋고, 구조적인 사고를 잘하는 주니어 변호사는 충분히 우수한 변호사로 성장할 수 있다. 사실 학부 때 연애하다가 학점이 조금 삐끗하면 상위 로스쿨에 갈 수 없는데, 그런 지표로 주니어 변호사의 잠재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
위기에 처한 중소기업에 도움을 줬던 사례가 있다면.
이춘수 “축사에서 가축을 키울 때 제대로 크지 못하고 일찍 죽는 일이 있다. 그래서 축산 업체는 사체를 처리하는 ‘폐사축처리기’를 갖춰야 한다. 돼지를 키우는 대형 축사를 운영하는 기업이 있었는데, 폐사축처리기 부근에서 스파크가 튀어 불이 나 축사가 전소돼 약 100억원의 피해가 발생한 사건이 있었다. 축산 기업은 폐사축처리기 제조 업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는데, 제조사 규모가 작아 배상액을 다 주고 나면 회사가 문을 닫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축산 기업을 대리한 대형 로펌은 폐사축처리기 결함으로 불이 났다고 주장했으나, 나는 폐사축처리기 결함으로 불이 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해 1원도 배상할 필요가 없는 승소 판결을 끌어냈다. 그렇다고 중소·중견기업에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대기업 사건을 더 많이 하고 있고,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고루 제공할 수 있다.”
소속 변호사들을 보니 이공계와 경찰대 출신이 눈에 띈다.
이춘수 “일부러 그렇게 뽑은 건 아니다. 다만 기술에 대한 이해가 있어 지식재산권(IP) 사건 등에서 큰 힘이 된다. 경찰대 출신은 형사사건의 검찰 송치 전 단계에서 경찰 문화나 생리를 잘 알아서 도움이 된다.”
법무법인 LX에는 이공계 출신이 여럿 소속돼 있다. 이춘수 대표변호사와 박민우 변호사는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김앤장 지식재산권(IP)팀 출신 장재혁 변호사는 물리, 이용우 변호사는 전기·전자, 송석준 변호사는 한약학을 전공했다. 경찰대를 졸업하고 김앤장과 세종 경찰팀에서 활약한 도주호· 이영재 변호사와 삼일회계법인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김앤장 금융팀에서 활약한 김호준 변호사도 힘을 보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