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경 설명│금은 통상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때 수요가 늘어나는 안전 자산이자, 물가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지난 2월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지정학적 불안이 커졌는데도 금값은 오르기는커녕 3월 한때 10% 하락했다. 4월에도 큰 반등을 보이지 않았다. 저자는 이를 계기로 중앙은행이 금을 사들이는 이유를 따져본다. 결론은 지정학적 불안과 금융 제재 위험이 커진 시대에 금이 다시 중요한 전략 자산이 됐다는 것이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해외 외환보유액 동결을 경험한 뒤, 신흥국 중앙은행은 해외 예금이나 증권보다 자국 내 금을 선호하게 됐다. 해외 은행예금이나 국채는 제재로 묶일 수 있지만, 자국 금고의 금은 제재 위험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중국, 인도, 폴란드, 튀르키예 등 지정학적 위험에 노출된 국가가 금 보유를 늘린 배경도 여기에 있다. 저자는 중앙은행의 금 매입과 본국 보관 확대를 탈세계화(deglobalization)의 증상으로 본다. 세계 금융 질서가 더 분절되고, 국경 간 거
래가 점점 더 어렵고 비싸지는 시대가 오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이다.
금은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말했듯 ① ‘야만의 유물(barbarous relic)’일지 모르지만, 여전히 각국 중앙은행이 가장 선호하는 유물로 남아 있다. 신흥국 중앙은행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꾸준히 금 보유고를 늘려 왔고, 그 결과 보유량은 두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그렇다면 최근 이란의 전쟁 발발 이후 나타난 금값의 이례적 움직임은 중앙은행의 금 매입 전략에 의문을 던지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요인이 작용하고 있는 것일까.
금이 매력적인 이유는 안전 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된 직후인 3월, 달러 기준 금값은 오히려 10% 하락했다. 전쟁은 안전 자산과 인플레이션 헤지 두 측면에서 모두 금 수요를 밀어 올려야 했을 사건이기에 뜻밖의 흐름이었다. 4월에도 금값은 보합세를 보였다. 결국 금이 투자자가 생각했던 만큼의 확실한 안전 자산도,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도 아니었음이 드러난 것이다.
이 이례적 움직임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제기됐다. 다른 투자에서 손실을 본 투자자가 마진콜, 즉 추가 증거금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금 선물과 펀드를 매도했을 수 있다. 금리 상승, 혹은 금리 인하 기대감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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