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패왕별희’ 속 장면들. /사진 Miramax Films
영화 ‘패왕별희’ 속 장면들. /사진 Miramax Fil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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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나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김규나 조선일보·부산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소설 ‘트러스트미’ 저자

아이의 비명이 고요한 세상을 찢는다. “손가락이 여섯 개인 배우는 관객이 외면한다”며 단장이 거절하자, 어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칼을 들어 아이의 손가락 하나를 잘라버렸다. “홍등가에선 더 이상 사내아이를 키울 수 없단 말이에요.” 어미는 그렇게 경극단에 아이를 내던지듯 맡기고 떠나버린다. 아이가 남처럼 다섯 손가락이니 이제 어미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으리라 믿었을까.

붉은 피를 덮듯 흰 눈이 펑펑 쏟아지는 밤, “너 매음굴에서 왔다며?” 경극단 아이들의 잔인한 놀림이 사방에서 날아와 가슴에 박힌다. 생살을 잘라낸 통증과 어미에게 버림받은 심장의 상처 중 어느 쪽이 더 아팠을까. 홀로 남겨진 아이는 어미가 남기고 간 외투를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 던져버린다. 그리고 자기와 똑같이 버려진 아이들 틈바구니에서, 온 힘을 다해 가냘픈 생명을 키워내기 시작한다.

아이는 울지 않으려 이를 악문다. 그러나 눈물이 마를 날은 없다. 허리를 곧추세우지 않는다고, 다리를 높이 차지 않는다고, 대사가 틀렸다고 단장은 호된 매질을 가했다. 경극이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시절, 무대 뒤에 감춰진 풍경이었다. 18세기 청나라 때 만들어진 경극은 가면과 노래, 독특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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