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지(CHAGEE·霸王茶姬)의 빨대는 구멍이 세 개다. 천천히 차(茶·티)를 마시고, 차향을 입안에 오래 머물게 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김좌현 차지코리아 대표는 프리미엄 경험을 향한 브랜드의 집착을 이렇게 설명했다.
‘커피 공화국’ 한국에 새로운 ‘차 바람’이 불고 있다. 주인공은 전 세계에 7000여 개 매장을 운영 중인 글로벌 프리미엄 티 브랜드 ‘차지’다. 2017년 중국 윈난성에서 시작한 차지는 매장에서 직접 우려낸 원차와 신선한 우유를 더하는 프리미엄 전략으로 급성장했다. 2025년 4월에는 중국 티 브랜드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며 약 62억달러(약 9조4000억원)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국내에선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의 소셜미디어(SNS) 인증 사진으로 진출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2026년 4월 28일 강남·용산·신촌 매장을 동시에 연 첫날에는 4시간 이상 대기가 발생할 만큼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최근 ‘이코노미조선’과 만난 김 대표는 “커피 강국인 한국에서 차 문화를 일상으로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 대표는 디아지오, 스타벅스 아시아퍼시픽, 하이네켄 등 글로벌 주류·음료 기업을 거쳐 지난해 4월 차지코리아 수장으로 합류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첫 매장을 연 지 한 달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오픈런'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식음료(F&B) 시장 경쟁이 워낙 치열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커 어떤 반응이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생각했던 것보다 뜨거운 관심을 보내줘 감사하다. 제품 원재료의 우수성과 매장의 프리미엄 경험, 한국에 진출하기 전부터 진행한 사전 마케팅 등이 주효했다고 본다. 유명 연예인들이 자발적으로 SNS에 제품 인증 사진을 올린 것도 화제를 키웠다.”
한국은 커피 문화가 견고하다. 이 시점에 티 브랜드가 통할 거라 확신한 이유는.
“한국은 커피 시장이 강하고, 아직 밀크티라는 카테고리가 정착하지 않았다. 그러나 차지는 단순한 밀크티 브랜드가 아니라 ‘모던 티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한다는 글로벌 브랜드로서 정체성이 있다. 최근 웰빙 트렌드와 새로운 경험에 대한 소비자 니즈, 건강한 음료를 찾는 움직임을 보며 분명 기회가 있겠다고 판단했다.”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가.
“세 가지다. 첫째는 원재료에 대한 고품질 유지, 둘째는 로컬 소비자와 꾸준한 커뮤니케이션, 셋째는 매장 공간이 주는 경험이다. 지금은 웨이팅(대기)이 길지만, 공간 경험을 통해 디저트 브랜드가 아니라 ‘데일리 해빗(일상적인 습관)’으로 자리 잡는 게 목표다.”
처음부터 강남, 신촌, 시청 등 주요 상권에 깃발을 꽂았다.
“강남은 트렌디한 오피스 상권, 용산은 다양한 소비자층이 교차하는 지역, 신촌은 대학가로 각각 차지가 겨냥하는 소비자층에 맞게 공략했다. 올해 서울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추가 출점을 준비 중이며, 부산 등 지방 주요 도시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매장 인테리어에 한국적인 요소를 반영했다.
“차지의 모던한 정체성에 한국의 문화적 요소를 자연스럽게 섞으려 했다. 강남점은 한국의 처마와 기와에서 영감받은 패턴 등으로 한국적인 분위기를 담았고, 천장엔 초록빛 실크로드를 표현해 차가 세계로 퍼져가는 여정을 시각화했다. 용산점과 신촌점은 한국 아티스트 제니스 채와 협업해 한국만을 위한 벽화를 제작했다.”
한국에도 티 브루잉 로봇이 도입됐나.
“로봇이라기보다 차를 정교하게 우려내는 ‘티 브루잉 머신’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 고객이 선택한 옵션에 따라 온도·시간·농도를 정확히 설정해 최적의 맛을 구현한다. 한국에선 5월에 문을 연 역삼·시청점에 도입됐으며, 이후 매장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티 브루잉 머신의 목적은 스피드와 일관성이다. 특히 일관성이 중요하다. 전 세계 매장에서 동일한 품질을 제공하는 것이 프리미엄 경험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브루잉이 체계화되면 직원들이 공간 경험과 고객 서비스에 더 집중할 수 있고, 이는 결국 고객 재방문으로 이어진다.”
차지가 글로벌 시장에서 초고속 성공을 거둔 요인은 무엇인가.
“50년, 100년 된 글로벌 브랜드와 비슷하게, 제품 원재료와 품질에 대한 열정, 소비자 신뢰, 일관성을 중시한다. 특히 브랜딩에 많이 투자한다. 브랜드가 장기적으로 성공하려면 브랜드에 대한 집착이 중요한데, 그 철학이 굉장히 강하다. 매장에서 쓰는 청소 도구나 세제 하나도 글로벌 기준에 맞는 것을 써야 할 만큼 지속 가능한 브랜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창업자인 장쥔제(张俊杰·33) 회장이 한국 지사에 특별히 당부한 점이 있다면.
“두 가지다. 제품 경험이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직원의 안전, 즉 사람에 대한 케어다.”
한국 시장에서 F&B 브랜드가 지속하기 위한 핵심 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브랜드 히트(hit·대세감)·해빗(habit·습관)·트러스트(trust·신뢰도), 세 가지다. 시대에 맞는 긍정적 노이즈를 지속적으로 만들고, 제품과 경험뿐 아니라 전체 에코 시스템이 브랜드를 신뢰하도록 해야 한다.
쿠폰으로 만들어지는 습관이 아니라, 브랜드가 소비자 일상에 자연스럽게 녹아들며 의미를 만들 때 비로소 장기적 관계가 형성될 수 있다.”
최종 목표는.
“단발적인 화제성 브랜드가 아니라, 일상에서 좋은 차를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문화와 여유를 전달하는 브랜드가 되고 싶다. 차에 집중하고, 차 경험을 더 풍부하게 해줄 수 있는 방향으로 브랜드 역량을 확장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당분간 매장도 직영으로 운영할 방침이다.”
Company Info
창업자 장쥔제
본사 중국 쓰촨성 청두(창업은 윈난성 쿤밍)
설립 연도 2017년 6월
사업 분야 프리미엄 차 음료 제조 및 유통
진출 국가 중국, 태국, 미국, 한국 등 9개국
매장 수 7453개(2025년 말 기준)
상장 2025년 4월 미국 나스닥 상장
노숙자에서 억만장자로… '茶 왕국' 건설한 1993년생 차지 창업자
차지를 키워낸 장쥔제 회장은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스토리의 인물이다. 1993년생인 그는 10세 때 부모를 여의고 7년간 노숙 생활을 했다. 17세에 대만 밀크티 체인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차 세계에 발을 들였고, 점장과 지역 총괄을 거치며 현장의 경영 감각을 익혔다.
인공 파우더 위주의 저가형 밀크티 시장에서 기회를 포착한 그는 2017년 6월 고향인 윈난성 쿤밍에서 차지를 창업했다. 경극 ‘패왕별희’에서 착안한 브랜드명(현재는 ‘차희’로 통칭)과 동양적 미학을 담은 프리미엄 전략으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결국 창업 약 8년 만인 2025년 4월, 차지는 기업 가치 62억달러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했다. 지분 20%를 보유한 장 회장의 순자산도 21억달러(약 3조원)로 불어났다. 차지의 2025년 매출은 전년 대비 4.1% 증가한 129억1000만위안(약 2조8800억원), 조정 순이익은 19억1000만위안(약 4300억원)을 기록했다. 장 회장은 2026년을 ‘해외 기반 다지기의 해’로 선포하고, 세계시장에 약 200개의 매장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