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인 자동차 수출 강국은 일본과 독일이었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대규모 산업 지원 정책, 특히 전기차 산업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에 힘입어 중국의 전기차 생산량이 급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1743만 대였는데, 이 가운데 약 70%인 1240만 대가 중국에서 생산된 것으로 집계된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해외로 대거 수출되면서 중국의 자동차 수출이 급증했다. 중국이 2022년 독일을, 2023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된 배경이다.
이에 따라 각국은 중국산 자동차에 관세를 부과하거나, 자국 산업 부흥을 위해 보조금을 제공하거나, 수입·투자 통제 정책을 시행하는 등 각종 통상법적 수단으로 중국이 자국 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 관세와 공급망 배제로 中 전기차 견제
미국은 무엇보다 관세정책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1기 정부는 2018년부터 1974년 통상법 제301조를 근거로 중국산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했다. 이후 조 바이든 정부는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율을 100%로 올렸고, 트럼프 2기 정부 역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또한 트럼프 2기 정부는 2025년부터 1962년 무역확장법 제23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다만한국은 지난해 한미 양자 협의를 통해 팩트시트(Fact Sheet)에 합의함으로써 유럽연합(EU), 일본과 함께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에 대해 15% 관세를 적용받고 있다. 미국은 현재 16개국을 대상으로 1974년 통상법 제301조에 따른 과잉생산 조사도 진행 중이며, 5월 5일 공청회를 개최했다. 조사 결과는 오는 7월쯤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그간 멕시코와 캐나다는 USMCA(미국· 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 특혜관세 혜택을 받아왔으나, 7월 공동 검토를 통해 자동차 원산지 기준이 강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미국은 자동차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여러 조치를 구상하거나 시행 중이다. 바이든 정부는 2025년 1월 중국산 소프트웨어와 부품이 탑재된 차량의 미국 내 판매를 제한하는 커넥티드카 규제를 발표했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도 해당 정책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2027년부터는 중국산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차량 판매가 금지되고, 2029년부터는 하드웨어로까지 규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이는 중국산 자동차 부품 사용을 억제하는 강력한 조치로 평가된다. 또한 미국은 2022년부터 위구르강제노동방지법(UFLPA)을 시행해 신장·위구르 지역에서 생산된 부품이 포함된 자동차 수입을 금지하고 있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2022년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연방세법(Internal Revenue Code)상 첨단 제조 생산세액공제(AMPC)를 도입했다. 이는 배터리 부품 등을 미국 내에서 생산·판매할 경우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제도로, 각국 기업의 대미 투자를 유인하는 효과를 가져왔다. 실제로 우리나라 배터리 기업 역시 상당한 혜택을 받아 왔다. 최근 트럼프 정부의 이른바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A)’ 패키지에서도 이러한 생산세액공제는 유지됐으며, CATL이나 BYD 같은 중국 기업과 연계된 배터리를 사용한 차량은 생산세액공제를 받지 못하게 함으로써 전기차 공급망에서 중국 배제 정책을 한층 강화했다.
EU는 상계관세, 일본은 생산세액공제로 맞대응
미국의 고율 관세 조치로 중국산 자동차의 대미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자, 중국은 수출 시장을 다른 지역으로 전환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10% 관세를 유지하면서도 전기차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던 EU 시장으로 중국산 전기차 수출이 급증했다. 이에 대응해 EU는 2023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상계관세 조사를 개시했다. 이는 EU 역사상 최초로 기업의 청원이 아닌 EU 집행위원회 직권으로 이루어진 조사라는 점에서 의미 있다. 이후 EU는 2024년부터 최고 35.3%에 달하는 상계관세를 부과했다.
EU는 또한 지난 3월 산업가속화법(In-dustrial Accelerator Act) 초안을 발표했다. 이 법안은 전기차, 배터리 등 분야에서 EU 역내산 차량 조립 등 특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공공 조달 참여 및 보조금 수혜가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아울러 전기차·배터리 등 전략산업 분야에서 제조업 점유율 40%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의 기업, 사실상 중국 기업이 1억유로(약 1762억원) 이상 투자할 경우 강화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일본 역시 산업경쟁력강화법 및 조세특별조치법을 개정해 전격적으로 생산세액공제를 도입했다. 일본의 생산세액공제는 ‘전략산업촉진세제’로 명명되는데, 전기차, 그린 철강, 그린 화학, 지속 가능한 항공기 연료, 반도체 분야에서 일본 내에서 생산·판매하는 기업에 대해 최대 10년간 법인세 감면 혜택을 제공한다.
한국, 상계관세·생산세액공제 도입 적극 검토해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2025년 수입 전기차 점유율은 42.8%에 달했고, 특히 중국산 전기차 수입은 테슬라의 중국 생산 물량 유입과 BYD, 폴스타 등 신규 브랜드의 시장 안착에 힘입어 전년 대비 112.4% 급증했다. 중국산 전기차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단기간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나, 미국·EU·일본이 앞서 살펴본 관세와 세액공제 등을 통해 대응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과 달리 한국은 현재까지 사실상 관련 조치가 전무하다.
우선 한국은 아직 상계관세 조사를 시행한 사례가 없으나, EU의 중국산 전기차 상계관세 결정 등을 분석하면서 상계관세 부과를 진지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외국인 투자 안보 심사 강화도 요구된다. 아울러 한국에는 투자세액공제와 연구개발(R&D) 세액공제는 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처럼 생산과 연계된 생산세액공제는 없다는 점을 감안해, 생산세액공제 도입을 긍정적으로 고려할 만하다. 특히 중국 전기차에 대한 대응인 만큼, 일본처럼 전기차를 그 대상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미국·EU 등의 각종 통상 조치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불이익받지 않도록 통상·외교 채널을 통한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추진, 한·멕시코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시장 다변화 노력 역시 지속돼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 경쟁력 확보다. 자동차 산업은 점차 소프트웨어 중심의 전기차 체제로 전환되고 있다. 차량용 소프트웨어, 인공지능(AI) 기반 자율주행 기술, 차세대 배터리 기술 등 핵심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현재 미국·EU 등의 공급망 대체 정책을 활용하기 위해서도 필요할 뿐 아니라, 향후 자동차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