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중국 장쑤성 이싱의 한 대학에서 21세 졸업 예정자가 흉기를 휘둘러 8명이 사망했다. 범행 전 남긴 유서에서 그는 “공장 노동자들이 하루 16시간을 일하고도 한 달에 하루도 쉬지 못한다”고 썼다. 졸업 시험에 떨어져 학위를 받지 못한 채 저임금 인턴으로 내몰린 청년의 극단적 분노였다. 시위나 집단행동이 사실상 봉쇄된 중국에서 청년의 좌절은 ‘탕핑(躺平·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않음)’과 ‘바이란(擺爛·썩도록 내버려둠)’ 같은 자조적 신조어로 분출되거나, 일부는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진다. 2017~2021년 도시 청년 자살률은 5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취업을 포기한 채 부모에게 생계를 기대는 이른바 ‘전업자녀(全职儿女)’도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 정부는 탕핑을 외세의 선동으로 규정하고 온라인 검열로 관련 콘텐츠를 차단하고 있지만, 청년의 체념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는다. 필자는 이 같은 좌절이 일시적 경기 침체의 산물이 아니라 1980년 시행된 한 자녀 정책과 수출 주도 성장 모델이 빚어낸 구조적 결과물이며, 중국 지도자가 이 냉혹한 현실을 외면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몇 해 전부터 상당수 중국 청년이 경제 전망에 환멸을 느끼며 쳇바퀴 경쟁을 거부하는 탕핑 태도를 보인다. 청년들의 이런 태도는 중국 경제의 앞날에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기에, 중국 당국은 탕핑을 국가 발전과 국민 사기를 꺾으려는 외세의 책동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는 새로운 수법이 아니다. 필자가 한 자녀 정책 반대 운동을 주도했을 때도인구 과잉을 통해 중국을 약화하려는 적대적 외세와 결탁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제 중국의 인구 감소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되자, 이번에는 위기를 과장하고 중국을 폄훼한다는 비난을 듣고 있다.

사실 탕핑은 한 자녀 정책의 직접적 결과물이다. 혈압이나 혈당이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야 질병이나 사망을 막을 수 있는 생물학적 항상성과 마찬가지로, 경제적 항상성 역시 소비와 생산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인구를 줄이면 고용이 개선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1980년 시작한 한 자녀 정책은 정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슈퍼 소비자’로 알려진 아이들이 줄면서 가계의 경제적 협상력이 약화했고, 그 여파로 국내총생산(GDP)에서 가계 가처분소득이 차지하는 비중도 1980년대 약 3분의 2 수준(66%)에서 오늘날 44%까지 떨어..

이코노미조선 멤버십 기사입니다
커버스토리를 제외한 모든 이코노미조선 기사는
발행주 금요일 낮 12시에
무료로 공개됩니다.
멤버십 회원이신가요?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