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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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부쩍 많아졌다. 구성원의 다양성은 커지고, 인공지능(AI)으로 인해 일하는 방식과 비즈니스 변화가 매우 급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조직의 문화는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많은 경영자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유연한 기업문화를 조성하고 있다.

그런데 기업 문화를 이야기할 때 흔히 빠지는 함정이 있다. 문화를 ‘좋은 문화’와 ‘나쁜 문화’로 나누는 것이다. 개인을 존중하고, 수평적이고, 자유로운 문화는 좋은 문화. 집단을 중시하고, 수직적이며, 절차가 많은 문화는 나쁜 문화. 이렇게 단순하게 구분하려 한다.

물론 절대적으로 나쁘다고 할 수 있는 문화는 있다. 법과 윤리를 무시하고, 구성원에게 갑질하며, 고객을 속이는 문화는 나쁜 문화다. 그러나 대부분은 기업 문화를 좋고 나쁨으로만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렇다면 기업 문화란 무엇일까. 교과서에서는 기업 문화를 대개 이렇게 설명한다. ‘조직 구성원들이 공유하는 가치, 신념, 행동 규범의 체계.’ 맞는 말이지만 손에 잘 잡히지는 않는다.

신수정 -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석·박사, 전 SK쉴더스 대표이사, 전 KT 전략 신사업 부문장, '최소한의 경영학'·'축적과 발산' 저자
신수정 -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 서울대 기계설계학 학·석·박사, 전 SK쉴더스 대표이사, 전 KT 전략 신사업 부문장, '최소한의 경영학'·'축적과 발산' 저자

오랫동안 경영자 경험을 한 필자가 정의한다면, 기업 문화란 그 조직이 지금까지 살아남은 방식이며, 구성원이 그 조직에서 생존하고 승진하기 위해 익힌 최적의 방식이다.

어떤 회사의 문화가 관료적이고 폐쇄적이라는 것은 단순히 그 회사 사람이 보수적이라는 뜻이 아니다. 그 방식이 그 조직을 지금까지 생존하게 한 기반이었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에 잘 적응한 사람이 살아남고, 승진하고, 핵심 그룹에 들어갔다는 뜻이다.

이런 조직에서, 기존 규정과 절차를 넘어 고객 중심으로 일하려 한 사람, 혁신적이고 개방적으로 일하려 한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어떤 경우에는 감사받았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승진에서 밀렸을 수 있다. 결국 조직은 말보다 결과로 사람에게 학습시킨다. 

그 학습이 반복되면 그것이 문화가 되는 것이다. 어떤 회사가 개인 성과주의가 강하다는 말도 마찬가지다. 협력을 잘하고 사람을 키우는 사람보다 어쨌든 수치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인정받고 승진했다는 뜻이다. 상대 부서와 갈등을 만들든, 구성원을 소진시키든, 단기 성과를 낸 사람이 보상받았다면 구성원은 금방 배운다. ‘이 회사에서는 협력보다 개인 성과가 우선이구나.’라는 생각이 구성원 사이에서 자리 잡을 수밖에 없다.

가족주의적 문화도 그렇다. 아무리 뛰어나고 성과가 있어도 조직에서 ‘우리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중심으로 들어가기 어렵다. 서열을 무시하고 혼자 잘난 사람은 오래 버티기 힘들다.

결국 문화란 구성원이 암묵적으로 느끼는 생존 공식이다. ‘이 회사에서 오래 살아남고 중심으로 들어가려면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이것이 기업 문화의 본질에 가깝다. 그래서 문화는 단순히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 문화도 먼저 그 문화가 생겨난 이유를 보아야 한다. 모든 문화에는 나름의 생존 배경이 있다.

기업 문화를 보라고 한다면, 먼저 이것을 보면 된다. 그 회사에서는 어떤 배경과 특성의 사람이 높은 자리에 올라가 있는가. 어떤 행동을 한 사람이 인정받고, 어떤 행동을 한 사람은 밀려나는가.

결국 문화를 바꾸려면 먼저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 달라져야 한다. 최고경영자(CEO)와 고위 경영진이 새로운 문화에 맞는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문화에 적합한 사람을 의사 결정의 중심에 세워야 한다. 변화하려는 문화와 가치에 맞는 사람을 인정하고, 보상하고, 승진시켜야 한다. 그때부터 문화는 바뀌기 시작한다. 기업 문화는 말로 바뀌지 않는다. 문화는 결국 누가 살아남고, 누가 인정받고, 누가 승진하는가에 의해 바뀐다.

신수정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