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박하사탕' 속 장면. /사진 CGV 아트하우스
영화 '박하사탕' 속 장면. /사진 CGV 아트하우스

1999년 봄, 녹음이 서린 철교 아래 하천가 한편에서 가리봉 봉우회 야유회가 한창이다. 무르익어가는 정겨운 분위기 속으로 정장 차림의 영호가 불쑥 나타난다. 오랜 동료의 뜻밖의 등장에 모두 반가워하지만, 여러 사연이 뒤엉킨 듯 피폐해진 그의 돌발 행동은 모임의 공기를 점차 어색하게 한다. 노래 반주와 엇박자로 ‘나 어떡해’를 목청껏 부르던 영호는 어느새 철교 위에 올라서 있다. 기차가 경적을 울리며 거칠게 다가온다. 동료는 위험하다며 소리치지만, 그는 달려오는 기차를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절규하듯 외친다. 

“나 다시 돌아갈래!”

그는 어디로 돌아가고 싶은 것일까? 이창동 감독의 2000년 작품, ‘박하사탕’은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곱 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의 끝과 시작을 잇는 것은 철로 위를 달리는 열차의 시선이다. 영화는 검은 화면 너머의 작은 빛 하나가 터널의 소실점을 따라 점점 가까워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러나 흩날리던 꽃잎은 다시 가지에 달라붙고, 도로 위 자동차는 거꾸로 움직인다. 영화는 그렇게 1999년의 봄에서 출발해 시간을 역행하며, 마흔 살 영호의 과거를 천천히 더듬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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