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웅진지식하우스·이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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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직장인의 머릿속을 채운 단어는 단연 ‘인공지능(AI)’이다. “기본 업무는 이제 AI가 알아서 한다”는 말이 농담처럼 오가고, 미국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의 대규모 정리 해고 소식이 매주 전해진다. 내 자리는 안전한가, 내 경쟁력은 무엇인가. 답을 찾지 못한 불안만 쌓인다. 

그런 직장인에게 신수정 임팩트리더스 아카데미 대표는 정반대의 처방을 내놓는다. ‘위기가 아니라 기회’라는 것이다.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출발해 스타트업을 공동 창업하고 매각했으며, SK인포섹(현 SK쉴더스) 대표를 거쳐 KT 부사장을 지내며 사업을 이끈 ‘현장형 경영자’다. 

동시에 페이스북에 일과 삶, 리더십에 관한 글을 꾸준히 써오며 수만 명의 독자를 모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일의 격’ ‘커넥팅’ 등이 그의 손에서 나왔다. 신 대표는 자기 AI와 함께 일하는 방식을 소개하며, 이 도구를 제대로 쓰는 사람과 그러지 못한 사람의 격차가 앞으로 더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가 직장인에게 던지는 화두는 명료하다. ‘5년 뒤 회사를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다녀라.’ 이는 회사를 대충 다니라는 말이 아니다. 그 절실함이 오히려 회사에서 더 많이 배우고, 더 단단한 커리어를 쌓게 한다는 역설이다. 신 대표를 만나 AI 시대를 통과하는 일의 원칙을 들었다. 그의 신간 ‘축적과 발산’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경영자 출신으로서 AI를 실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나는 AI 안에 하나의 ‘조직’을 만들어 뒀다. 챗GPT의 프로젝트 기능에 전략실장, 재무실장, 콘텐츠실장, 자문실장 같은 역할을 세팅해 놓은 것이다. 사업 전략이 필요하면 전략실장에게 맡기고, 콘텐츠는 콘텐츠실장이, 재무 문제는 재무실장이 풀게 한다. 프레젠테이션이나 노트 정리는 클로드·제미나이·노트북LM을, 간단한 코딩은 클로드를 쓴다. 핵심은 ‘역할 세팅’이다. 프로젝트 맨 위에 ‘너는 전략실장이고, 지금까지 내가 준 자료를 바탕으로 전략을 함께 짜는 역할’이라고 정의해 둔 뒤, 필요할 때마다 그 실장과 상의하는 식이다.”

그렇게 쓰다 보면 AI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지 않나.

“그게 의존이 되느냐, 활용이 되느냐를 가르는 게 결국 실력이다. 실력이 높을수록 활용도가 높아진다. AI가 똑같은 결과물을 내놓아도, 그것을 가려내는 능력은 사람에게 있다. 역량이 뛰어난 사람은 ‘이건 잘됐고, 이건 보완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지만, 잘 모르는 사람은 AI가 준 답을 ‘이게 전부인가 보다’ 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AI 활용 능력은 어떻게 키워야 할까.

“독학하지 말라. 요즘 좋은 강좌가 많다. 돈을 내고 배우는 게 제일 빠르다. 사람들은 ‘의지력으로 주말에 혼자 공부하면 되지’ 하는데,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게 잘 안된다. 보통의 의지력을 가진 사람이 무언가를 해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자기를 시스템 안에 집어넣는 것이다. 돈을 내고 학원이나 과정에 몸을 담그면 어쩔 수 없이 강의를 듣고 과제를 하게 된다.” 

신입 사원과 취업 준비생에게 AI 시대는 어떤가.

“냉정하게 말하면 위기일 수 있다. 예전엔 신입 사원이 들어와 허드렛일부터 했는데, 이제 그 일을 AI가 대부분 해 준다. 기본적인 일을 하는 사람의 자리가 줄고, 진입 장벽은 더 높아진다. 그래서 신입 사원은 두 가지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학교에서 배운 것만으로는 안 되니, 다양한 프로젝트를 직접 해보며 ‘회사 안의 사람만큼 해낼 수 있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지금부터 창업 연습을 해보는 것이다. 설령 창업하지 않더라도 그 경험이 입사에 도움이 된다. 이제 기업은 ‘좋은 학교, 좋은 학점’만으로 뽑지 않는다. AI를 잘 쓰고 빠릿빠릿한 신입 사원을 원한다.”

반대로 이미 회사에 다니는 사람은 어떤가.

“오히려 기회가 더 많다고 본다. 경력이 없는 취업 준비생은 아예 회사에 들어오기 어려워졌고, 나이 든 사람은 AI 습득력이 약하다. 지금 회사에서 일하는 중간 계층은 가만히 놀고만 있지 않다면 조직의 ‘코어’가 될 수 있는 위치다. 예전에는 10명이 하던 일을 5명이 똑같은 성과로 해낸다면, 남은 5명의 연봉이 두 배로 오를 가능성도 있다. 살아남는 사람이 되면 거꾸로 대우가 더 좋아질 수 있다.”

AI 시대에 사람에게 남는 경쟁력은.

“한 미국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가 이런 말을 했다. 과거에는 기업공개(IPO)를 준비하는 데 전문가 4명이 3개월을 매달려야 했는데, 지금은 2명이 2주면 된다고. 95%를 AI가 해 주기 때문이다. 그럼, 두 사람이 2주간 한 일이 무엇이냐. 마지막 5%다. AI가 만든 초안을 보고 틀린 것을 정리하고, 여러 안 중에서 결정하고, 방향을 제시하고, 성과를 내는 일. 이건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제2의 커리어’를 준비하라고도 강조한다.

“이제 65세에 은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임원이면 50대 초반에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100세 시대다. 55세에 나와도 시간이 너무 많이 남는다. 직장인에게는 두 가지 길이 있다. 하나는 회사 일과 전혀 별개로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손으로 만드는 걸 좋아하던 한 임원은 50대부터 목공을 배워, 퇴임 후 제작소를 열고 작품을 팔고 클래스도 연다. 또 하나는 자기 콘텐츠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나는 퇴임하는 사람에게 ‘책 한 권은 무조건 써라’라고 한다. 퇴임한 사람에게는 명함이 아니라 책이 명함이다. ‘예전에 어디서 무엇을 했다’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요즘은 직원을 많이 두지 않고 AI와 함께 혼자 일하는 ‘솔로프레너(soloprenuer)’의 시대다. 단, 최소 3년 전부터는 준비해야 한다.”

5년 뒤 그만둔다는 생각으로 회사에 다니라고 했다.

“회사에 있을 때도 맡겨진 일만 잘하는 데 그치지 말고, ‘여기서 쌓은 역량과 자산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계속 생각하고 테스트해 봐야 한다. 그래서 직장인이라면 ‘5년 후 그만 두고 창업한다’는 관점으로 한번 일해 보라고 권한다. 그러면 더 절실해진다. 회사를 다니다 나온 한 세무팀 직원이 있었다. 입사할 때부터 ‘10년 후 창업한다’고 생각하며 다녔다더라. 그래서 세무사 자격증을 따고, 창업에 필요한 어려운 일을 회삿돈 받으며 일부러 경험했다. 사람들이 꺼리는 세무 공무원 상대 업무도 상사를 쫓아다니며 했다. 주변 직원을 미래의 고객이라 여기고 잘 대했다. 그러다 보니 우수사원상을 여러 번 받았고, 퇴사하자 몇 달 만에 회사에서 받던 만큼 벌었다. ‘5년 후 창업’이라는 관점은 회사에 나쁜 게 아니다. 오히려 목표가 생겨 더 배우고, 네트워크를 더 쌓게 된다. 회사도 도움 받는다.”

‘축적 후 발산’에서 ‘축적과 발산’으로 표현이 바뀌었다.

“전작에서는 ‘축적 후 발산’이라고 썼다.열심히 쌓아 두면 언젠가 터진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그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지금은 쌓은 것을 그때그때 발산해야 하는 시대다. 열심히 공부하고 묵묵히 일만 하는데도 승진이 안 되고 커리어를 단단히 못 세우는 사람이 많다. 너무 축적만 했기 때문이다. 발산하다 보면 실력도 같이 는다. 처음 글을 쓸 땐 내 생각의 50%밖에 안 나왔는데, 십수 년을 쓰니 이제는 생각이 100이라면 120%가 나온다. 쓰면서 생각이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미루지 말고, 지금 가진 것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나눠라.”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나.

“열심히 쌓기만 할 뿐 좀처럼 자기 길을 단단히 세우지 못하는 사람들. ‘완벽해지면 그때 하겠지’ 하며 자꾸 미루는 사람들. 그들에게 ‘지금부터 가진 것을 표현하고 나누라’ 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 보면 더 단단한 커리어가 되고, 당신 자신이 더 잘 드러날 것이다.” 

이신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