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Ⅱ  익스텐디드. /사진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 고스트 시리즈Ⅱ 익스텐디드. /사진 롤스로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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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는 1906년 찰스 롤스와 헨리 로이스가 영국에서 창업한 자동차 브랜드다. ‘세계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로 창업 후 120년 가까이 초고가 수제 세단 시장의 정점을 지켜왔다. 현재는 BMW그룹 산하에 있다. 

롤스로이스는 차 이름에 팬텀(환영)·고스트(유령)·레이스(사령)·스펙터(망령) 같은 단어를 즐겨 쓴다. 이는 차가 유령처럼 조용하다는 것을 표현한 것이다. ‘달리는 동안 들리는 거라고는 시계 초침 소리뿐’이라는 광고 문구는 이런 롤스로이스의 특성을 잘 담아낸 표현으로 유명하다. 

고스트라는 제품 이름은 1907년 출시한 ‘실버 고스트’에서 유래했다. 실버 고스트는 당대 가장 조용한 차로 명성이 높았는데, 이후로 롤스로이스를 상징하는 차 이름으로 자리 잡았다. 현재 판매 중인 고스트는 2020년 출시한 2세대 고스트의 부분변경 모델(시리즈Ⅱ)로, 2025년 3월 국내 공식 출시됐다. 브랜드 플래그십(기함)인 팬텀보다 한 체급 아래로 평가하지만, 스탠더드 모델 기준으로 길이 5546㎜의 차체는 경쟁 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보다 길다. 고스트 시리즈 Ⅱ를 가리켜 ‘베이비 롤스로이스’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실물은 전혀 작지 않은 셈이다. 여기에 휠베이스를 170㎜ 더 늘린 ‘익스텐디드’는 쇼퍼드리븐(오너가 뒷좌석에 앉고, 운전기사를 따로 두는 방식) 소비자를 위한 모델이다. 5월 27일 부산과 울산을 오가는 약 80㎞ 구간에서 고스트 시리즈Ⅱ 익스텐디드를 시승했다.

170㎜, 뒷좌석을 위한 선택

고스트 시리즈Ⅱ 익스텐디드는 스탠더드 모델보다 휠베이스 길이를 늘여 뒷좌석 거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롤스로이스 소비자 상당수는 직접 운전하지 않고 좌석에 앉아 이동하는 동안 업무를 보거나 휴식을 취한다. 이런 소비자에게 뒷좌석 다리 공간의 여유로움은 구매 기준이 된다. 익스텐디드는 이런 수요에 응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모델로, 뒷문을 열고 앉으면, 다리를 완전히 뻗어도 앞좌석에 닿지 않을 정도로 광활한 공간을 자랑한다. 여기에 옵션으로 세레니티 시트(리클라이닝 기능이 강화된 뒷좌석 전용 시트)를 선택하면 비행기 비즈니스클래스에 가까운 자세로 이동이 가능하다. 

겉으로 볼 때는 스탠더드와 익스텐디드의 차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롤스로이스 디자이너가 늘어난 차체를 뒷문과 후방 차체로 분산해 비율이 왜곡되지 않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시동을 걸면 전면부의 일루미네이티드 판테온 그릴이 빛을 발한다. 그릴 사이에 들어간 LED 조명으로 차의 존재감을 내는 것이다. 후면은 롤스로이스 최초의 전기차 스펙터에서 영감받은 테일램프와 크롬 디테일이 절제된 방식으로 처리됐다. 22인치 9스포크 휠은 넓은 차체와 균형을 잡는다. 압도적이지만, 번잡하지 않다. 경박스럽다면 자동차의 왕족이라는 칭호는 얻지 못했으리라.

차를 개인의 언어로 만든 비스포크

롤스로이스의 비스포크(Bespoke)는 선택지가 아니라 구매 방식 그 자체다. 외장 색상 4만여 가지, 실내 가죽·목재·금속 마감,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천장을 밤하늘처럼 꾸미는 광섬유 조명), 개인 문장(紋章) 자수까지 조합 가능한 경우의 수는 사실상 무한하다고 볼 수 있다. 

시승 차 외장은 빛의 각도에 따라 색이 다르게 보이는 실버 메탈릭 계열로 꾸며졌다. 직사광선 아래서는 밝고 선명하게, 그늘에서는 차분하고 묵직한 느낌을 냈다. 실내는 창업자의 이름을 딴 하늘색 찰스 블루 가죽을 바탕으로, RR(롤스로이스) 패턴을 정교하게 자수한 다크 브라운 패브릭이 적용됐다. 기성 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조합에 보는 눈이 즐겁다. 다크 브라운 우드 트림이 대시보드 전면을 가로지르며 공간을 구획하고, 천장의 스타라이트 헤드라이너에서는 때때로 별똥별이 떨어진다. 

속도와 내비게이션 등의 주행 정보는 대시보드 상단 스크린에 집약되는데, 그래픽 해상도는 다소 떨어지는 편이다. 옵션 포함 6억원이 넘는 차의 디지털 수준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다. 실제로 많은 소비자가 이 부분에 불만을 적지 않게 느낀다고 한다. 

유령처럼 조용하고, 강물처럼 부드럽게

6.75L V12 트윈터보 엔진은 최고 출력 563마력, 최대 토크 86.7㎏·m를 낸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도달 시간은 4.8초로, 2600㎏에 육박하는 차체를 감안하면 불필요할 만큼 충분한 출력이다. 1600rpm에서 최대 토크에 도달, 롤스로이스만의 떠다니는 승차감을 구현한다.

롤스로이스는 오랫동안 차 성능을 수치로 직접 표현하지 않고, ‘이너프(Enough)’로 표기해 왔다. 충분한 성능이라는 뜻인데, 수치로 표현하는 출력은 롤스로이스라는 차에는 부차적인 문제라는 자존심이다. 

엔진에서 나오는 충분한 성능은 바퀴로 잘 전달된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어떤 소리도 없이 차가 앞으로 나간다. 속도계가 오르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가속 중임을 알 수 있다. 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와 조화도 흠잡을 데가 없다. 변속 충격이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 

플래너 서스펜션 시스템은 전방 카메라로 노면을 미리 스캔해 서스펜션 높이를 선제적으로 조정한다.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도, 불규칙한 아스팔트를 지날 때도 차체는 물 위를 미끄러지듯 수평을 유지한다. 

롤스로이스가 자사의 승차감을 ‘매직 카펫 라이드’라고 부르는 이유를 뒷좌석에 앉는 순간 이해하게 된다. 운전할 때도, 좌석에 앉아 있을 때도 신체에 어떤 피로도 남지 않는다. 고속도로나 도심 정체 구간 역시 마찬가지다. 부산과 울산을 오가는 80㎞ 시승이 끝났을 때, 머리에 남는 생각은 딱 하나였다. ‘8000㎞라도 갈 수 있겠다.’ 

Plus Point

아이린 니케인 롤스로이스 아시아·태평양 총괄
“韓, 아·태 지역서 가장 잠재력 커”

/사진 롤스로이스
/사진 롤스로이스

“한국은 전통적인 자산가층도 두껍고, 새로 부를 창출한 젊은 고객도 많다. 잠재력이 상당하다.”

아이린 니케인(Irene Nikkein) 롤스로이스 아시아· 태평양 지역 총괄은 5월 26일 리뉴얼 오픈한 롤스로이스 부산 전시장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비 규모가 늘어나는 것을 넘어 의미 있는 방식(비스포크 영역)으로 확대하는 흐름이 중요하다”라며 “한국 소비자는 해외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브랜드가 무엇을 제안하는지, 함께 어떤 가치를 만들어 갈수 있을지에 대한 소통이 가능하다”라고 했다.

롤스로이스의 새 부산 전시장은 해운대에 있다. 창밖으로 해운대 해변이 보이는 구조다. 니케인 총괄은 “롤스로이스의 각 전시장은 현지 문화라는 소프트웨어가 모두 다르다”라며 “이 쇼룸은 사진을 찍으면 바다가 보이는(오션뷰) 공간이 있는데, 내가 담당하는 지역 전체에서 가장 독특하다”라고 했다. 

롤스로이스의 2025년 한국 판매량은 166대로, 전년 대비 9.3% 줄었다. 니케인 총괄은 “지난 1~2년간 한국 경제 상황의 변동이 심했지만, 롤스로이스는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확신하고 있어 장기적인 관점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최근 롤스로이스는 완벽한 개인 맞춤형 디자인인 ‘비스포크’에 주력하고 있다. 아·태 지역 최초로 2024년 11월 서울에 ‘프라이빗 오피스’를 열었다. 영국 굿우드의 ‘홈 오브 롤스로이스’와 동일한 업무를 지원한다. 니케인 총괄은 “지난 1년 반 동안 아·태 지역 비스포크는 분명 성장했고, 인식의 변화가 있었다”라며 “프라이빗 오피스에 방문하면 기존 전시장과 다른 장인과 협업을 만날 수 있는데, 한국과 아·태 시장의 잠재력을 낮게 평가했다면 이런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다.

박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