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 도로 붕괴 사고 현장. /사진 뉴스1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고가 도로 붕괴 사고 현장. /사진 뉴스1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현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 미국 일리노이대 경제학 박사, 현 포틀랜드주립대 겸임교수, 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전 한국은행 조사역

2026년 5월 15일 적발된 GTX-A 삼성역 복합환승센터 지하 5층 기둥의 철근 누락, 5월 26일 서소문고가도로 철거 작업 도중 상판과 비계 일부가 무너진 붕괴 사고로 3명이 숨지고 3명이 다쳤다. 책임 소재를 두고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서로를 반박하는 공방이 이어졌으며, 시공사·발주처·감리·관리 기관이 얽힌 자리에서 정작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주체는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연한 사고가 아니라, 책임이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도록 설계된 시장의 필연적 산물이다. 

대형 국책 사업과 공공 구조물에서조차 이러할진대, 정보도 자본도 없는 개인 건축주가 마주하는 민간 건축 시장의 현실은 말할것도 없다.

성실함이 손해가 되는 시장

부실 건설사가 하자 책임을 외면하면서 건축 의욕 자체가 꺾이는 현상은 한국 건축 시장의 고질적 문제다. 하자 책임을 이행하지 않고 잠적하는 업체 때문에 건축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된다는 경험담은 개인적 푸념이 아니라, 시장에 내재된 구조적 인센티브의 결과다. 이 시장에서는 성실함이 보상이 되지 않는다. 망하면 그만이라는 출구가 열려 있기 때문이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퇴출당하지 않는 구조에서는 최저가 수주가 합리적 선택이 된다. 하자에 대한 부담을 가격에 반영하지 않아도 되니, 가격 경쟁에서 이길수록 살아남는다. 반대로 하자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비용을 들이는 우량 업체는 애초에 경쟁에서 밀린다. 성실한 시공사가 손해 보는 게임이 만들어진 지 오래다.

건축주는 프로젝트 한 번에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시공 품질을 사전에 판별할 정보는 없고, 가격만 비교 가능한 정보 비대칭 상황에 놓이기 때문이다. 결국 더 싼 선택을 할 수밖에 없고, 그 선택의 비용은 하자로 되돌아온다. 하자 분쟁이 시작되는 순간, 기존 계약 내용은 아무런 쓸모가 없게 되는 것이다.

법인은 사라지고, 책임은 흩어져

특정 업체를 비난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하자 책임이 이행되지 않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법에는 책임이 있으나 현실에는 집행이 없고, 계약에는 의무가 있으나 시장에는 제재가 없다. 그 결과 부실은 반복되고, 건축은 기피 대상이 된다.

계약서에는 하자 담보책임이 있지만, 현실에서는 집행되지 않는다. 하자가 발생해도 소송은 길고 비용은 많다. 설령 승소하더라도 그때쯤이면 시공사는 이미 휴·폐업 상태인 경우가 다반사다. 법적 권리는 종이에 남고, 책임은 공중으로 흩어진다.

이 공백을 파고드는 것이 자기자본이 거의 없는 페이퍼 회사다. 자본금 1억원, 상근 사무실도 없는 법인이 현장을 따낸다. 혹은 종합 건설 이름만 빌려주고 실제로는 현장 소장 개인이 종합 건설사 임원 직함을 달고 모든 것을 책임진다. 공사가 끝나고 하자 분쟁이 본격화될 무렵이면, 법인은 사라지고 대표는 다른 이름의 회사를 세운다. 법인은 갈아끼울 수 있고, 책임은 남지 않는다. 이쯤이면 부실이 예외가 아니라 당연한 전략으로 여겨진다.

보증·공제·이력 공개, 세 가지 해법

단순히 하자 책임을 강화하자는 선언으로는 이 흐름을 바꿀 수 없다. 사전 필터링, 공사 중·후 보증과 보험 그리고 도망칠 수 없게 하는 인센티브 구조가 동시에 작동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대안은 하자 이행 보증의 실질적 의무화다. 현재는 공사비의 일정 금액을 예치하는 것으로 면제될 수 있다. 공공 공사에는 이미 보증 제도가 작동하고 있지만, 개인·소규모 민간 공사에는 구멍이 있다. 보증이 의무화되면 시공사가 도산하더라도 건축주는 보증 기관에 직접 청구할 수 있다. 하자를 많이 일으키는 업체일수록 보험료는 비싸지고, 경우에 따라서는 가입 자체가 거절된다. 시장 진입 단계에서 자연스러운 걸러내기가 이루어진다.

두 번째는 개별 보증이 어려운 영세 업체를 위한 공제 방식이다. 중소 건설사나 리모델링 업체는 보험료 부담을 이유로 보증을 꺼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업계 분담형 공제조합이 대안이 된다. 일정 규모 이상의 공사를 수행하려면 조합원 등록을 의무화하고, 공사 수주 시 일정 비율을 공제금으로 적립한다. 하자가 발생하면 조합이 먼저 보상하고, 이후 해당 업체에 구상권을 행사한다. 하자를 반복하는 업체는 분담금이 급증하고, 결국 시장에서 밀려난다. 건축주 입장에서는 조합이 최종 보증인이 돼 신뢰가 회복될 수 있다.

세 번째는 하자 이력의 공개다. 중고차를 살 때 사고 이력을 확인하는 것은 상식이다. 수억원이 들어가는 건축 공사에 하자 이력이 보이지 않는 것은 오히려 비정상이다. 민원, 소송, 보증금 지급, 하자 보수 명령 등 모든 하자 관련 정보를 중앙 데이터베이스에 누적하고, 사업자 등록 번호 기준으로 점수화할 필요가 있다. 계약 전 건축주에게 이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면, ‘최근 5년간 하자 보수 명령 몇 건’이라는 사실 자체가 선택의 기준이 된다. 부실 업체는 수주가 어려워지고, 성실한 업체는 품질로 경쟁하게 된다.

책임의 단위, 법인에서 개인으로

보증과 공제가 작동하더라도, 1인 법인을 세웠다가 닫는 방식이 지속된다면 문제의 핵심은 남는다. A 건설로 사고를 치고 B 건설, C 건설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영업을 시작하면 그만인 구조다. 법인은 사라지지만,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그대로 남는다.

책임의 단위는 법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대표자와 실무 기술자까지 함께 책임의 범위에 포함되어야 한다. 반복적이고 중대한 하자가 발생할 경우, 그 이력은 법인 명의에만 남는 것이 아니라 대표자와 기술인 개인의 이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구조 안전과 직결된 하자나 누수·결로가 반복된다면, 일정 기간 건설업 등록 제한이나 실무 기술자 자격정지 같은 실질적 불이익이 뒤따라야 한다. 그래야 법인만 갈아 끼우는 탈출로가 막힌다.

건설 업계에서는 그동안 정보 비대칭을방패막이로 도덕적 해이와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는 현상이 만연해 왔다. 책임을 지지 않는 선택이 더 이상 합리적이지 않게 할 때만, 부실은 줄고 건축 시장 자체가 활성화될 수 있다. 무조건 처벌을 강화하자는 것이 아니다. 성실함이 손해가 되지 않는 시장을 만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지금이라도 갖추자는 것이다. 

유종민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