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사진작가 낸 골딘의 ‘자매들, 성녀들, 그리고 예언자들(Sisters, Saints and Sibyls)’ 표지. /사진 김진영
미국의 사진작가 낸 골딘의 ‘자매들, 성녀들, 그리고 예언자들(Sisters, Saints and Sibyls)’ 표지. /사진 김진영
김진영 -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 서울대 미학과 박사과정
김진영 - 사진책방 ‘이라선’ 대표, 서울대 미학과 박사과정

전설에 따르면, 성녀 바버라는 3세기쯤 소아시아의 한 높은 탑에 갇혀 있었다. 부유한 이교도 귀족인 아버지 디오스코루스가 아름다운 딸을 바깥세상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그녀를 가둔 것이다. 그러나 탑에 갇힌 바버라는 아버지 몰래 기독교 신앙을 받아들였고, 아버지 지시로 짓고 있던 목욕탕 창문을 원래 두 개에서 성부·성자·성령의 삼위일체를 상징하는 세 개로 바꾸게 했다. 딸이 자기 신앙과 규범을 거슬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격분하여 그녀를 당국에 고발했고, 바버라는 혹독한 고문 끝에 참수당했다. 처형을 집행한 이는, 다름 아닌 그녀의 아버지였다.

이 오래된 이야기의 핵심은 단순하다. 한 여성이 자기에게 부여된 자리를 벗어나려 했고, 가장 가까운 가족이 그 일탈을 처벌했다는 것이다. 보호라는 이름 아래 가두고, 끝내 단죄하는 이 구조가 먼 옛날의 일만은 아니다. 미국의 사진작가 낸 골딘(Nan Goldin)의 ‘자매들, 성녀들, 그리고 예언자들(Sisters, Saints and Sibyls)’은 바로 이 오래된 이야기가 20세기 중반 한 평범한 미국 가정에서 어떻게 되풀이됐는지를, 자기 언니를 통해 증언하는 책이다.

1958년 골딘의 언니 바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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