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대구가 또 한 번 뜨거운 뮤지컬의 선율로 물든다. 아시아 최대 규모 뮤지컬 축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딤프)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06년 프리(pre) 대회로 첫발을 내디뎠을 당시만 해도, 지방 도시에서 뮤지컬이라는 단일 장르로 국제 축제를 지속할 수 있겠냐는 우려가 컸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DIMF는 ‘뮤지컬 도시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를 안착시켰을 뿐만 아니라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등용문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2010년 DIMF 창작 지원작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호흡을 맞춘 작곡가 윌 애런슨과 작가 박천휴 콤비가 2025년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토니상 6관왕을 차지한 것은 그 저력을 세계에 증명한 ‘사건’이었다.
올해 제20회 DIMF는 6월 19일부터 18일간, 역대 최다 규모인 7개국 34개 작품, 총 119회 공연으로 관객을 만난다. 배성혁 DI MF 집행위원장은 ‘이코노미조선’에 “이제 해외에서 ‘대구’ 하면 ‘DIMF가 열리는 뮤지컬 도시’라는 소개가 먼저 통한다”라며 “단순한 공연 축제를 넘어 비즈니스가 오가는 ‘K-뮤지컬 산업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DIMF의 태동부터 성장을 함께해 왔다. 20주년을 맞은 소감은.
“DIMF는 내가 직접 낳아 키운 자식 같은 존재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지만, 시민과 관객, 예술인, 창작자, 국내외 파트너가 함께해 준 덕분에 어느덧 스무 번째 축제를 맞게 됐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성인(成人)이 된 셈이다. 스무 살이 됐다는 건 더 이상 보호받는 축제에 머무르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며 더 큰 세계로 나가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지난 20년이 가능성을 증명한 시간이었다면, 앞으로는 K-뮤지컬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이끌고 세계 장과 연결되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DIMF의 가장 큰 업적을 꼽는다면.
“창작 뮤지컬을 지원하고 인재를 길러온 일이다. 창작 뮤지컬 지원 사업으로 신작을 발굴하고,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DIMF 뮤지컬스타’ 등을 통해 배우와 창작자가 성장할 기반을 다졌다. 한 작품과 한 사람이 성장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DIMF는 그 눈에 보이지 않는 시간의 가치를 믿고 축적해 온 축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첫째는 예산이다. 뮤지컬은 다른 장르에 비해 개발 기간이 길고 제작 규모가 커 단기 행사 예산을 넘어 국비와 시비, 민간투자 등이 결합한 안정적인 재원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는 뮤지컬 전용 극장을 비롯한 전문 인프라 부재다. 작품이 일회성 공연에 그치지 않고, 수정·재공연되며 레퍼토리로 남을 수 있는 기반을 더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DIMF 창작 지원 시스템의 경쟁력은.
“단순한 제작비 지원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작품의 소재와 음악, 극본, 제작 가능성, 대중성, 해외 확장성을 함께 보고, 실제 공연과 관객 반응, 전문가 평가, 재공연 가능성까지 연결한다. 창작 뮤지컬은 책상 위에서 완성되는 장르가 아니다. 무대에 올라 관객을 만나고 수정·발전시키는 과정이 필수적인데, DIMF는 이를 축제로 구현한다. 발굴된 신작은 공연장·관객 매칭부터 홍보, 네트워킹, 아트마켓, 뉴욕 브로드웨이 쇼케이스까지 단계별로 지원받는다. 당장의 흥행보다 시간이 지나도 살아남을 이야기인지, 한국적 개성이 보편적 감동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는 안목과 지속성이 중요하다.”
창작 지원작 선정 기준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기준은 대중성과 현지 시장성, 글로벌 확장 가능성이다. 소재의 보편성과 한국적 개성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지, 브로드웨이를 비롯한 영미권 정서와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고려한다. 하반기에 열리는 브로드웨이 쇼케이스는 일회성 행사가 아니다. 현지 반응을 바탕으로 작품을 정교하게 다듬고 현지화해 공동 제작, 라이선스 수출, 해외 투어로 연결되는 장기적인 프로세스다. 대구에서 신작을 발굴· 테스트하고, 아트마켓과 브로드웨이 쇼케이스를 징검다리 삼아 세계시장과 연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싶다.”
올해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대상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으로 격상되면서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는데.
“한국은 이제 세계 3대 뮤지컬 시장의 한 축이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영국 웨스트엔드가 세계 뮤지컬의 중심축이라면,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자, 세계 뮤지컬 산업이 주목하는 테스트베드(시험대)가 됐다. 이런 시점에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대상이 장관상으로 격상된 것은 청년 예술인이 단순 경연을 넘어 프로 산업으로 진입하는 공식 등용문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젊은 창작자와 예술인이 대구에서 기회를 얻고, 한국 시장에서 성장해 세계 무대에서 당당히 경쟁하는 것, 그것이 우리가 꿈꾸는 미래다.”
'K -뮤지컬 산업 플랫폼으로 전환'을 선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단순히 공연을 보여주는 축제를 넘어 실질적인 비즈니스가 오가는 뮤지컬 장터를 만들겠다는 선언이다. ‘심포지엄’에서는 제작 환경, 투자, 해외 진출 전략 등 K-뮤지컬의 지속 가능한 미래 유통 구조를 다각도로 논의하고, 비즈니스 플랫폼인 아트마켓에선 공동 제작, 라이선스 수출, 투자 및 파트너 매칭의 기회를 제공한다. 여기에 격의 없이 소통할 수 있는 ‘뮤지컬 펍(pub)’을 더해 딱딱한 거래의 장이 아닌 살아 있는 교류의 장을 구축하려 한다. DIMF가 작품과 시장을 연결하는 통로가 된다면, 대구는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로 나가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축제에서 역대 최다 규모의 라인업을 공개했다. 관전 포인트는.
“20주년인 만큼 모든 작품이 개막작이자, 폐막작이라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꼭 꼽자면, 개막작인 ‘투란도트’를 추천한다.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동유럽 라이선스 수출을 이룬 DIMF 대표작으로, 7년 만에 새 버전으로 돌아와 축제의 20년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해외 초청작 중에서는 프랑스의 ‘레 비르튀오즈’와 영국의 ‘바버숍페라: 토니 & 더 가이즈!’를 눈여겨봐 달라. 뮤지컬의 매력을 부담 없이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작품이다.”
앞으로 20년, DIMF의 목표는 무엇인가.
“향후 20년은 공연 초청 축제를 넘어, 작품을 직접 개발·유통하고 세계시장과 잇는 K-뮤지컬 산업 플랫폼으로 도약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이를 위한 과제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안정적인 재원 구조다. 제작 규모가 큰 장르인 만큼 국비·시비, 민간투자가유기적으로 얽힌 장기적 투자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는 뮤지컬 전용 극장 등 국립 단위의 인프라 구축이다. 창작, 교육, 쇼케이스, 아카이빙이 상시 이뤄지는 전용 거점이 대구에 마련된다면, 대구는 K-뮤지컬의 거대한 실험실이자, 세계를 향한 전진기지가 될 수 있다. DIMF는 ‘뮤지컬’이라는 키워드로 도시와 사람, 예술가와 관객이 만나는 축제다. 대구에서 시작된 뮤지컬 에너지가 세계로 확장될 수 있도록, 관객과 예술인 모두 함께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