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인공 알을 들고 있다. 이 회사는 갓 낳은 달걀의 내용물을 인공 알로 옮겨 18일간 배양해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인공 알을 들고 있다. 이 회사는 갓 낳은 달걀의 내용물을 인공 알로 옮겨 18일간 배양해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사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영화 ‘쥬라기 공원’처럼 멸종한 대형 조류를 복원할 길이 더 가까워졌다. 멸종 동물 복원에 나선 미국의 바이오 기업이 인공 알에서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멸종한 대형 조류는 알이 워낙 커서 현재 조류에서 대리모를 찾기 어려웠는데, 이제는 실험실에서 복원할 길이 열렸다.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이하 콜로설)는 5월 19일(현지시각) 연구원이 달걀 모양 인공 알을 보고 있는 모습과 그 알에서 갓 태어난 병아리 사진을 공개했다. 이 회사는 암탉이 갓 낳은 달걀 내용물을 인공 알로 옮기고 부화기에서 18일간 키워 병아리 26마리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콜로설은 2021년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유전학자인 조지 처치 교수와 억만장자 기업가인 벤 램이 설립했다. 회사 목표는 ‘쥬라기 공원’처럼 멸종한 동물을 복원하는 것이다. 이미 아메리카 대륙에서 1만3000년 전 멸종한 늑대인 다이어 울프를 되살리는 데 성공했다. 매머드 털 유전자를 생쥐에게서 복원해 털북숭이로 만든 성과도 발표했다.

멸종 조류 복원의 걸림돌 제거

인공 알은 3D 프린터로 찍어낸 단단한 외부 껍질과 내부의 투명 실리콘 막으로 구성된다. 내부 막은 실제 알처럼 산소가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 수분은 가두고 세균은 차단한다. 연구진은 투명 실리콘 막은 배아 발달 과정을 관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인공 알은 1980년대부터 연구됐다. 영국 에든버러대 로슬린연구소는 실험실에서 키운 배아를 다른 달걀에 넣어 병아리를 부화시켰다. 달걀 껍데기 대신 플라스틱 컵이나 주방용 랩에서 배아를 키우기도 했다. 문제는 산소였다. 조류 배아는 발생 후기에 산소가 많이 필요한데, 껍질이 없이 고농도 산소를 공급하면 DNA가 손상되는 문제가 있었다. 이번 인공 알은 대기 중 산소가 통과할 수 있어 일부러 산소를 공급하지 않아도 된다.

인공 알은 콜로설이 15세기에 멸종한 뉴질랜드의 모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에서 핵심 기술이다. 다이어 울프 복원에서는 크기가 비슷한 사냥개가 대리모를 맡았다. 알을낳는 새는 다르다. 모아는 키가 3.6m나 돼, 현생 조류 중에서는 알을 낳을 대리모를 찾을 수 없다. 모아 알은 달걀의 80배나 되며, 현생 조류 중 크기로 1~2위인 타조, 에뮤 알보다도 각각 4배, 8배 크다. 인공 알은 마음대로 크기를 키울 수 있어 그런 문제가 없다고 회사는 밝혔다. 인공 알은 기존 부화기로 키울 수 있어 대리모가 품을 필요도 없다.

카를레스 라루에자-폭스 스페인 바르셀로나 자연사박물관장은 “인공 알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돌파구는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통과하는 막의 투과성”이라고 평가했다.로슬린연구소 메건 데이비 박사는 “콜로설의 인공 알은 조류뿐만 아니라 파충류, 단공류처럼 알을 낳는 다른 멸종 위기 종 보전에도 중요한 진전”이라고 말했다. 단공류는 오리너구리처럼 알을 낳는 포유류다. 다만 이번 결과는 정식 논문으로 공개되지 않았고, 부화 성공률도 확인되지 않았다. 과학계의 검증을 거치지 않았다는 말이다.

정자, 난자 전 단계에서 유전자 편집

콜로설은 앞으로 인공 알로 15세기에 멸종한 모아와 17세기에 인도양 모리셔스섬에서 멸종한 도도새를 복원할 계획이다. 엄밀히 말해 영화처럼 모아나 도도새 DNA를 찾아 복제하는 게 아니다. 그보다 현생 새를 모아나 도도새에 근접하도록 바꾸는 방식이다.

복원은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먼저 모아와 도도새 유골에서 DNA를 채취해 유전정보를 해독한다. 이를 유전적으로 가장 가까운 현생 새와 비교하고 차이점을 파악한다. 그다음에는 친척뻘인 새의 유전자를 모아나 도도새와 같은 형태로 바꾼다. 바로 유전자 편집이다. 콜로설 공동 창업자인 처치 교수는 이종(異種) 유전자 편집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과학자다. 다이어 울프를 복원할 때는 배아(수정란)를 유전자 편집한 다음, 대리모인 개의 자궁에 착상했다. 조류 유전자 편집은 그와 다르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의 한스 청 교수는 “갓 낳은 알이라도 이미 세포 수가 5만 개나 되는데, 유전자를 편집하기에 세포가 너무 많다”고 말했다.

콜로설은 정자와 난자로 자랄 줄기세포인 원시생식세포를 모아나 도도새처럼 바꾸는 방법을 채택했다. 원시생식세포 유전자를 편집하고 에뮤나 타조에게 이식하면 모아, 도도새의 정자와 난자가 생긴다. 이들이 수정해 모아, 도도새 유전자를 가진 알이 생기면, 더 커지기 전에 꺼내 인공 알로 옮겨 키우면 된다. 콜로설은 도도새 복원을 위해 유전자가 가장 비슷한 니코바르 비둘기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2025년 가을에는 니코바르 비둘기와 유전자가 비슷한 바위 비둘기의 원시생식세포를 배양했다. 이번에 인공 알까지 개발돼 멸종 조류 복원의 퍼즐이 거의 맞춰진 셈이다.

1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15세기에 뉴질랜드에서 멸종한 대형 조류인 모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모아는 키 3.6m, 몸무게 230㎏에 달하는 거대한 새
였다. 2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부화기와 인공 알과 그 안에서 자라는 배아, 근접 촬영한 첫 번째 병아리, 연구원이 인공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1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는 15세기에 뉴질랜드에서 멸종한 대형 조류인 모아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모아는 키 3.6m, 몸무게 230㎏에 달하는 거대한 새 였다. 2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 방향으로 부화기와 인공 알과 그 안에서 자라는 배아, 근접 촬영한 첫 번째 병아리, 연구원이 인공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 콜로설 바이오사이언스

"조류 멸종 막으려면 생태계 회복이 우선"

콜로설은 인공 알 같은 방법을 포유류에 적용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램 대표는 “매머드를 복원하려고 멸종 위기에 빠진 아시아코끼리에게 체외수정을 1000번이나 시킬 수 없다”며 “매머드를 수천 마리 만들기 위해 처음부터 인공 자궁을 계획했다”고 말했다. 회사는 몸길이가 6~9㎝에 불과한 살찐꼬리두나트란 유대류를 인공 자궁 연구의 모델로 삼았다. 임신 기간이 13일로, 포유류 중 가장 짧아 인공 자궁 효과를 알아보기 쉽다. 이미 임신 기간 상당 부분을 인공 자궁으로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공 자궁은 인간 미숙아를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태아가 이상이 없어도 여성의 임신을 대신하면 법적·윤리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 콜로설은 인간을 포함해 어떤 영장류에게도 인공 자궁을 적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제삼자에게 관련 기술을 넘길 수는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콜로설은 멸종 조류 복원 연구가 오늘날 멸종 위기에 빠진 조류를 구하는 데도 도움 된다고 밝혔다. 현재 조류종(種) 절반 이상의 개체 수가 감소해, 8종 중 1종꼴로 멸종 위기에 빠졌다. 하지만 미국 듀크대 생태학자인 스튜어트 핌 교수는 “콜로설의 시도가 가능하든 아니든 간에 멸종 위기에 처한 새를 구하려면 서식지 파괴를 줄이고, 건물 충돌 사고를 방지하며, 길고양이에 의한 포식을 막는 것이 우선”이라고 반박했다. 

이영완 조선비즈 과학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