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플랫폼 기업의 업무 수행 방식은 현재 한투 IB그룹 운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제 IB는 단순한 실행 조직이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먼저 발견하고 그룹 차원의 솔루션을 연결하는 플랫폼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김광옥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부사장) - 고려대 무역학, 전 한국투자파트너스최고투자책임자(CIO), 전 카카오뱅크 부대표 /사진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김광옥 한국투자증권 IB그룹장(부사장) - 고려대 무역학, 전 한국투자파트너스최고투자책임자(CIO), 전 카카오뱅크 부대표 /사진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

증권사 투자은행(IB)의 역할이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공개(IPO) 주관이나 인수 금융 주선 등 각 부문에서 많은 딜을 수임하는 게 IB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척도였다면, 이제는 상장 전 자금 조달부터 IPO, 인수 금융 등 기업의 성장 단계마다 필요한 자금을 얼마나 정교하게 연결하느냐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하 한투) IB그룹을 이끄는 김광옥 부사장의 문제의식도 여기에 있다. 김 부사장은 전통 IB가 IPO, 인수 금융, 회사채 발행 등 개별 딜을 수임하고 실행하는 데 치중했다면 앞으로 IB는 기업의 성장 단계별 자금 수요를 먼저 읽고 그에 맞는 조달 구조를 설계하는 역할까지 맡아야 한다고 본다. 한투의 자기자본과 국내외 기관투자자 네트워크를 연결해 기업의 자금 조달 경로를 넓혀주는 ‘플랫폼형 IB’로 진화해야 한다는 구상이다.

변화는 이미 조직 개편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지난해 말 카카오뱅크에서 ‘친정’ 한투로 복귀한 뒤 IB1본부 내 기업금융부를 ‘IPO&성장금융부’로 개편했다. 또 글로벌 인수 금융부를 신설해 유럽 등 해외 우량 크레디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홍콩 현지 법인도 IB그룹 산하로 편입해 외화 조달과 크로스보더 딜 실행력을 강화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2020년부터 카카오뱅크에서 근무하며 IPO 등을 총괄하다 6년 만에 한투에 복귀했다. 카카오뱅크에서의 경험이 IB그룹을 이끄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궁금하다.

“카카오뱅크에서의 경험은 금융 플랫폼 관점에서 고객의 니즈를 바라보는 시야를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과거 전통 IB가 개별 딜 단위의 접근과 실행에 집중했다면, 최근 시장은 고객의 자금 조달, 투자, 중장기 성장 전략 전반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플랫폼형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빠른 실행 속도, 고객 중심의 프로세스 등 기술 플랫폼 기업의 업무 수행 방식은 현재 한투 IB그룹 운영에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결국 IB 역시 단순한 실행 조직이 아니라, 시장에서 고객의 니즈를 먼저 발견하고 그룹 차원의 종합 솔루션으로 연결하는 플랫폼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IB1본부 내 기업금융 1~3부의 명칭을 ‘IPO&성장금융 1~3부’로 변경했다. 조직 개편 이후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나타나고 있나.

“가장 큰 변화는 IPO를 단순한 상장 이벤트가 아니라 기업 성장 과정 전체를 지원하는 관점으로 접근하게 된 점이다. 기존에는 상장 시점 중심의 단기적인 접근이 많았다면, 현재는 프리(pre) IPO 투자, 비상장 기업 대출 등 기업 성장 단계별 솔루션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신설된 글로벌 인수 금융부의 주요 타깃은 어디인가.

“글로벌 인수 금융부는 해외 인수합병(M&A) 인수 금융, 특히 유럽 중심의 우량 크레디트 딜을 중점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안정적인 현금 흐름과 회수 가시성이 있는 딜을 중심으로 기회를 확대하는 중이다. 단순히 자금을 집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 운용그룹과 연계한 딜 소싱은 물론 국내외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셀다운(재매각) 구조까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해외 인수 금융 과정에서 파생되는 플레이스먼트 에이전트(Placement Agent·펀드 운용사와 출자자를 연결하는 자문사) 비즈니스까지 연계 검토하며 크레디트, 신디케이션, 기관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한 글로벌 IB 플랫폼 역량을 다지고 있다. 우량 글로벌 자산을 선제적으로 확보하고, 이를 한투의 자본 및 투자자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홍콩 현지 법인을 IB 산하로 편입한 뒤 체감하는 시너지 효과는 무엇인가. 아시아 크로스보더 딜 시장에서 글로벌 대형 IB와 경쟁할 전략이 있다면.

“홍콩 현지 법인을 IB 산하로 편입한 이후 본사의 커버리지 조직과 해외 실행 조직 간 협업 속도가 획기적으로 빨라졌다. 현재 홍콩 법인은 한국 기업 대상 외화 자금 조달의 핵심 실행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신디케이트 론(복수의 금융기관이 대주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동일한 차주에게 자금을 빌려주는 것), KP물(한국계 기업이 발행하는 외화 채권) 중심의 세일즈 및 신디케이션 역량을 강화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해외 인수 금융 영역까지 보폭을 넓히는 중이다.

한국계 증권사의 경쟁력은 글로벌 대형 IB와 자본력 시합을 하는 데 있지 않다. 우리가 가진 독보적인 강점은 한국 기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빠른 의사 결정 구조다. 한국 기업의 니즈를 가장 기민하게 포착해 구조화하고, 이를 아시아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틈새 전략이 우리의 확실한 차별점이다.”

한투가 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인데, 실제 보험사가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IB 부문의 딜 소싱이나 자산 운용 전략에는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보험사 자산은 장기 안정성 중심의 자금이라는 명확한 특징이 있다. 때문에 IB 입장에서는 장기 크레디트 상품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한 투자 영역이 가장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존 증권사의 자기자본이나 발행 어음 자금이 상대적으로 단기 운용 중심이었다면, 보험 자산이 확보될 경우 훨씬 더 호흡이 긴 투자 구조 설계가 가능해진다. 이에 따라 인프라, 우량 크레디트, 장기 인수 금융 등 다양한 대체투자 영역에서 구조를 한층 다변화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업계 전반의 IPO 인력 이탈 속에서 조직 확장을 추진 중이다. 현재 한투 IB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어떤 유형인가.

“전통적인 실행 역량, 투자 심사 역량 모두 중요하다. 그러나 현재 시장 환경에서는 단순한 IPO 전통 실무 역량만으로는 증권사 간 차별화를 이뤄내기 쉽지 않다. 앞으로 시장을 주도할 가장 중요한 인재는 산업과 기업을 깊이 이해하면서 자금 조달 구조까지 입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산업 커버리지형 인재’다.

IPO 역시 단순한 상장 집행 업무가 아니라 기업의 성장 전략을 관통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변화했기 때문에, 산업 이해도와 투자 판단 능력, 구조화 역량을 고루 갖춘 인재를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반기 IB 딜 파이프라인을 좌우할 가장 큰 대외 변수는 무엇이라 보나. 또 올해 반드시 성과를 내고자 하는 영역은.

“현재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리의 방향성과 환율 변동성을 가장 예민한 변수로 보고 있다. 환율과 금리의 움직임이 기업의 투자 심리와 자금 조달 비용에 직격탄을 가하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단순 공모 중심의 시장보다는 구조화 금융 영역의 중요성이 오히려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경쟁 심화와 AI 중심의 트렌드 변화 등으로 인해 지금 모든 기업이 생존과 성장에 대한 깊은 고민을 안고 있다. 한투 IB는 이러한 기업의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실질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금융 동반자가 되고자 한다. 시장에 선제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행력을 끌어올려 한 단계 더 성장하겠다.” 

노자운 조선비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