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이 6월 17일워싱턴 D.C.에서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케빈 워시 미국 연준 의장이 6월 17일워싱턴 D.C.에서 FOMC 회의를 마친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6월 17일(이하 현지시각) 신임 케빈 워시 의장 체제하에 열린 첫 번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연준은 2025년 9월, 10월, 12월에 0.25%포인트씩 세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내렸다. 이후 2026년 1월, 3월, 4월 계속해서 금리를 동결했고, 이번까지 네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바꾸지 않았다. 연준은 2024년 9월 금리 인하 사이클에 들어선 후 ‘정책결정문’에서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하는 ‘완화 편향(easing bias)’ 문구를 계속 넣어왔다. 그런데 이번 FOMC 회의 직후 공개된 정책결정문에는 해당 문구가 빠졌다. 또 연준은 1년에 네 차례 향후 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하는 점도표(點圖表·dot plot)를 공개하고, 19명인 연준 위원 모두가 익명으로 자기가 전망하는 향후 금리 수준을 점으로 표시하는데, 이번 FOMC 회의에서 연준 위원(워시 의장 제외 18명만 제시)은 올해 말 기준금리 중간값을 3.8%로 제시했다. 3.8%는 현재 기준금리 상단(3.75%)보다 높은 수치로, 지난 3월 발표한 점도표(3.4%)와 비교해서도 상향 조정됐다. 이에 따라 연준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를 사실상 종료하고 연내 1회 이상 기준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를 1%대까지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워시 의장이 주재하는 첫 번째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 인상이라는 매파(긴축 통화정책을 선호하는 강경파)적 정책 경로로 변화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낮은 차입 비용에 대한 편향을 포기하는 것으로 워시의 연준 시대가 시작했다고 전했다. 

연준 위원 절반, 최소 1회 금리 인상 전망

연준은 FOMC 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현행 기준금리를 유지했다. 연준은 정책결정문에서 “인플레이션은 에너지를 포함한 일부 부문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공급 충격이 반영돼, 여전히 2% 목표치를 상회하고 있다”라며 “FOMC는 물가 안정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란 전쟁 등으로 초래한 불확실성이 강화된 상황에도 경제활동이 견조한 속도로 확대되고 있으며, 생산성 향상과 자본 투자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라며 “일자리 증가는 노동력 향상과 속도가 비슷하고 실업률은 큰 변동이 없다”라고 했다. 

연준은 향후 통화정책에 대해 이전보다 매파적 전망을 내놨다.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를 제출한 18명의 연준 위원 가운데 9명이 최소 1회 금리 인상을 전망했다. 연준이 발표한 지난 3월 점도표에서 연내 금리 인상을 예상한 위원은 1명도 없었다. 반대로 연내 금리 인하를 전망한 위원은 12명이었다. 그런데 3개월 만에 진행된 금리 예측에서 9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을 전망하면서 연준의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다만 워시 의장은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평소 전망치 제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낸 워시 의장이 앞으로도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트럼프 “금리 인상은 경제 침체시킬 뿐”

워시 의장은 그동안 통화 긴축 성향의 매파로 분류됐지만, 2025년부터 통화 완화 성향의 비둘기파(금리 인하 및 통화 완화를 선호하는 온건파)로 전향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전임 제롬 파월 의장 체제에서 연준에 끊임없이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워시 의장 체제하에 열린 첫 번째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동결되자 “괜찮다. 상관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것에 대해서는 “믿기는 어렵다. (금리 인상은) 경제를 침체시킬 뿐”이라며 “지금 (연준에) 아주 좋은 사람이 있다”라고 했다. 연준 위원이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자기가 믿는 워시 의장이 금리 인상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다.

워시 의장은 FOMC 회의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번 정책결정문은 우리가 파악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선제 안내는 포함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다수의 연준 위원이 점도표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 의지를 드러냈지만, 워시 의장은 ‘선제 안내가 아니다’라고 사실상 선을 그은 셈이다. 

한미 금리 차 1.25%포인트, 7월 금리 인상할 듯

연준의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한국(2.50%)과 미국의 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1.25%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한국은행은 FOMC 회의 직후 ‘시장 상황 점검 회의’를 열고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했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이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응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라며 “주요국 통화정책의 기조 전환이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향후 연준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연준 통화정책 경로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한국은행은 7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은행은 신현송 총재 취임 후 처음으로 열린 지난 5월 금통위 직후부터 금리 인상 시그널을 수차례 시장에 보냈다. 신 총재도 공개석상에서 직접적으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3월부터 목표 수준인 2.0%를 웃돌았다. 3월 2.2%에서 4월 2.6%로 오른 데 이어 5월에는 3.1%를 기록했다. 2024년 3월 이후 처음으로 3.0%를 넘었다. 반면 고유가로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현재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맞다는 게 한국은행의 판단이다. 한국은행이 7월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2023년 1월 이후 3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올리는 게 된다. 

Plus Point

일본은행,
31년 만의 기준금리 1%대로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6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준금리(정책금리)를 연 0.75%에서 1.0%로 0.25%포인트 올렸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연 1%대로 올라선 건 1995년 8월 이후 약 31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2024년 3월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끝내고 연 0~0.1%로 올렸다. 같은 해 7월 0.25%, 2025년 1월 0.5%, 2025년 12월 0.75%로 시차를 두고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일본은행이 6개월 만에 다시 기준금리를 올린 건 고유가로 인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은행은 정책결정문에서 “경제·물가·금융 정세에 따라 계속해서 기준금리를 인상하고,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지난 5월 기업 물가(한국의 생산자 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6.3%로 3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노무라증권은 “일본은행이 6개월마다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려 연 1.5%에서 인상을 종료할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했다.



윤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