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기업공개(IPO) 타종식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6월 12일 스페이스X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가 나스닥 마켓사이트에서 열린기업공개(IPO) 타종식에서 영상을 통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AFP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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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는 요리사, 전기공, 용접공 같은 공장의 평범한 노동자의 삶을 대기업 임원만큼이나 가치 있게 해주었다.” 

멕시코 출신 이민자인 후안 에르난데스는 2015년 텍사스주 보카치카의 황무지에 건설 중이던 스페이스X 발사 기지(스타베이스)에 계약직 용접공으로 취업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스페이스X가 무엇을 만드는 회사인지조차 모르는 평범한 기술자였다. 회사 측은 시급 외에 1만달러 상당의 자사주를 보너스로 제시했고, 그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았다. 에르난데스는 최근 CBS와 인터뷰에서 “과거 어떤 건설 현장이나 직장에서도 주식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저 종이조각이라고 생각하고 별 기대가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6월 12일(이하 현지시각) 스페이스X가 마침내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그가 보유한 주식(6500주) 가치는 상장일 종가 기준 약 104만6000달러(약 15억9000만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 규모로 평가되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는 750억달러(약 114조원)를 조달하며, 기업 가치를 1조7500억달러(약 2647조원)로 끌어올렸다. 이번 IPO는 회사를 창업한 머스크를 인류 최초의 ‘조만장자(Trillionaire·자산 1조달러 자산가)’로 등극시켰을 뿐 아니라 모험가적 투자자, 오랜 조력자 그리고 에르난데스 같은 일선 노동자에 이르기까지 전례 없는 규모의 ‘우주 신흥 부호’ 계급을 탄생시켰다. 

상장 첫 거래일 이후 주가가 연일 상승 랠리를 펼치며 192달러 선을 돌파하면서, 스페이스X를 창업한 머스크의 개인 순자산 가치(테슬라 지분 포함)는 1조달러(약 1510조원) 고지를 넘어섰다. 

머스크는 스타베이스에서 직원들과 IPO 타종식을 지켜보며 “나조차 스페이스X 성공 가능성을 10% 미만으로 봤다”면서 “엘세군도의 창고에서 시작한 작은 회사가 사상 최대 규모의 IPO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리콘밸리 거물, 중동 왕자도 한몫

스페이스X 사업에 대한 외부 시선이 차갑던 초창기부터 과감한 투자에 나섰던 모험가적 투자자는 이번 IPO로 장기 가치 투자의 진가를 확인하며 천문학적인 자산 증식에 성공했다. 배런 캐피털 수장인 론 배런은 스페이스X가 청사진만 무성하던 비상장 기업 시절인 2017년부터 무려 27차례에 이르는 자금 조달 라운드에 빠짐없이 참여해 약 17억~20억달러(2조5700억~3조원)의 지분을 뚝심 있게 확보해 왔다. 이번 IPO에서도 지분 희석을 방지하고 확고한 영향력을 유지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5100억원)어치의 공모주를 추가로 매입하는 과감한 행보를 보였다. 배런 캐피털이 보유한 스페이스X 총지분 가치는 상장 후 무려 250억달러(약 37조7500억원)로 치솟았다.

머스크의 가장 오랜 동지이자, 스페이스X 이사회 구성원인 안토니오 그라시아스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 창업자는 이번 IPO를 통해 막대한 부를 거머쥐었다. 그라시아스가 이끄는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는 스페이스X 클래스A 지분 6.7%를 보유하고 있는데 공모가(135달러) 기준 680억달러로 평가돼, 머스크에 이어 스페이스X의 두 번째 대주주로 떠올랐다. 대부분은 펀드 고객 자산이다. 그라시아스는 2008년 스페이스X가 자금난에 빠졌을 때 머스크에게 100만달러를 개인적으로 빌려준 오랜 인연으로도 알려져 있다. 

머스크와 함께 ‘페이팔 마피아’의 주역이던 루크 노섹 스페이스X 이사는 2008년 파운더스펀드를 통해 스페이스X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며 첫 기관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그가 직접 보유한 지분 가치는 스페이스X 기업 가치를 1조300억달러로 했을 때 약 25억달러로 평가된다. 18년 가까이 머스크 도전에 동반 투자한 그는 실리콘밸리 초기 투자자 네트워크가 어떻게 복리(수익 재투자)로 부를 증폭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전형적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xAI와 X, 스페이스X 간 복잡한 전략적 제휴와 지분 구조조정이 거대한 부의 통로가 됐다는 점은 이번 IPO에서 가장 눈길을 끈다. 오라클 공동 창업자 래리 엘리슨은 스페이스X에 직접 투자하지 않고도 xAI에 투자해 막대한 수혜를 입었다. 스페이스X가 xAI를 전액 주식 교환 방식으로 흡수합병하면서, xAI 투자자는 현금 거래 없이 자동으로 스페이스X 주주 대열에 합류했다. 중동의 억만장자인 사우디아라비아 알왈리드 빈 탈랄 왕자 역시 2011년 트위터에 처음 투자한 이후 2022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스페이스X의 직접 지분을 대거 확보했다. 그가 가진 지분율은 스페이스X의 약 0.63%에 이르며, 상장 첫날 주가 기준 50억~70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됐다. 

400명의 평직원 1000억원대 부호 신화  

이번 IPO는 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직원 자산 증식 사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2002년 입사해 팰컨9 재사용 로켓 혁신과 스타십 개발, 스타링크 상업화를 진두지휘하며 오늘날의 스페이스X를 실질적으로 설계한 최고운영책임자(COO) 그윈 숏웰 사장과 복잡한 사모 펀딩 라운드와 대규모 상장 조달 자금 관리를 완벽하게 완수한 브렛 존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상장 이후 보유 지분 가치가 각각 약 20억달러, 약 14억달러로 치솟으며 내부 직원 가운데 최고 부자가 됐다. 

에르난데스 사례처럼 현장에서 밤낮없이 일한 평범한 평직원에게까지 실질적 부가 분배되는 ‘낙수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은 눈길을 끈다. ‘주인의식’을 심어주는 실리콘밸리식 성과 공유제가 제조업 기반의 우주·항공 산업에서도 완벽히 작동한 셈이다. 투자 플랫폼 힐닷컴에 따르면, IPO 이후 4400명 이상의 스페이스X 전·현직 직원이 백만장자 대열에 합류했으며, 약 400명은 개인 보유 자산이 1억달러(약 1510억원)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구글 IPO가 약 1000명의 백만장자를, 페이스북이 1000명 안팎의 백만장자를 배출한 것과 비교하면 네 배에 달하는 수치다. 스페이스X가 수차례 발사 실패를 겪으며 도산 위기에 처했던 2000년대 후반과 2010년대 초반에 합류해 급여 대신 수만 주에 달하는 스톡옵션과 초기 지분을 받은 인력이다. 

Plus Point

스페이스X
공모주 ‘한국 패싱’ 논란

스페이스X의 역대급 IPO 과정에서 국내 투자자에게 배정될 물량이 전량 삭감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애초 인수단으로 참여한 미래에셋증권(이하 미래에셋)은 클래스A 보통주 231만4815주(공모가 135달러 기준 약 3억6400만달러·약 5500억원 규모)를 배정받을 것으로 예상됐으나, 대표 주관사인 골드만삭스가 상장 5시간 전인 6월 12일 밤 8시 “개인투자자 대상으로 배정된 공모주가 없다”는 통보를 보내며 최종 배정 단계에서 한국 몫을 전량 제외했다. 일본에서는 미즈호·라쿠텐·SBI증권을 통해 개인투자자가 처음부터 정식 공모(상장 전 확정 공모가 청약)에 참여할 수 있었다. 영국에서도 개인투자자가 약 10억달러를 청약해 그중 약 3억6400만달러(약 36%)를 배정받았다. 미국 대형 IPO에서는 주관사가 단순 청약 규모뿐 아니라 장기 보유 가능성, 상장 직후 매도 여부, 발행사와 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최종 배정을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신청 규모와 총금액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환율 급등을 우려한 한국의 금융 당국이 청약 규모를 축소하고 일반 개인이 아닌 전문 투자자로 청약 자격을 제한한 점을 배정에서 밀린 배경으로 꼽는다.

박근태 선임기자